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옹 혹은 라이스에는 소금을
에쿠니 가오리 지음, 신유희 옮김 / (주)태일소담출판사 / 2015년 9월
평점 :
절판


오랜만에(?)만나는 에쿠니 가오리의 신간입니다.

출간 된다는 소식을 듣고 어찌나 가슴이 두근거렸던지! 오랜만에 만나는 그녀의 이야기는 늘 저를 두근거리게 만들거든요. 그런데 책을 받아보고는 우선 놀랐습니다. 양장본으로 단정한 책일거라 생각했는데, 생각지도 않은 일반 제본에 두께도 나름 두꺼워서, 도대체 이 이야기는 어떤 이야기이길래 그녀가 펜을 열심히 흘려 내려갔던가 - 궁금했습니다. 그녀의 책은 거의 양장본에 두께가 두꺼워 질 것 같으면 상, 하 권으로 나뉘어서 출간되었으니까요. 이런 고정 관념은 참 무서운 것이라고 생각하게 되었습니다. 그런데 이 책을 읽다보니 참 여러가지 의미로 제 고정관념을 산산히 부서주고 있더라고요.


<포옹 혹은 라이스에는 소금을>이라는 조금 독특한 제목의 이야기는 고풍스러운 저택에 살고 있는 야나기시마 일가에 대한 이야기입니다. 지금은 보기 드물게 할아버지 세대와 아버지 세대, 손자 세대까지 3대가 한 집에 살고 있고, 기본 교육 과정이라 불리는 초/중/고등학교에 보내지 않으며, 아이 넷 가운데 둘은 아버지나 어머니가 다릅니다. 3대에 걸친 가족의 시간을 넘나들며 그들의 비밀을 묘하게 바라볼 수 있는 이야기이지요. 실제로 이야기는 아이들과 어른들의 시간을 뒤죽박죽 넘나들며 진행되고 있습니다. 과거에서부터 현재까지 - 그렇게 흘러온 시간만이 야나기시마 일기를 이어주고 있다는 것을 증명하듯이 말입니다.


우선 언제나 감탄하는 그녀의 문장. 늘 그렇듯 단정하고 청초한 문장의 연속입니다.

제가 참 좋아하는 문장들의 연속이라, 그녀의 책을 읽다보면 저도 모르게 행동이 그 문장을 닮아가기 마련인데 이번에는 쉬이 집중할 수 없는 혼돈을 주더랍니다. 내 위치가 변해서 그런 것인지, 아니면 야나기시마 일가의 생활을 오롯이 바라볼 수 없어서 그런 것인지 이유는 아직도 잘 모르겠지만, 따뜻해보이는 이 가족 뒤에 숨겨진 비밀은 내 자신을 불편하게 했습니다. 제가 생각하는 가족이란 개념과 참으로 많이 달라서 그런 것일까요?

 

어찌보면 내가 너무 '가족'이라는 개념을 안일하고 무심하게 생각했는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내 부모님도 내가 나의 반쪽을 만났던 것처럼 다른 누군가의 상태에서 만남을 가지고 새로운 가족을 꾸려나갔을텐데 그 사실에 너무 무심했던 것이 아닌가 싶기도 하면서, 내가 모르는 부모님 세대의 사건들은 무엇이 있을지 내심 궁금해졌습니다. 물론 저는 그 분들의 흘러간 시간에 대해서 100% 알 수 없을겁니다. 저의 시간을 그 분들이 100% 모르는 것 처럼 말이죠.


참 할 말이 많은 소설이고, 내가 배웠던 전통적인 윤리관과는 이해가 안되면서도 차츰 이해가 되었던 소설이기도 했으며, 지금 내 위치에 있을때 그동안 납득해왔던 에쿠니 가오리의 소설치고 읽으면서 부담을 느꼈던 첫번째 소설이기도 합니다. 대체 무엇일까 고민해보고 있자니 내 자신의 위치가 변했기 때문인가도 싶은데 이것도 확실하지 않더군요. 여러가지 의미로 그녀의 소설 치고는 다양한 의미와 감상을 남겨준 책이기도 했습니다. 혹시 이 책을 읽으신 당신은 어떤 느낌이였나요?


다른 것들은 몰라도 한 가지만은 확실했습니다.

야나기시마 가족에 대한 여러가지 이야기들을 두서없이 읽고 나니, '가족'이라는 구성원 자체가 기적같다는 생각이 묘하게 들었습니다.  피를 나누었다는 이유 하나만으로 가풍을 공유하고, 삶의 일부를 나누는 사람들이 모인 이 곳 ... 전혀 다른 삶을 살던 두 사람이 만나 후손을 만들어 나간다는 기적.  시대가 바뀌면서 그 형태는 점차 변화할 것이고 모습도 달라지겠지만, 앞으로도 서로 다른 삶을 살던 두 사람이 만나 자신의 반을 닮은 아이를 낳거나, 또 다른 사람들을 가족으로 받아들여 가는 일은 변함이 없을 것 임에는 분명합니다. 그것이야말로 우리가 누릴 수 있는 인생의 가장 큰 기적임에는 분명할테니까요.



 

PS.

- 에쿠니 가오리 소설에서 나오는 불륜들에 대해서는 어지간히 용납(? 독자의 생각은 자유니까요.) 하는 편이였는데, 제 위치가 변해서 그런지 이 책의 사건들에 대해서는 용납이 안되다가도 용납이 되는 오묘함이 있었습니다.  그래서 다시 그녀의 소설 몇 권을 읽어보았어요. 그런데 신기한 것은 이 책에서 거부감을 보였던 내 자신이 다른 소설에서는 전혀 그런 모습을 보이지 않는 다는 것입니다. 이 책을 옛날에 읽었더라면 또 느낌이 달라졌을까요?

- 캐릭터가 많아지면 많아질수록 호불호가 갈리는 캐릭터 또한 많아집니다. 물론 개중에는 생각이 바뀌는 캐릭터도 있지만 끝까지 매력적인 캐릭터를 꼽으라면 기리 삼촌과 리쿠코였던 것 같아요. 어릴때의 리쿠코의 되바라지고 세상을 다르게 보는 모습이 마음에 들었던 것과 더불어 자유분방함을 온 몸으로, 온 단어로 표출하던 기리 삼촌은 정말 매력적이고 보는 내내 즐거움이 넘치는 캐릭터였어요.

- 이렇게 따지고 보면 리쿠코의 엄마인 기쿠노와 아빠 도요히코는 숱한 연애빙자 로맨스(?)를 남겼음에도  불구하고 가장 마음에 들지 않았던 캐릭터였습니다. 하지만 가족이라는 이름 아래 부부가 된 두 사람은 최고의 파트너가 아니였는가 싶기도 해요. 삶에 있어서 각자의 방식으로 너무나 대범하기도 했던 그들을 저는 끝까지 이해 수는 없을 것 같아요.

- 더 재미있는 사실은 가장 최악의 캐릭터라고 생각하는 기쿠노가 자신의 동생인 기리, 유리와 함께 보내는 삶은 아이러니하게도 가장 부러운 이상향으로 보여지더라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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