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요갱
박지영 지음 / 네오픽션 / 2016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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흔히 조선의 대표 기생이라면 황진이를 떠올리게 됩니다. 

시와 기예에 능했던 그녀의 일생만큼 드라마틱한 인생도 없다고 생각했는데, 그녀보다 훨씬 이전의 시기인 조선 초, 세종의 세 아들이 마음을 바쳤고, 기녀이기보다 예인에 가까운 삶을 살다간 여인. 실록에도 16번이나 이름을 올렸다는 초요갱 또한 드라마틱한 인생의 주인공이였습니다.

 

양반가의 귀한 딸로 태어났으나 억울한 누명으로 가문이 풍비박산나고, 어머니와 함께 기방에서 몸을 위탁하던 그녀는 뛰어난 재예 덕분에 평안대군과의 만남을 통해 왕실과 연을 맺으며 역사의 소용돌이 한가운데로 흘러가게 됩니다. 중요한 정치사의 폭풍 속에서도 자신만의 꽃을 피웠던 초요갱의 이야기를 읽고 있노라면, 실제 인물의 삶은 어떠하였는가 참으로 궁금할 수 밖에 없습니다. 

 

아쉽게도 검색하여 나오는 기록도 그다지 많지 않다는게 씁쓸하기만 하네요. 작가 자신도 그녀의 이야기를 따라 찾아보면서 초요갱의 삶에 대해서 많은 호기심과 궁금증, 설레임 등을 가지고 조사했을테지만 황진이만큼 다양한 기록을 가지고 있지 않은 그녀의 흔적을 따라가는건 정말 힘들고 고된 여정이 되었으리라 조심스레 예상해봅니다.

 

좀 아쉬웠던 것은 예인으로서의 초요갱의 삶에 대한 이야기가 너무 적은게 아닌가 싶더라고요. 기생이기보다 예인으로 살았다는 것에 초점을 맞춰, 그 부분에 무척 커다란 흥미를 가지고 있었는데 정작 책 이야기에서 가장 많이 다뤄진 것은 왕의 세 아들들과의 사랑과 연정에 관련된 이야기 혹은 역사적으로 가장 중요했던 정치적 사건과의 연류 이야기가 많습니다. 예인으로서의 삶이라기보다 왕의 아들을 사랑해서 오는 삶의 풍파에 더 초점이 맞춰졌다고나 할까요 … 그녀의 노력과 그녀의 재능에 대해서 가늠할 수 없던 것은 아니지만 그녀가 예인으로서 살기 위한 삶이 너무 조금 비춰진 것이 아닌가 싶기도 합니다. 

 

그래도 황진이에 버금갔던, 왕의 세 아들들을 사로잡았고 예인으로서의 삶을 살았다는 초요갱에 대해서 알게 된 것 또한 그 시대를 살피는 또 다른 즐거움이 아닌가 싶기도 합니다. 문득 그녀의 춤이 얼마나 아름다웠을까 … 곰곰이 생각해보게 됩니다. 꽃보다 그녀의 움직임이 더 아름답지 않을까 생각해보기도 합니다. 세월의 바람 속에서도 묵묵히 자신의 길을 걷고자 모진 고통도 담담이 받아들였던 그녀의 삶은 이제 하늘에서 편안히 자신의 소원을 이루며 한떨기 꽃잎처럼 춤을 추고 있지 않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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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민해도 괜찮아 - 불쾌한 터치와 막말에 분노하는 당신을 위한 따뜻한 직설
이은의 지음 / 북스코프(아카넷) / 2016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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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교를 졸업하고 처음 사회생활로 내딛는 발걸음인 첫 회사에 입사하기 전날, 나름대로 두려움에 잠을 설쳤던 기억이 있습니다. 전공을 맞춰 취업했던 곳은 이제 한창 개발이 이루어지는 택지 개발 단지의 현장 사무소였고, 제 자신을 제외한 남자분들만 있다는 것이 걱정의 근원이라면 근원이랄까? 하지만 밤잠 설쳐가며 고민했던 문제는 고민 거리가 아니였다는 것을 깨닫는데에는 그리 오래 걸리지 않았습니다. 회사의 지나친 강요 회식도 없었고, 그 흔하게 커피 타주는 심부름도 없었고, 그 때 당시 어린 나이였던 여자애의 첫 직장이라는 것을 많이 배려해주신다는 것이 느껴질 정도로 다정하고 좋았던 분위기의 회사였습니다. 남자들만의 공간에서 흔히 이뤄질법한 막말이라든가 성적 농담은 전혀 찾아볼 수가 없었던 완벽하다면 완벽할 직장이였지요. 이 첫 직장의 첫 단추를 잘 끼웠던게 좋은 출발을 알리는 신호탄이였는지 여태껏 근 10년 가까이 되는 사회생활 속에서 노골적인 성적 농담을 즐기는 상사나 동료를 전혀 만나볼 수 없었습니다.

 하지만 이 직장 생활이 학교와는 다르게 여러 사람들이 모여서 만들어진 이익 집단인지라, 여성 차별적인 성적 농담이 없다 생각했더니 막말과 차별, 갑질이 난무하더라고요. 경력이 올라갈수록 처세술도 증가하는 것 같았는데, 30대의 결혼한 여자라는 타이틀을 달고 나니까 또 다른 차별이 나타났습니다. 우리가 사는 이 땅에 차별과 막말, 갑질은 결코 사라질 수 없는 것일까요? 왜 그렇게 남의 일이라고 너무 무심하게 말을 내뱉는 걸까요? 그냥 농담으로 던진 말에 내가 너무 예민하게 굴었던 것은 아니였나? 별의별 생각을 다 해보지만 결국 내가 받은 상처는 되돌릴 수 없습니다. 그저 나는 저런 꼰대가 되지 말아야지 ... 다짐만 할 뿐이지요.

 

사회 생활이 참 재미있게도 상처가 치유된다기 보다는 잊혀지는 거고, 상처가 남겨진 자리에 또 다른 상처가 생기면서 무뎌지는 것이라 생각했습니다.  그러면서 내 자신은 강해졌다고 착각하는 별 이상한 허세도 마음 속에 담게 되었고요. 그래서 이 책이 조금 더 끌렸는지도 모르겠습니다. 처세술이나 자기 계발이라는 이름으로 '나는 이랬다.'라는 이야기에 대해서 그다지 흥미가 없었음에도 불구하고, 여자로서 받는 자잘한 상처들에 조금이나마 현명하고 잘 버틸 수 있는 방법을 찾고 싶었는지도 모르게 되었나봅니다. 마침 새 직장에서의 3개월이 어떻게 흘렀는지도 모를만큼 바쁘고, 치열했고, 차별받았고, 막말과 갑질에 상처받았던 찰나였으니까요.

 

지은이는 잘 나가는 대기업 '삼성'을 박차고 나와 변호사가 된 특이 케이스의 이력을 가지고 있습니다. 그녀가 자신이 당한 불합리한 일들을 참고 퇴사했다면 그저 평범한 직장인이 되었을텐데, 그녀는 삼성과 싸웠고 자신의 경험을 바탕으로 제 2의 인생을 찾았습니다. 평범하지 않았을 그녀의 이야기에 약간의 괴리감과 불편함을 느낀 것은 어쩌면 '질투'가 아니였을까 생각해보기도 하다가, 그녀의 말 한마디와 경험 한 자락을 읽어보며 사회 생활을 하면서 내가 받았을 불쾌한 경험에 대해서 곰곰히 생각해보게 되었습니다.꼭 사내 성추행이나 성폭력과 연관된 문제가 아니더라도, 나는 내 자신을 불편하게 하는 말들이나 우리 모두를 불쾌하게 하는 말들에서 얼마나 자유로웠나?

 

사회는 변화하고 있다지만, 사람들의 인식은 그 사회의 변화를 발 빠르게 따라가고 있지않습니다.

우리는 아직도 여전히 사회적으로 약자의 입장에서 나름의 질서를 만들어낸 강자의 폭력과 싸우고 있으며, 이것들은 쉽사리 바뀌지도 않습니다. 약자들은 늘 눈물짓고, 억울함을 호소하고 있으며, 사건의 주체가 되는 강자는 자신은 아무런 잘못이 없다는 말도 안되는 피해자 코스프레를 하고 있기도 합니다. 누가봐도 가해자가 잘못한 사실임에도 법은 가해자의 손을 들어주는 어처구니 없는 상황이 발생하기도 합니다. 그래서 약자는 더 좌절하게되고, 희망의 불씨는 사라지는 듯 하기도 합니다.

그러니 사회적 약자의 입장에서 더더욱 손을 잡고, 우리가 우리 스스로를 지킬 줄 아는 방법을 찾아야 된다고 저자는 말합니다.  그리고 그 사회적인 재도를 악용하지 못하도록 전문가에게 도움을 청하라고 합니다. 물론 그것이 쉽지 않음을 저자도 충분히 공감하고 있습니다. ​ 하지만 가만히 있어서는 아무것도 변하지 않으니, 적어도 가해자가 잘못을 뉘우치고, 앞으로 또다른 제 2의 피해가 발생되지 않도록 하기 위해서는 약자들의 용기가 필요합니다. 애초에 사건이 발행하지 않도록 배려와 예의를 갖출 필요가 있고요.  사실 이 모든게 서로에 대한 배려와 예의를 모두가 잘 갖추고 있다면 일어나지 않았을 일인데 말이죠.

 

앞으로의 사회 생활에 어떤 파도가 불어올지 예측할 수 없습니다.

하지만 여자의 입장에서, 또 다른 약자의 입장에서, 내가 불합리한 터치와 갑질과 말들에 유려하게 대처하고 더 큰 일이 일어나지 않도록 우리 스스로 대처할 수 있는 선을 그어야 할 필요가 있습니다. 우린 결코 나약해질 필요도 없고, 여자이자 약자라는 입장에서 약자로 불릴 필요도 없으니까요. 적어도 우리 다음 세대의 여자들이 조금은 더 자유롭고, 당당히 경쟁할 수 있는 사회를 위해서라면 우리가 불합리한 현실에 당당히 맞설 필요는 있지 않을까요?

 

비록 오늘받은 상처에 소심하게 대응하더라도, 내일의 작은 한걸음은 또 다른 미래를 보여줄테니까요. 그리고 그 작은 한걸음에 또 다른 더 큰 용기를 낼 수 있을테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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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왕조실톡 2 - 조선 패밀리의 활극 조선왕조실톡 2
무적핑크 지음, 와이랩(YLAB) 기획, 이한 해설 / 위즈덤하우스 / 2015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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녹색창 웹툰에서 매주 수, 일요일 만날 수 있는 조선왕조실톡!

1권 조선 패밀리의 부활을 너무 재미있게 읽었고, 매일 매주 챙겨볼 정도로 애정하는 웹툰, 조선왕조실톡 2권이 출간되었습니다.  2016년 새해 처음으로 완독한 책이 이 책이라 더욱 반갑기 그지없네요. 새해부터 역사 공부, 참 재미나죠?

 

1편이 조선 패밀리의 부활의 주제로 건국부터 연산군 이전까지의 이야기를 그려냈다면, 2권은 조선 패밀리의 활극편으로 연산군 이후 중종부터 왜란 패밀리인 선조와 광해군까지의 이야기를 담아내고 있습니다. 무심결게 지나쳤던 중종에서 인종, 명종에 대해서 세세하게 알 수 있었던 것은 물론, 영화나 드라마에서 재조명되었던 광해군과 선조에 대한 이야기를 그려내고 있습니다. 웹툰이 각각 왕들의 에피소드별로 구성되어 나열되어 있다면, 출간된 조선왕조실톡은 연대기로 나열되어 있어 좀 더 진지하고 집중적으로 그 시대의 사건에 대해 알 수 있다는 점이 좋더라고요. 더불어 가장 좋아하는 "실톡 돋보기"를 통해 웹툰으로 다른 사건에 대해서 실록의 관점으로 재조명하니 재미와 역사 공부를 일석 이조로 잡아내었다는 사실!

 

이 책이 가장 마음에 드는건 예전에 조선왕조실록 읽으면서 흐느적 거리며 그냥 넘어갔던 부분을 좀 더 집중해서 볼 수 있다는 점이 제일 마음에 듭니다. 그 방대하고 촘촘했던 역사 기록을 읽겠다고 시도한 것은 좋았으나, 인상 깊은 왕들(세종이나 연산군, 숙종 등 드라마에서 자주 다뤄지던 왕들이죠.)만 열심히 읽었을 뿐이였거든요. 게다가 읽고 나서도 머리 속에 남지 않았다는게 가장 큰 함정이라면 함정. 그런 의미로라면 조선왕조실톡은 머릿속에도 잘 들어오고, 기억에도 남아서 역시 두고두고 읽을만한 책입니다.

 

개인적으로 3권도무척 기대됩니다.

광해군 이후 숙종, 영조, 정도 등의 역사에 이름 깊게 남겨주신 왕들이 아직 많이 남아계시니까요.

과연 이후 왕들의 모습은 어떻게 그려질 수 있을지, 벌써부터 3권의 내용이 궁금해집니다. 그 궁금함은 웹툰을 챙겨보는 것으로 달래야 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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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울 나라의 앨리스 - 앨리스의 끝나지 않은 모험, 그 두 번째 이야기 인디고 아름다운 고전 시리즈 23
루이스 캐럴 지음, 정윤희 옮김, 김민지 그림 / 인디고(글담) / 2015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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많은 사람들에게 사랑받았던 꿈과 모험 세계로 여행을 떠나는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의 두번째 이야기, 인디고의 아름다운 고전 시리즈 중에 하나인 루이스 캐럴의 [거울 나라의 앨리스] 입니다. 피터팬처럼 하늘을 나는 것도 아니고, 바다 건너 먼 나라를 떠나 액티비티한 모험을 즐기는 것과 다르게 호기심많고, 새침떼기에, 상상의 나래를 곧잘 펴는 앨리스의 거울 나라 모험 이야기를 그리고 있습니다.  그나저나 항상 볼 때마다 소장 욕구를 불러일으키는 인디고의 아름다운 고전이 벌써 23번째 이야기라니!!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와 연작으로 함께 본다면 더욱 재미있으리라 생각해 봅니다.

 

 

말썽쟁이 아기 고양이와 한가로운 오후 시간을 보내던 앨리스는 문득 우리의 모든 풍경을 정 반대로 비춰주는 거울 저너머 뒤편에 훨씬 더 따뜻하고 신비로운 모험의 나라가 있을 거라고 생각합니다.  그녀의 생각을 읽기라도 한 듯 말랑말랑해지고 뿌옇게 흐려진 거울 속으로 서서히 빠져들어간 앨리스는 거울 속 상상력이 톡톡 튀는 나라로의 여행을 시작하게 되는데요,  체스판 위의 말이 된 하얀 여왕과 붉은 여왕, 트위들덤과 트위디들, 험프티 덤프티, 사자와 유니콘, 하얀 기사들까지 거울 나라의 신비한 모험은 아직 끝나지 않았습니다.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는 워낙 널리 알려진 동화인데다가, 영화로도 만들어지고, 다양한 게임 세계나 여러 생활 속에서 모티브로 이용이 많이 되었기에 친숙한 반면, [거울 나라의 앨리스]는 이번에 처음 만나는 이야기입니다. 작고 어린, 이제 7살 반의 생애를 살아온 그녀의 머리 속에는 얼마나 커다란 호기심의 세상이 가득하기에 이런 상상을 하는 것일까요? 그녀의 상상력이 가끔 피곤하기도 하지만, [거울 나라의 앨리스]는 소녀다운 앨리스의 상상력을 한껏 맛볼 수 있는 재미난 모험기입니다. 앨리스의 상상력이 피곤하다고 언급했을만큼 실제로 책을 읽는 동안에도 괜한 앨리스의 호기심이 저에겐 살짝 피곤함을 안겨주기도 했습니다. (저는 앨리스의 순수한 상상력을 따라갈 수가 없는가봐요. ^ ^::)


하지만 그녀의 무한한 상상력은 부러움과 감탄의 연속입니다. 

언제든지 떠나고 싶을때, 이 지도에 없는 세계로의 모험은 불안하지만 두근거리고 신비로운 모험일테니까요. 게다가 그녀는 용감합니다. 오히려 더 많은 모험을 위해 한 걸음 내딛는 열정을 아끼지 않으니까요. 지금의 어른들에게 필요한 것은 언제든 떠날 수 있는 그 작은 용기일텐데 말이죠.


읽는 동안 단어의 변화를 주면서 이야기를 나누는 대화가 많아서 그런지, 제대로 해석도 못할거면서 문득 영문으로 만나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어린 왕자]가 영문판으로 나왔던 것 처럼, [거울 나라의 앨리스]도 영문판으로 나온다면 아마도 그 단어 하나하나가 주는 원본의 재미를 고스란히 느껴볼 수 있지 않을까요? 물론 번역본의 대화들이 그런 재미를 못느끼게 하는 것은 아닙니다. 오히려 7살이 된 앨리스와 그녀의 상상 속에 나온 모든 것들이 나누는 대화는 놀라움의 연속이였으니까요.

 


명불허전 인디고 고전.

어른들의 동화다운 아름다운 일러스트로 우리를 또 다른 모험의 세계로 보내주고 있습니다.

떠나고 싶어도 떠나지 못하는 어른들을 위해서 ... 세계 여행도 좋지만 조금 다른 상상의 나라 속 앨리스가 여왕인 거울 속 여행은 어떨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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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옹 혹은 라이스에는 소금을
에쿠니 가오리 지음, 신유희 옮김 / (주)태일소담출판사 / 2015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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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랜만에(?)만나는 에쿠니 가오리의 신간입니다.

출간 된다는 소식을 듣고 어찌나 가슴이 두근거렸던지! 오랜만에 만나는 그녀의 이야기는 늘 저를 두근거리게 만들거든요. 그런데 책을 받아보고는 우선 놀랐습니다. 양장본으로 단정한 책일거라 생각했는데, 생각지도 않은 일반 제본에 두께도 나름 두꺼워서, 도대체 이 이야기는 어떤 이야기이길래 그녀가 펜을 열심히 흘려 내려갔던가 - 궁금했습니다. 그녀의 책은 거의 양장본에 두께가 두꺼워 질 것 같으면 상, 하 권으로 나뉘어서 출간되었으니까요. 이런 고정 관념은 참 무서운 것이라고 생각하게 되었습니다. 그런데 이 책을 읽다보니 참 여러가지 의미로 제 고정관념을 산산히 부서주고 있더라고요.


<포옹 혹은 라이스에는 소금을>이라는 조금 독특한 제목의 이야기는 고풍스러운 저택에 살고 있는 야나기시마 일가에 대한 이야기입니다. 지금은 보기 드물게 할아버지 세대와 아버지 세대, 손자 세대까지 3대가 한 집에 살고 있고, 기본 교육 과정이라 불리는 초/중/고등학교에 보내지 않으며, 아이 넷 가운데 둘은 아버지나 어머니가 다릅니다. 3대에 걸친 가족의 시간을 넘나들며 그들의 비밀을 묘하게 바라볼 수 있는 이야기이지요. 실제로 이야기는 아이들과 어른들의 시간을 뒤죽박죽 넘나들며 진행되고 있습니다. 과거에서부터 현재까지 - 그렇게 흘러온 시간만이 야나기시마 일기를 이어주고 있다는 것을 증명하듯이 말입니다.


우선 언제나 감탄하는 그녀의 문장. 늘 그렇듯 단정하고 청초한 문장의 연속입니다.

제가 참 좋아하는 문장들의 연속이라, 그녀의 책을 읽다보면 저도 모르게 행동이 그 문장을 닮아가기 마련인데 이번에는 쉬이 집중할 수 없는 혼돈을 주더랍니다. 내 위치가 변해서 그런 것인지, 아니면 야나기시마 일가의 생활을 오롯이 바라볼 수 없어서 그런 것인지 이유는 아직도 잘 모르겠지만, 따뜻해보이는 이 가족 뒤에 숨겨진 비밀은 내 자신을 불편하게 했습니다. 제가 생각하는 가족이란 개념과 참으로 많이 달라서 그런 것일까요?

 

어찌보면 내가 너무 '가족'이라는 개념을 안일하고 무심하게 생각했는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내 부모님도 내가 나의 반쪽을 만났던 것처럼 다른 누군가의 상태에서 만남을 가지고 새로운 가족을 꾸려나갔을텐데 그 사실에 너무 무심했던 것이 아닌가 싶기도 하면서, 내가 모르는 부모님 세대의 사건들은 무엇이 있을지 내심 궁금해졌습니다. 물론 저는 그 분들의 흘러간 시간에 대해서 100% 알 수 없을겁니다. 저의 시간을 그 분들이 100% 모르는 것 처럼 말이죠.


참 할 말이 많은 소설이고, 내가 배웠던 전통적인 윤리관과는 이해가 안되면서도 차츰 이해가 되었던 소설이기도 했으며, 지금 내 위치에 있을때 그동안 납득해왔던 에쿠니 가오리의 소설치고 읽으면서 부담을 느꼈던 첫번째 소설이기도 합니다. 대체 무엇일까 고민해보고 있자니 내 자신의 위치가 변했기 때문인가도 싶은데 이것도 확실하지 않더군요. 여러가지 의미로 그녀의 소설 치고는 다양한 의미와 감상을 남겨준 책이기도 했습니다. 혹시 이 책을 읽으신 당신은 어떤 느낌이였나요?


다른 것들은 몰라도 한 가지만은 확실했습니다.

야나기시마 가족에 대한 여러가지 이야기들을 두서없이 읽고 나니, '가족'이라는 구성원 자체가 기적같다는 생각이 묘하게 들었습니다.  피를 나누었다는 이유 하나만으로 가풍을 공유하고, 삶의 일부를 나누는 사람들이 모인 이 곳 ... 전혀 다른 삶을 살던 두 사람이 만나 후손을 만들어 나간다는 기적.  시대가 바뀌면서 그 형태는 점차 변화할 것이고 모습도 달라지겠지만, 앞으로도 서로 다른 삶을 살던 두 사람이 만나 자신의 반을 닮은 아이를 낳거나, 또 다른 사람들을 가족으로 받아들여 가는 일은 변함이 없을 것 임에는 분명합니다. 그것이야말로 우리가 누릴 수 있는 인생의 가장 큰 기적임에는 분명할테니까요.



 

PS.

- 에쿠니 가오리 소설에서 나오는 불륜들에 대해서는 어지간히 용납(? 독자의 생각은 자유니까요.) 하는 편이였는데, 제 위치가 변해서 그런지 이 책의 사건들에 대해서는 용납이 안되다가도 용납이 되는 오묘함이 있었습니다.  그래서 다시 그녀의 소설 몇 권을 읽어보았어요. 그런데 신기한 것은 이 책에서 거부감을 보였던 내 자신이 다른 소설에서는 전혀 그런 모습을 보이지 않는 다는 것입니다. 이 책을 옛날에 읽었더라면 또 느낌이 달라졌을까요?

- 캐릭터가 많아지면 많아질수록 호불호가 갈리는 캐릭터 또한 많아집니다. 물론 개중에는 생각이 바뀌는 캐릭터도 있지만 끝까지 매력적인 캐릭터를 꼽으라면 기리 삼촌과 리쿠코였던 것 같아요. 어릴때의 리쿠코의 되바라지고 세상을 다르게 보는 모습이 마음에 들었던 것과 더불어 자유분방함을 온 몸으로, 온 단어로 표출하던 기리 삼촌은 정말 매력적이고 보는 내내 즐거움이 넘치는 캐릭터였어요.

- 이렇게 따지고 보면 리쿠코의 엄마인 기쿠노와 아빠 도요히코는 숱한 연애빙자 로맨스(?)를 남겼음에도  불구하고 가장 마음에 들지 않았던 캐릭터였습니다. 하지만 가족이라는 이름 아래 부부가 된 두 사람은 최고의 파트너가 아니였는가 싶기도 해요. 삶에 있어서 각자의 방식으로 너무나 대범하기도 했던 그들을 저는 끝까지 이해 수는 없을 것 같아요.

- 더 재미있는 사실은 가장 최악의 캐릭터라고 생각하는 기쿠노가 자신의 동생인 기리, 유리와 함께 보내는 삶은 아이러니하게도 가장 부러운 이상향으로 보여지더라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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