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적인 행동을 하기에 인간이고, 사람을 죽이고 잡아먹기에 좀비인 것이다. 진욱이 밉다고 죽인다면 자신도 좀비와 다름없게 되는 거였다. 제훈은 아직 인간이었다. 소인배지만 인간이었다.
마구루는 눈에 뻔히 보인다. 불로 쫓을 수도 있고 마구루 피리술사로 물리칠 수도 있어. 눈에 보이지 않아 정체를 알 수 없고, 어떻게 도망쳐야 하는지도 알 수 없는 재앙보다 낫다고.
괴이한 일을 이야기하거나 들으면 일상생활에서는 움직일 일이 없는 마음속 깊은 곳이 소리도 없이 움직인다. 무엇인가가 웅성거린다. 그 때문에 무거운 생각에 짓눌릴 때도 있지만 한편으로는 문득 정화된 듯한, 혹은 각성한 것처럼 느껴질 때도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