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청나게 순수한 곳에서 초연하게 세상을 살게 되는거야. 더 이상 성가실 것도 없고, 고통도 없지. 신경이 없으니 당연히 고통도 못 느껴. 어찌 보면 완벽한 상태라 할 수 있어. 걱정도 공포도 고통이나 배고픔도 갈증도 없어. 욕망조차 없지. 기억력과 사고력만 남는 거야. 그리고 남아 있는 눈 하나가 제 기능을 발휘한다면 책도 읽겠지. 나라면 좋을 것 같아. - P358
여자 취급이란 건 인간 취급과는 달라. 여자니까 이렇게 생각하겠지. 여자니까 해도 소용없겠지. 여자니까 무지해서 모르겠지. 일단 그런 식으로 여겨진다는 뜻이야. 아무도 ‘나 자신‘을 봐주지 않았어.
그 순간, 소년은 그 자리에 얼어붙더니 방금 짚단을 잘라낸 건초더미의 단면을 멍청히 바라보았다. 자기가 방금 두 조각낸 물체가 무엇인지 믿을 수 없다는, 아니 도저히 믿지 못하겠다는 표정이었다. - P16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