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껏 나는 무슨 짓을 하며 살아온 것일까, 반희는 생각했다. 두려워 도망치고 두려워 숨고 두려워 끊어내려고만 하면서. 채운과 이어진 수천수만 가닥의 실을 끊어내려던 게 채운에게는 수천수만 가닥의 실을 엉키게 하는 짓이었다면, 지금껏 나는 무엇을 위해 이렇게 살아온 것일까. - P152
너는 얼굴에 그늘이 하나도 없구나, 하는 것도 그에게서 처음으로 들어본 말이었다. 나처럼 가난한 애가 그럴 리가, 라고 답하면 그 가난 안 되겠네, 죽여야겠네, 하고 그가 말하는. 가난이 사람도 아닌데 어떻게 죽여요? 웃긴다, 하면 가난이 사람을 죽이니까 그 반대도 당연히 가능하지, 했던. - P2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