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쪽 거실
배수아 지음 / 문학과지성사 / 2009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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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인적으로 2010년도 이상문학상 작품집 우수상 수상작들 중 가장 눈에 띄는 작품은 배수아의 〈무종〉이었다. 어떻게 이토록 밀도높은 언어와 감각으로 채운 문장들을 구사할 수 있는지, 황홀한 기분으로 그녀의 문장들을 읽었다. 그래서 《북쪽 거실》을 구입해 읽게 되었다. 한유주의 《달로》와 비슷하면서도 또다른 느낌.  

이 작품에서 서사는 거의 파괴된 듯 보인다. 서사가 진행될 여지가 조금이라도 보일라치면 곧바로 다른 인물의 시점이나 다른 시공으로 뛰어넘거나 자유 연상이 꼬리에 꼬리를 물고 이어나가는 식이다. 물론 수니가 정체불명의 수용소에 자발적으로 갇혔다가 7년이 지나 옛 애인 희태에게 돌아왔다가 며칠 지나지 않아 사라진다는 내용이 있긴 한데 별 중요한 의미는 없어 보인다.  

몽환적으로 온갖 감각적 심상들을 극대화시키는 시적 언어들이 밀도 높게 밀려왔다가 사라지는 문장, 문장, 문장들. 보통 소설을 읽으면 서사에 집중하므로 문장이 상실되기 마련인데 이 작품은 문장에 집중해서 읽게 된다. 그리하여 페이지를 넘겨가며 시를 노래하듯 입 속으로 언어를 굴려가며 문장을 읽어 내려가며 페이지를 넘기다 보니 어느덧 마지막 페이지에 다다라 있었고, 마지막 문장을 읽는 순간이 영원하길, 그 마지막 문장을 다 읽어 내려간 순간 이 작품을 덮고 꿈에서 깨어나게 된다는 사실이 아련하고 슬피 느껴질 정도로 탐욕스럽게 문장을 읽어내려가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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