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구는 반갑고 음식은 맛있고 하지만 순간순간 가슴 어느 구석이 차가워지는 것 같다. 그런대로 웃고 떠드는 나를 멍하니 바라보는 웃지 못하는 내가 있다. 나는 대체 어디에 서 있는걸까?
내가 무엇을 원하든 내 현실에서 자유로울 수 없는 것처럼 그 ‘현실‘을 당장 뛰어넘고 이겨내지 못한다고 해서 남이든 자신이든 그것을 탓하거나 비웃거나 비난한다면 우리는 어디로도 갈 수 없다.
분명히 우리는 졌고 실패했고 다쳤고 현실에는 어떤 드라마틱한 반전도 마련되어 있지 않지만 부서졌었기 때문에 발견해 낸 작은 반짝임을 놓치지 않은 것에 감사한다.
성적, 직업, 대출. 이런 현실의 단어들 앞에서 꿈은 허영으로 불렸고 꿈을 위한 시도는 무의미한 낭비에 지나지 않았다. 야단쳐 없애야 할 허튼 생각으로 취급되던 순간 그것은 내 안에서도 쓸모없어 정리해야 할 것이 되어버린 건지도 모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