임계점을 지나 한번 무너지기 시작하면 모든 것은 한꺼번에 급격하게 예측 불가능한 방식으로 무너진다. 인간의 몸도 인간의 마음도 인간의 도시도 그럴 것이다. 마침내 인간이 없는 세상조차도. 그런 세상에는 ‘무너지다’라는 단어조차 없겠지만.
우리가 살며 경험하는 많은 일들은, 아주 특별하다고 생각한 일조차, 결국엔 잊힌다. 망각에 대항하기 위해 글을 쓰는 것인지도 모른다고 생각할 때도 있지만 사실 글은 아무것도 있는 그대로 보존해주지 못한다. 다행인지 불행인지 모르겠지만 많은 것을 잊고 난 이후에도 삶은 계속된다. 잊는다고 해도 우리가 살아낸 그 순간들이 지워버린 문장들처럼 전부 다 없었던 일이 되는 것도 물론 아니고. _ 백수린 작가노트 중
"사람의 마음이 어떤 차원에서 저항하는 거겠죠. 누군가가 그렇게 사라져버린다는 것에 대해. 우리가 온전히 이해할 수 있는 일이 아니잖아요." - P31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