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가메시 서사시 범우고전선 10
N.K. 샌다스 지음, 이현주 옮김 / 범우사 / 2000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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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부분의 신화, 설화들이 비슷한 모습을 하고 있다는 것은 흥미로운 사실이다. 창조신화부터 영웅이야기에 이르기까지 신화는 연결고리들을 지니고 있는 것처럼 보인다. 상징, 원형 등을 굳이 얘기하지 않고도 신화는 인류의 의식 저편에 단단히 자리잡고 있음은 틀림없는 사실이리라.

각설하고, 무엇보다도 쐐기문자로 점토판에 글씨를 새기는 시절에 '삶의 진정한 의미'와 진리를 찾아 다니던 사람이 있었다는 것이 놀랍다. 영생을 얻는 것은 삶을 초월하는 것, 곧 진리를 찾는다는 뜻일 것이다. 그렇기에 다른 홍수 이야기에서 우트나피쉬팀을 대신하는 Atrakhasis의 이름이 '매우 현명한 자'라는 뜻을 지니고 있는 것이 아닐까 ? 물론 과학기술이 발달했다고 '믿어지는' 현대에 와서는 이러한 신화 속 이야기는 우스울지도모른다.

그러나 보장된 화려한 생활을 버리고 험난한 길을 떠났던 길가메시 이야기를 무심코 넘기기는 싫다. 지금의 나는 안이한 생각에 빠져 있지는 않은가, 너무 쉽게만 살려고 하는 것은 아닐까, 눈앞의 사소한 이익만을 바라며 화려하고 보기 좋은 삶만을 바라는 것은 아닐까... 이미 이러한 삶은 길가메시가 수천년 전에 회의를 느꼈던 삶인데도 말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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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기적인 유전자
리처드 도킨스 지음 / 두산동아 / 1992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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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계라는 낱말은 썩 유쾌한 말은 아니었다. 사실 기분 나쁘기까지 하였지만 이에 대한 비판은 이미 엄청 쏟아졌을 것이다. 그러나 아마 저자는 눈도 깜짝 하지 않았으리라. 게다가 우리가 생존기계에 불과하다는 말(사실 저자는 '우리는 생존기계이다'라고 썼지, '불과하다'라고는 하지 않았지만)의 감정적 대응을 뒤로 하고 읽어나가면 이 책은 흥미거리들을 꽤 많이 가지고 있어서 매우 재미있게 읽어나갈 수 있다.

나는 언제나 우리 사회 속에서 일어나는 불합리한 일들에 당혹스러워 했다. 왜 그토록 말도 안되는 일들이 빈번히 있는 것일까 ? 왜 사람들은 그렇게 맹목적으로 매스컴이나 정치가들의 선전에 휩쓸리는 것이며, 생각함에 있어서 조금이라도 논리적인 모습을 갖추기 어려운 것일까 ? 그리고 왜 그토록 쉽게 조종당하는 것일까 ? 내가 이런 질문들에 완벽히 답할 수 없는 반면에 meme의 개념은 도움을 줄 것이다.

meme의 개념은 우리에게 새로운 시각을 제공해준다. 우리는 단지 '함께 적응된 meme의 복합체들'임이므로. 우리는 meme의 그룹들로서 서로 보호하기 위하여, 그리고 복제하기 위하여 모여 있는 것이다. 우리는 단지 이기적인 meme들의 모임으로서 그들에 의해 그리고 그들 자신을 위해 모여있는 그룹에 불과한 것이다.

이렇게 되면 인간의 자유의지는 모두 사라진 것처럼 느껴진다. 물론 마지막에 와서야 저자는 일말의 희망적인 얘기를 던지기는 한다. 이타주의에 관한 인간의 능력에 대해서도. '이 지구상에서 우리 인간만이 유일하게 이기적인 복제자의 폭정에 반기를 들 수 있다' 라고 저자는 말하지만, 그러나 정말 우리가 그렇게 할 수 있을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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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텔 아프리카 1
박희정 지음 / 서울미디어코믹스(서울문화사) / 1995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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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호텔 아프리카는 최근(이라고 해도 5년이 넘은 듯;;)에 읽은 만화라 할 수 있습니다. 즉, 이미 머리가 굳을 대로 굳은 후에야, 감수성이 메마를 대로 메마른 후에야 읽게 된 만화라 할 수 있지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만화의 매력은 조금도 손상되지 않고 저에게 다가왔습니다. 그것은 이 만화가 가진 다양한 인물들과의 에피소드의 매력에 기인하는 것이라 생각합니다. 제가 워낙에 다양한 스토리를 좋아하거든요.

옴니버스로 구성된 이 만화는 주인공들의 현재 이야기와 과거 이야기가 날줄씨줄처럼 얽혀져서는 시간을 무시한 채 뒤죽박죽 튕겨 나옵니다. 주인공 얘기들 뿐만 아니라 호텔 아프리카를 중심으로 한 여러 다른 사람들의 이야기도 같이 등장합니다. 처음엔 그 흐름을 잡지 못하여 한참을 헤매기도 했지요. 하지만 이렇게 무질서해보는 이야기 흐름들이 사소한 것에서도 상충하지 않고 결국 정교히 맞아떨어지는 것을 보고 작가의 솜씨에 감탄하기도 했답니다.

이 책에 등장하는 많은 사람들은 대체적으로 상처투성이입니다. 주인공들도 물론 그렇구요. 흑백혼혈로 태어난 엘비스와 어린 시절이 가정불화로 얼룩진 쥴라이, 첫사랑이 자살한 에드. 하지만 타고난 따뜻한 품성과 호텔 아프리카에서 보낸 유년시절 덕분으로 엘비스는 그 특유의 치유력으로 주변을 둘러싼 그 모든 것을 보듬어 안습니다. 아마도 그의 이러한 능력은 어릴 적 호텔 아프리카에 묵었던 손님이었던 인디언 지요의 영향도 있었으리라 생각됩니다만.

또한 호텔 아프리카를 방문하는 사람들과 주인공 주변 인물들 또한 소외되고 상처받은 이 사회의 비주류가 대부분입니다. 자살소동을 벌이던 소녀들, 엄마에게 버림받고 새아빠와 자라는 아이, 서커스단을 탈출한 연인들, 앞 못보는 소년과 양엄마, 평생 이루지 못한 사랑을 가슴에 품고 산 할머니, 돈을 벌러 미국에 온 멕시코 여인 등.

그리하여 이 책은, 지극히 현실적이고 비참한 일상의 괴로움 속에서도 꿈과 따스함을 찾아 희망을 버리지 않는 사람들의 이야기로 인해, 한장한장 넘길 때마다 삶에 기운을 불어넣어주는 좋은 친구가 되어주고 있답니다. 게다가 새겨볼 만한 대사들과 자연적인 풍광들과 어린 엘비스의 매우 귀여운 모습들과 깔끔한 그림들은 자꾸 손이 가게 하는 매력을 지니고 있지요. 햇빛이 쏟아지는 한가한 풀밭에 드러누워 있는 듯한 따사로운 뿌듯함을 주는 기분이 바로 이 책을 읽을 때의 느낌이랍니다.

삶의 행복이란 것이 서로 부대끼면서도 따뜻함을 잃지 않고 가까운 소중한 사람들과 소박하게 사는 것이라는 것, 두말할 필요도 없겠지요 ?

※ 만화 속 이 대사 !

'... 손가락을 벌려 해를 향해 펼쳐봐라. 손가락 사이로 빛이 들어오지. 이건 너희들의 미래이자 꿈, 야망이다. 눈이 시릴 정도로 밝게 빛나지만 너무 눈부셔 바로 볼 수가 없지. 반면 손가락을 봐라. 평소보다 더욱 어둡지. 이건 시련... 손가락이 손의 일부이듯 시련은 늘 붙어다닌다. 너무 눈부시다고 손가락을 붙이면 시련뿐이고 너무 야망만을 좇다 보면 햇빛에 눈이 상하듯 야망으로 너희 마음의 눈이 상한다.

이제 조금만 눈을 옆으로 돌려봐라. 푸른 하늘이 보이지... 이것 또한 눈이 시릴만큼 푸르지만 아까 그것과는 또 다른 느낌일 것이다. 아름답지 않나 ? 저 푸르름 ? 이것은 휴식이다. 앞으로 너희들은 어떤 식으로든 미래의 야망으로 눈이 시릴 것이고 시련에 부딪히게 될 것이다. 그럴 땐 가끔씩 시야를 바꿔 여유로운 마음으로 휴식을 갖는게 필요하다. 마음의 눈을 잃는다면 그 어떤 큰 야망도 무슨 필요가 있겠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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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비헴 폴리스 1
강경옥 지음 / 시공사(만화) / 2000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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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는 만화를 싫어하지는 않지만 많이 읽어보질 못했습니다. 읽어본 만화를 다 합쳐도 몇 안될 것 같군요. 비교 대상이 적긴 하지만, 100권을 읽는다 해도 언제나 베스트를 차지할 것이라 믿는, 매우 좋아하는 만화가 있답니다.

라비헴 폴리스는 10개의 에피소드로 이루어진 짧막한 만화입니다. 제가 중학교 때 읽었던 만화인데 너무너무 좋아해서 어쩔 줄 몰랐었죠. 배경은 제가 좋아하는 SF 분위기인데다가 주인공들의 일상 심리가 매우 특별하게 그려진 만화였거든요.

세월이 흘러 이 옛날 만화가 단행본으로 복간되어 발간되었다는 사실을 알았을 때에는 주저없이 구입했답니다. 이렇게 나에게 기쁨을 주는 것을 단돈 1만여원에 가질 수 있다는 것도 너무 행복했구요. 때로는 이러한 작은 즐거움이 커다란 삶의 활력소가 되기도 한답니다.

각설하고, 아는 사람들은 알겠지만 이 라비헴 폴리스의 작가, 강경옥은 사람들의 감정과 심리묘사에 무지하게 뛰어납니다. 잘생기고 예쁘고 뛰어나고 착한 주인공들이 아니라 어딘가 감정적으로 불안정한, 그래서 위태위태한, 그래서 상처받고 상처주는 그런 인간들에 대한 치밀한 시선을 유지합니다.

그래서일까요 ? 이 만화는 어딘가 모르게 우울함을 근간에 지니고 있습니다. 어둡고 칙칙하지는 않지만, 그 불안함이 계속 떠돌고 있지요. 배경으로 존재하는 미래 도시, 라비헴 시티는 특정 국가에 속하지 않은 연합 중립 도시로 등장합니다. 그리하여 다양한 인종의 사람들과 다양한 사건들이 몰려있는 곳인데, 그러한 설정마저 이 주인공들의 심리를 대변하는 듯합니다.

에피소드 중간에 보면 아주 짧막히 연방군대 창설을 주장하는 시위대가 지나갑니다. 저의 막연한 불안감은 이런 곳에서 구체화됩니다. 미래 인류 국가는 언제나 과도한 전체주의 국가의 형상을 나타내는 경우가 많습니다. 라비헴 시티도 언젠가는 그러한 곳으로 변모할 지도 모르지요. 그러한 불안정한 곳에 존재하는 주인공들 또한 너무나도 깨지기 쉬운 존재들입니다. 그러기에 끊임없이 그 둘의 사랑이 어서 이루어지길 바라는 것일지도 모릅니다. 혼자는 불안하지만, 둘이라면 조금은 안심이니까요.

그렇다고 사랑 얘기가 주제가 되는 것도 아닙니다. 강경옥 만화의 특징인, 사람과 사람의 관계에 관한 얘기가 핵심이지요. 사랑이든, 우정이든, 부모 자식간이든, 여하튼 그 무엇이든간에 인간과 인간사이에 존재하는 공허함을 채우기 위해 사람들은 방황합니다. 심지어 제 1화에서는 저 먼 우주공간을 헤매는 어느 여자의 이야기도 등장합니다. 그 외로움과 절망은 어떻게 치유할 수 있을까요.

세상이 변하고 과학과 기술이 발전해도, 인간의 기본적인 욕망과 치유할 수 없는 외로움은 언제나 존재한다는 것, 그리고 사람과 사람 사이의 소통, 즉 커뮤니케이션은 여전히 어렵다는 것, 그렇지만 그것이 유일하고도 가장 근원적인 치유책일 수 밖에 없다는 것. 이것이 이 책을 보고난 후의 결론이라 할 수 있지요. 그리고 개인적으로는 이 책이 그러한 점에서 저에게 매우 많은 도움을 준다는 것도 포함시켜야겠구요 !

※ 만화 속 이 장면 !

- 에피소드 중, 남자주인공 라인 킬트의 친구이자 가수인 레이 신의 노래가 흘러나오는 장면들이 있습니다. 「지루한 밤」이라는 노래인데, 들어볼 수도 없는 노래이지만, 그 분위기는 한마디로 필(!)이 딱 꽂히는 듯 합니다. 상상만으로도 들리는 듯하다고나 할까요 ?

- 달왕복선 스테이션에 있는 「카시오페이아」는 별이 보이는 매우 아름다운 레스토랑입니다. 투명반구 지붕이 있는, 그래서 밤에 온통 쏟아질 듯한 별들로 가득찬 그러한 곳입니다. 정말, 정말, 그러한 곳이 있다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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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만한 제국 당대총서 14
하워드 진 지음, 이아정 옮김 / 당대 / 2001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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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떠한 사안에 대해 당신은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 그리고 그 생각이 얼마나 중요하다고 생각하십니까 ? 하워드 진 교수는 이렇게 말합니다. '우리가 어떻게 생각하느냐는 단순한 흥밋거리나 학문적인 논쟁의 주제가 될 뿐 아니라 우리의 삶과 죽음에 그대로 직결되는 것이다.'

탁 까놓고 남의 인생까지는 모르겠지만 내 인생, 길지도 짧지도 않은 삶을 살면서 어떠한 생각을 하고 사느냐 하는 것은 내 삶의 '주제'를 결정짓는 중요한 문제입니다. 하지만 나이가 들 수록, 삶이 복잡해질 수록 생각은 점점 짧고 명료해지며, 정작 중요한 것은 놓치게 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무엇보다 슬픈 것은 갈피를 잡지 못하고 방황(?)하는 나의 의식들이었지요.

그러던 중 이 책을 읽게 되었습니다. 이 책을 읽는 동안 두번 눈물을 흘렸습니다. 게다가 500페이지가 넘는 상당한 분량의 책인데도 읽는 동안 결코 손에서 떼기가 어려웠습니다. 도대체 그 무엇이 저를 이토록 끌어당겼으며, 눈물을 흘리게 한 것일까요 ?

처음에 이 책을 읽어서 얻으려고 했던 것은 '신랄한 하워드 진 교수의 大아메리카 제국 비판하기' 를 통한 쾌감이었습니다. 그러나 놀랍게도 이 책은 단지, 미국이란 나라의 그늘만을 막무가내로 벗겨내는 책이 아니었습니다.

우선 마키아벨리의 현실주의를 포함하여, 미국 뿐만 아니라 우리 사회에 만연화된 여러가지 패러다임과 환상에 대한 아주 철저한 분해부터 시작합니다. 그러한 관념은 '평상시 사람들의 하루하루 행동을 좌우하는 것은 소리없이 존재하는 지배적인 관념들, 우리 이웃과 고용주·정치지도자들이 우리에게 준수하기를 바라는 관념들, 일찍이 배워서 아주 쉽게 받아들여진 그러한 관념들' 입니다.

이러한 '생각 철저히 뒤집기'는 상당히 유효한 것이어서 점차 그의 말과 글에 걷잡을 수 없이 빠져들게 됩니다. 제가 생각하던 막연함을 그는 철저히 구체화시켜주기 때문이지요. 게다가 그는 침묵하는 학자가 아니기에, 심지어 말로만 떠드는 학자도 아니기에, 책 곳곳에는 그가 직접 겪었던 미국 민주주의의 그늘진 현실이 드러납니다.

폭력에 대한 인간 본성, 역사의 선례, 정당한 전쟁, 국익, 법과 질서, 언론 자유, 대의정치 등에 대한 잘못된 환상과 편견은 여지없이 공격당하고 비판받습니다. 인간 본성에 대한 회의적인 시각은 결코 우리를 더 나은 세상으로 이끌어 주지 않습니다. 하워드 진 교수도 그 점을 지적하고 그 편견을 깰 것을 외칩니다.

무엇보다도 이 책은 어렵지가 않습니다. 어려운 말로 빌빌 꼬여 있거나 온갖 데이타들이 등장하여 정신을 산란하게 학술서가 아니라, 그저 담담히 그렇지만 단호히 자신의 주장을 외치는 책이기 때문입니다. 또한 반미를 위해서 읽는 책도 아닙니다. 여기서 얘기되고 있는 모든 내용은 모든 인류에게 공통적으로 당면한 문제이니까요. 아니, 솔직히 말하면 오히려 미국이 가장 이상적으로 개선할 수 있는 가능성이 큰 나라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기도 합니다.

몇날 며칠동안 밤을 새워가며 읽은 이 책의 감동을 사실 어떻게 표현해야 할 지도 모르겠습니다. 막연하게, 그리고 빈약한 논리만을 가지고 스스로의 생각을 제대로 정리하지 못했던 저에게 이 책은 기가 막힌 바이블이 될런지도 모르겠습니다. 이러한 순간은 인생에서 매우 중요한 순간입니다. 정말 간만에 만나는 각성(覺醒)의 순간이라고도 할 수 있구요.

흥분한 까닭에 횡설수설이라 무슨 소리를 하는지 모르시겠다면 지금 당장 이 책을 사서 읽어보시길 바랍니다. 볼펜과 자를 준비하시구요. 읽다 보면 어느틈엔가 저처럼 줄을 팍팍 치면서 읽을 수 밖에 없는 자신을 발견하게 될 테니까요. 게다가 읽는 것만으로도 통쾌함을, 그리고 존경할 사람을 발견하게 된 기쁨을 느끼게 될테니까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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