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시멜로 이야기 마시멜로 이야기 1
호아킴 데 포사다 외 지음, 정지영 외 옮김 / 한국경제신문 / 2005년 10월
평점 :
구판절판


사실 이 책 리뷰를 쓸까말까 매우 망설였습니다. 분명 좋은 소리가 나올 거 같지 않은데 굳이 써서 잘 나가는 책, 잘 팔리는 책에 대한 딴지거는 게 취미인 사람마냥 보이는 것도 싫었습니다. 물론, 기본적으로 스스로가 자기 계발 및 처세술 책에 대해 기본적인 적대감이 있다는 것은 인정하면서도 말이지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말이지요, 읽으면서 기분이 확 나빠지는 순간이 있었어요. 이 느낌은 한 때 잘나가는 베스트셀러였던 '부자 아빠, 가난한 아빠'의 첫 몇 챕터를 읽었을 때의 느낌과 매우 비슷했기 때문에 더욱 또렷해졌습니다. 이 마시멜로 이야기에 대한 긍정적인 감상과 평은 많이 있으므로 참고하세요.

이 책이 저에게 가장 기분나빴던 것은 금전만능주의(물질만능주의?)에 입각하고 있다는 점이에요. 과장이라구요 ? 처음부터 성공한 사람으로 나오는 조나단은 자신의 운전기사 찰리(그는 대학도 졸업하지 않고 패스트푸드로 식사를 때우는 청년입니다)에게 각종 비유와 우화를 통해 성공으로 가는 길을 가르쳐줍니다. 그 길은 철저히 자본주의하에서의 명성과 부를 쌓는 길이에요.

책의 제일 첫 문장을 볼까요 ? 제가 볼 때에 이 책의 관점은 저 첫 문단에 모조리 압축되어 있다고 보여집니다.

" 명품 정장을 말쑥하게 차려입은 조나단은 늘 자신감과 활기에 찬 신사다. (... 중략 ...) 빌딩 현관에서 대기하고 있는 세련된 리무진으로 다가서는 그의 눈에, 운전기사 찰리가 케첩을 잔뜩 바른 햄버거를 입안 가득 베문 모습이 얼핏 스쳤다. 조나단은 얼굴을 찌푸렸다. ...."

조나단은 단지 자신이 사장이라는 이유로, 찰리의 고용주라는 이유로 (더욱 냉소적으로 말하면 조나단은 찰리보다 돈이 많고 자타가 인정하는 성공한 사람이니까요) 그를 가르칩니다. 물론 조나단은 너그럽고 자애로운 신사이자 고용주입니다. 그는 자신의 운전기사 찰리가 안타깝게 느껴졌는지 하루벌어 하루사는 인생을 살지 않도록 그를 자극합니다. 조나단의 이야기는 너무나도 귀중하고 그의 삶은 정말 본받을 만하니까요.

" ... 학업을 마치고 나자 좋은 조건을 제시하며 손짓을 하는 회사들이 많았다네. 내가 선택한 회사에서는 자동차도 제공해주었지. 그리고 멋지고 세련된 여자들 중에서 사랑하는 사람도 만날 수 있었지. 하하, 찰리 너무 낙심하지 말게나. 인생은 길고, 자네는 아직 패기만만한 젊은이 아닌가. 앞으로도 얼마든지 기회가 있네. 중요한 건 그 기회를 이제 결코 놓쳐서는 안된다는 거네. ..."

저런 성공을 위해서라면!! 찰리는 어린아이처럼 이야기 한개마다 자신의 생활을 바꿔갑니다.

"... 리무진이 신호를 기다리느라 멈출 때마다 오가는 사람들이 힐끗힐끗 차 안을 곁눈질했다. 그들도 조나단의 성공을 부러움과 질투가 섞인 시선으로 바라보고 있는 듯 했다. 찰리는 빙긋 웃었다. 어제까지만 해도 자신 또한 그들과 같은 표정을 짓고 있었기 때문이다. ..."

마침내 찰리는 완전히 다른 사람으로 변화했고, 그의 변화에 감복한 조나단은 찰리의 4년치 대학등록금을 건네줍니다. 찰리는 "사장님, 정말 고맙습니다." 라고 감동하며 눈물을 흘리며 이 마시멜로 이야기는 막을 내립니다.

이런 부분이야 동화같은 이야기이니 딴지 걸 마음 조금도 없습니다. 하지만 저는 전혀 동감할 수가 없습니다. 이전처럼 뻔한 처세술 책보다 이렇게 달콤하고 아름다운 이야기(그것도 먹음직스러운 마시멜로에 빗대어서!)로 위장한 책이 더 우울합니다.

이 책을 읽은 사람들이 가장 감동적이라고 적어놓는 책 속의 한 구절도 저는 도저히 동감할 수가 없습니다.

"아프리카에서는 매일 아침 가젤이 잠에서 깬다.
가젤은 가장 빠른 사자보다 더 빨리 달리지 않으면 죽는다는 사실을 알고 있다.
그래서 그는 자신의 온 힘을 다해 달린다.

아프리카에서는 매일 아침 사자가 잠에서 깬다.
사자는 가젤을 앞지르지 못하면 굶어죽는다는 사실을 알고 있다.
그래서 그는 자신의 온 힘을 다해 달린다.

네가 사자이든, 가젤이든 마찬가지이다.
해가 떠오르면 달려야 한다. "


애시당초 가젤과 사자는 게임이 안되는 것이니 이것은 부적절한 비유입니다. 사자는 한끼 굶는다고 죽지도 않을 뿐더러 다른 수많은 것을 잡아 먹을 수 있습니다. 그러나 가젤은 한번 잡히면 끝입니다. 차라리 너는 가젤이니 죽지 않으려면 매일 숨막힐 정도로 달리라고 말하는 편이 솔직합니다.

무엇보다도 인간 세상은 동물과 다릅니다. 비록 지금 사는 세상이 약육강식의 세계라 할지라도, 이 사회가 정글과 같은 사회라 할지라도 인간은 동물과 달라야 합니다. 해가 떠오르면 달리는 것이 아니라, 같이 살아가는 세상을 위해 노력해야 합니다. 혼자 뛰는 것이 아니라 같이 뛰던가 같이 걸어갈 수 있는 세상을 위해 노력해야 합니다.

위와 같은 내용을 이런 성공처세술책에서 바란 것은 아닙니다. 또한 성공을 위한 개인의 노력을 비난할 생각은 추호도 없습니다. 저 또한 성공하고 싶어하는 사람이니까요. 하지만, 이건 너무 이기주의적인 사고방식의 전파아닙니까! (흥분했다-_-;) 이렇게 아름다운 이야기 그것도 달콤한 마시멜로에 빗대어 교묘하게 이렇게 성공하라! 돈 잘벌어라! 라는 가치관을 전파하는 책을 보면 가슴이 답답해집니다.

이것이 내가 살고 있는 사회의 현실이겠지만, 그래도... 적어도 확실한 것은 훗날에라도 이런 책을 제 아이들에게 읽힐 생각은 추호도 없다는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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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태우스 2006-10-23 09:1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마시멜로 이야기에 대한 리뷰가 대부분 찬사 일색이라서 "알라딘도 이러냐?"고 한숨쉬고 있었는데요, 님의 주옥같은 리뷰를 만났군요. 잘 읽었습니다. 특히 마지막 문장이 압권이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