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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난 서울 - 미래를 잃어버린 젊은 세대에게 건네는 스무살의 사회학
아마미야 카린, 우석훈 지음, 송태욱 옮김 / 꾸리에 / 2009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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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과 일본은 바다를 사이에 둔 이웃이다. 부산항에서 쾌속선을 타면 3시간 후에 후쿠오카항(하타카항)에 도착한다. 지척에 있지만 두 나라 사이에는 바다보다 너른 마음의 ‘거리’가 존재한다. 화해는 쉽지 않고 앙금은 가라앉지 않는다. 한국인에게 일본은 ‘가깝고도 먼 나라’였다. 그 막막한 거리를 좁혀줄 징검돌 3권을 소개하고자 한다.

 

새벽녘 통영에서 잡힌 갯장어는 그날 저녁 교토의 식탁에 오른다. 《한일 피시로드-흥남에서 교토까지》(다케쿠니 도모야스, 오근영 역, 따비, 2014)는 한일 간의 어업 교류를 다룬 책이다. 저자는 방대한 현장 조사와 인터뷰로 한국과 일본이 ‘생선’을 주고받은 역사를 짚어간다. 일본인은 붉은 살 생선을 선호하고, 한국인은 흰 살 생선을 좋아한다. 두 나라는 바다를 오가며 필요한 생선을 주고받았다. 자갈치 시장의 아주머니, 교토 초밥집의 여주인은 살이 탱탱하고 맛깔난 생선으로 엮인다. 명태와 넙치가 오가고 일본인과 한국인이 만난다. 저자는 이처럼 바다를 매개로 펼쳐진 두 나라 사이의 네트워크를 탐색한다. 아주 오랜 옛날부터 두 나라는 필요한 것, 모자란 것을 주고받은 이웃이었다.

 

라면과 라멘은 형제였다. 《라면이 바다를 건넌 날》(무라야마 도시오, 김윤희 역, 21세기 북스, 2015)에는 한국과 일본에서 라면을 만들려고 고심한 사람들의 이야기가 대화를 나누듯 번갈아 등장한다. 최초로 인스턴트 라면을 출시하기까지, 일본 묘조 식품은 면발 뽑기, 용기 개발, 스프배합기술 등등 모든 과정에서 고군분투했다. 삼양 식품은 라면 공장을 세우고 생산에 이르기까지 수많은 고개를 넘어야 했다. 묘조 식품은 삼양라면에 고생 끝에 개발해낸 라면 제작 기술을 전해준다. 전쟁 후에 굶주린 사람들에게 싸고 푸짐한 음식을 전하려는 뜻에, 마음을 더한 것이다. 책의 말미에는 묘조 식품 회장이 보낸 마지막 편지가 실려 있다. “우리의 만남을 감사하는 의미로 자그마한 선물을 준비했습니다. 스프 배합표입니다.” 꼬불꼬불하고 기다란 면발은 한국과 일본을 잇는다.

 

우리는 한국인도 아니고, 일본인도 아니다. 불안한 젊음일 따름이다. 《성난 서울》(우석훈, 아마미야 카린, 송태욱 역, 꾸리에, 2009)은 한국 사회학자와 일본 사회운동가가 함께 펴낸 책이다. 비정규직 비율이 37~38%에 이르는 일본은 24세 이하의 청년 두 사람 중 한 사람은 비정규직이다. 한국은 OECD 국가 중 비정규직 비율 단연 1위이며 20대의 절반이 무직이다. 두 나라의 20대는 슬프게도 닮은꼴이다. 한국 사회학자와 일본 사회운동가는 양국을 오가며, “위협받지 않고 일하며 살 수 있는 사회”를 위한 희망과 연대의 가능성을 모색한다. 한국의 ‘백수전국연합’과 일본 백수 모임 ‘다메렌(だめ聯)’이 만난다. 일본 사회학자는 문래동 예술촌과 수유+너머에서 공존의 실마리를 찾고 일본 ‘프레카리아트(불안정한 precarious 프롤레타리아트)는 한국 젊은이의 목소리에 힘을 실어준다. 만국의 젊은이여 단결하라. 희망과 연대의 공동체로 뭉치자. 길을 찾는 사람들은 서로의 길잡이가 되어준다.

 

이양지의《유희》에서 재일 조선인 유희는 고국을 찾으러 한국에 오지만 두 나라 사이에서 갈팡질팡하다 일본으로 돌아간다. 유희는 “저는 이 집에 있었던 거예요. 이 나라가 아니라 이 집에.”라며 민족과 민족, 국가와 국가가 아닌, ‘개체(個體)’의 만남에 의미를 둔다. 바다를 단번에 건널 순 없다. 하지만 하나하나의 징검돌은 거리를 좁혀준다. 생선은 국적도 국경도 없다. 라면 국물은 어디서 먹든 뜨뜻하다. 절망은 다른 절망에 손을 내민다. 한국과 일본 사이의 거리에서 비틀거리던 유희가 의지했던 건 ‘말의 지팡이’였다. 백지 위에 검은 활자가 저자와 독자를 잇듯, 책은 바다 양편의 사람들을 이어주는 징검돌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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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유는 번역될 수 있는가
이혜승 지음 / 한국학술정보 / 2010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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번역의 탄생- 한국어가 바로 서는 살아 있는 번역 강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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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어 통번역사전
우기홍 지음 / 넥서스Japanese / 2007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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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정효의 오역 사전- 당신을 좋은 번역가로 만드는 깐깐한 번역 길라잡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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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머 엘드리치의 세 개의 성흔 필립 K. 딕 걸작선 5
필립 K. 딕 지음, 김상훈 옮김 / 폴라북스(현대문학) / 2011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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총 13장

 명왕성까지 우주선이 오가고, 지구는 불덩어리, 행성 식민지를 개척하고 미래를 예견하는 사람이 회사 제품 개발부에서 일하고, 환각제를 나돌고 (자본주의에 대한 환멸, 결국 우주를 점령하는 건 회사.)
--환각제로 불러들인 '환상'들과
  예언과 실현(소설에서 복선과 사건)이 이 소설의 묘미 중 하나. 

이 소설의 주제는 '환멸'과 '재생의 욕구'가 아닐까 싶다.
삶의 파산, 불모성을 직면하고 어떻게 살아갈 것인가?
때론 '환각제'에 몸을 기대고(이생이 아닌 저생)  
종교를 믿고, (영생)
더 높은 지위를 꿈꾸고(배신과 성공) 
무생물화 욕구(돌이 되고 싶다)
화성으로 이주. (끝의 시작)
번식 (자신을 영원히 존속시키고자)
융합 (모든 자의식을 버림, 공동체와 합치)

허무에서 벗어나려는 안간힘들.
작가 필립 K. 딕의 이력을 봐서 그럴지도 모르겠다. (그의 삶은 잿더미--불씨 찾기--잿더미가 반복되는 화재 현장 같았다.) 
명왕성에 가든, 화성에서 밭을 일구든 사람의 마음과 상황은 그다지 바뀌지 않는다.
어디서든, 언제든 결국 '어떻게 살아가야 할까'만큼 중요한 질문은 없는 듯.

책이 시작되기 전, 짤막한 제사에 등장한다. (심상하게 읽었는데, 이 책의 주제와 '스포일러'가 담겼다)

그러니까, 결국 인간은 흙으로 빚은 존재에 불과하다는 걸 염두에 둬야 해. 애당초 근본부터 그 모양이었으니까. 크게 기대할 게 없다는 뜻이야. 하지만 그걸 감안한다면 바꿔 말해서 시작이 그렇게 미천했던 것치고는 그럭저럭 잘해왔다고 봐야 해. 따라서 우리가 지금 직면한 이 중대한 위기조차도 결국은 타개할 수 있다는 게 나의 개인적인 신념일세. 무슨 뜻인지 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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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쓰카 에이지 - 순문학의 죽음, 오타쿠, 스토리텔링을 말하다
오쓰카 에이지.선정우 지음 / 북바이북 / 2015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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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쓰카 에이지, 선정우 지음, <<순문학의 죽음, 오타쿠, 스토리텔링을 말하다>>, 북바이북, 2015.  

오쓰카 에이지와 선정우가 6개의 주제를 두고 대담한 내용을 정리한 책이다.

출판 문화의 변화 양상, '피해자 의식'. 한일 문화의 비교, 작가에게 프로파간다의 문제 등이 흥미로웠다.


대담 주제는 다음과 같다.


​1. 철학하는 오타쿠에서 소비하는 오타쿠로

 -오타쿠가 '크리에이터'에서 '유저'로 변하여 오타쿠 문화가 종언을 앞뒀다.

  (생산자들이 오타쿠 취향의 작품을 생산하고, 유저들은 하나의 작품을 소비하면 다른 작품으로 이동하여 그 타이틀을 소비할 따름.)

  

 

2. 문화는 국경을 넘는다.

  문화는 국경을 넘는 순간, 원래의 문화에서 단절되어 무국적이 되고 때에 따라서는 그 나라에 뿌리를 내리게 되는 경우가 발생한다.(일본화된 한국음식, 한국에서 일본문화의 수용방식)  


 

3. 스토리 작가, 만화가 그리고 편집자

  일본에서 편집자는 '프로듀서'역할(--현재 약화됨.)

  원작(스토리)를 만드는 방식은 다양화. (각본 형태, 소설 형식 등등)

  *창작자의 자기 프로듀서

   -일본에는 작법서가 드물다, 그 까닭은?

    (미국은 다문화, 다언어국이므로 언어와 문화가 다른 창작자끼리 함께 작업할 공동된 방법론이 필요했다. 반면 전후의 일본은 자신들이 단일민족이라는 신화를 갖기 시작하면서 타자에 대한 설명방법을 여러 가지 의미로 잃어버렸다. 방법론을 언어화하려는 의지 자체가 부족. 방법론이란 타자에게 자기 표현의 본질을 설명하는 것)

   -언어화하지 않았지만 방법론은 존재했다는 말이군요.

    비언어화의 이유: 만화 자체가 일본에서는 '모국어'화(자연스럽게 습득), 방법론을 신비화하려는 경향 ​  

 

4. 스튜디오 지브리의 힘 (창작과 프로파간다의 관계)
  -프로파간다와 창작의 관계 '재미 있는 것을 만든다'는 것 외에 모든 정치적 입장에 대해 프로파간다에 되어서는 안 된다는 책임.

 -스튜디오 지브리의 힘

  1)자기 비평. (미야자키 하야오와 다카하타 이사오가 서로를 비판. <반딧불의 묘>와 <토토로> 는 모든 면에서 정반대. 반딧불의 묘는 토토로에게 찬물을 끼얹는 작품. 고양이 버스 대신 두 남매에게 찾아오는 건 전투기. 전차를 타고 죽을 곳을 찾아감 등)

 "(85)스튜디오 지브리가 무시무시한 건 미야자키 하야오와 다카하타 이사오 두 감독이 서로에게 비판적이기 때문입니다."

 2) 상상력의 터부가 없다. 3.11 이후 암묵적인 동의를 깨고 멸망한 도쿄의 모습을 그림, <코쿠리토 언덕에서> 한국전쟁 LST 그림,

  "표현해야 할 건 반드시 표현한다. 하지만 그것이 어떤 형태로든 프로파간다는 아니었다."

--지브리와 프로다간다의 연관성----수용자의 윤리성


  * 관객이나 독자 등 '수용자'의 윤리성. 작가에게 정치적이 되라거나 사회적이 되라는 식의 말은 많이 하지만 사실은 수용자야말로 윤리적이어야 하는 것입니다. 수용자가 사회적이고 윤리적이면 그 어떤 프로파간다도 성공할 수 없게 되는 겁니다. 자기 내면에 윤리성이 없을 때 타인의 프로파간다에 휩쓸러 가거나 아니면 프로파간다를 비판하게 되는 겁니다.

--지브리는 관객에게 윤리적이 되기를 요구합니다. 지브리가 미움 받는 이유는 그런 엄격한 메시지 때문인 것이죠.


 ​ 

5. 철학과 프로파간다.

 <공각기동대 S.A.C 세컨드 기그> : 일본의 외국인 노동자 대우에 대한 비판 내용 --욕먹음

 <반딧불의 묘> 일본에서는 좌익이란 비판, 한국에서는 피해자 의식이 드러난 우파적 작품이라고 비판.

 <코드 기어스>는 가상의 일본이 미국의 식민지가 되는 내용. 일본에서는 자학사관, 한국에서는 가해자로서의 일본을 희석화시키려는 시도로 비침. 

 

 프로파간다와 예술가

 (109)프로파간다라는 것은 누군가의 입장에 서서 누군가를 대변하는 행위입니다. 만약 한국인들이 자국을 사랑하여, 한국을 사랑하는 마음으로 만화를 만든다면, 그것은 프로파간다가 아닙니다. 그러나 만약 애국심을 고취하려는 정부 방침이 존재하고 그 방침에 얹혀가려는 식으로 만화를 만든다면 그것은 프로파간다입니다. (110)본래 서브컬처는 세상의 모든 것을 의심할 수 있다는 것을 독자에게 보여주어야 합니다. (111)저는 서브컬처가 정치적일 필요는 있다고 봅니다. 하지만 여기서 말하는 '정치적'이란 의미는 어디까지나 정치에 대해서 비평적이어야 한다는 것입니다. 정치적 주장을 해야 한다는 것이 아니라, 정치에 대한 비평이 되어야만 '정치적'이라고 할 수 있다는 겁니다.

  (,.)독자가 가공의 세계 속에 틀어박혀 놀 수 있다는 거죠. 하지만 거기에 찬물을 끼얹는 이질적인 요소를 집어넣는 행위, 그게 바로 '크리에이터 비평'입니다. (113)판타지 혹은 가공의 세계를 통해 독자나 관객을 현실이라는 '꿈'에서 깨게 만드는 것, 그게 바로 우리의 비평입니다.

 

   

6. 피해자 의식과 정치적 보수화

  (128)일본의 넷우익들은 한국이나 중국을 비난하는 이유 중 하나가 자신들이 탄압을 받고 있기 때문이라고 합니다. 일본 정부나 매체는 실은 한국이나 중국의 영향력 아래 있고 한류 열풍도 특정 대기업이나 한국 정부의 지원급으로 억지로 만들어졌다는 논리. 넷 우익은 그런 비밀을 알기 때문에 비난을 하지만, 일반 대중들은 그걸 몰라 준다.(..)실제로는 혐한이라기보다는 일본 내의 좌우파 논쟁에 한국을 이용하려는 것일 뿐.

  재특회(재일 특권을 용서하지 않는 모임) 특권을 가진 재일교포에 대한 비판. 특권이라면 오히려 일반대중이 '마이너리티'보다 더 많이 갖고 있음이 분명한데도 말입니다.

  그들은 마이너리니티에 대한 보호 정책조자 '특권'이라고 비판하고 정부의 지원을 받는 계층을 '놀고 먹는다'고 생각하는 거죠.

  남의 큰 고통보다 자신의 작은 고통을 더 아프게 느끼는 것은 인간의 보편적인 성향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스스로를 '피해자'라 보다 보면 쉽게 눈에 띄는 사람들, 특히 마이너리티가 될 수 밖에 없는 이들을 가해자라고 몰아붙이게 됩니다. (130)피해자라는 입장은 어떤 의미에서는 일방적으로 상대방을 규탄할 수 있습니다. (131)피해자라는 입장은 특권적이지 않습니까. 가해자로서의 자신을 인정할 수 있게 된다면 스스로 반성할 만한 여지가 있다는 것입니다.

  역사--피해자끼리의 역사관 (133)민주당의 기득권을 비판함으로써 결과적으로 민주당 붕괴. 하지만 자민당이나 이시하라 신타로 도쿄 도지사, 혹은 하시모토 도루(오사카 시장)등은 젊은이들의 장래를 보장할 만한 경제 정책보다는 신자유주의 정책을 취하고 있는데, 이로 인해 약육강식의 사회가 진행될수록 기득권의 이권은 더욱 커지는 모순이 생긴다는 것을 깨닫지 못하고 있습니다. '피해자 의식'이 강해질수록 냉정한 판단이나 합리적인 정치적 판단을 흐리게 만들기 때문이죠. (134)인권을 무시하던 사람이 피해자 입장에 놓이자 바로 피해자 의식을 표출한 것이죠. (...)진짜 피해자에 대해서는 보듬지 못하면서, 어디까지나 자기 자신을 지키기 위해, 자기 긍정을 위해 피해자 의식을만들 뿐입니다. '피해자 의식'이라는 것은 진짜 피해자의 마음과는  다릅니다.

 

 


@첨부> 일본 미스터리의 간략한 역사 (36~37)

   일본에서 미스터리는 1920년대 모더니즘의 영향으로 등장한 문학입니다. 일종의 '기계주의'랄 까요. 사회나 인간을 게임이나 퍼즐, 시스템으로 바라보는 것입니다. '추리소설'이란 용어 자체가 퍼즐을 푸는 것 같은 소설이라는 의미잖습니까. 리얼리즘이 사회를 그리거나 혹은 자연주의적으로 '나 자신'을 그리는 것과는 다른 퍼즐을 푸는 듯한 소설을 '본격 추리 소설'이라고 불렀습니다.

  그러다가 2차 세계 대전 이후 그런 퍼즐 풀이 같은 소설에 대한 반동으로 마쓰모토 세이초 등의 사회파 미스터리가 등장했던 거죠.

  그 후 1980년에 들어 '신 본격' 이란 말하자면 '퍼즐 계열'의 소설이 다시 부흥하게 됩니다. 우야마 히데오(장르 문학 전문지 <<메피스토>>의 발행인이자 편집자)가 '신본격'이란 용어를 본격으로 사용했다. ​그는 퍼즐형, 게임형 소설이야말로 미스터리의 본질이라고 했는데, 이는 1980년을 맞이하며 컴퓨터 게임이나 정보론 등이 일종의 패러다임이 된 것도 영향이 있지 않을까 싶습니다. 이즈마 히로키가 말한 '게임적 리얼리즘'이라고 말할 수도 있습니다. 1920년대가 일종의 기호학적 사고방식이 만연하던 시기였기 때문에 추리 소설이 등장했듯, 1980~90년대에는 그와 비슷한 형태로 일종의 정보론적 세계 인식이 대두하기 시작했고 그런 현상이 신본격의 등장과 연결되어 있습니다. 신본격의 작가 중 세이료인 류스이가 신본격과 라이트노벨을 이어주는 작가로 '게임과 같은 소설을 만든다'는 룰을 지키는 것이 그의 특징입니다.

  * 정리하자면, 본래 본격 추리 소설은 1920년대 탄생했던 당시부터 '정보론적'측면을 가지고 있었는데, 이후 1980년대에 와서 다시 정보론적 사고방식이 대두했고, 그런 시대 상황과 연결되어 본격 추리 소설 부흥의 기운이 일어났는데 이런 기운을 만들어낸 것은 1960년대 오타쿠 세대, 혹은 신인류였다. 그 다음으로 아즈마 히로키 등의 단카이 주니어 세대(1971~1974)를 포함하여 신본격으로부터 게임 소설로의 이행이 일어났다고 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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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에서 끌렸다. 그러게?
2017년 대선을 앞둔 한국 정치를 분석한 책이다. 2015년 대선을 살피고, 현 사회의 변화 양상을 반영하여 대통령 선거의 향방에 대한 이야기를 풀어나간다. 대통령 후보에게 필요한 자질과 후보군에 대한 간략한 소개가 덧붙여 있다. 지금, 한국 사회를 읽는 데 유용한 책, 잘 읽힌다. 



 <서문>
대한민국의 보수와 진보는 이념과 가치관에 의해 나눠진 것이 아니라, 기득권, 계층과 지역 그리고 감정대결적인 측면이 강하다.
기울어진 운동장으로 비유되는 사회의 지형
보수는 여당, 혹은 카리스마 있는 리더를 간판으로 단일대오를 형성하는 반면, 진보는 분열되어 있는 경우가 많았다.
(6)힘이 있는 프레임은 시대정신을 담고 있어야 한다.
(6)대통령의 아마추어리즘은 국민을 불안하게 하는 것을 넘어 불행에 빠뜨린다. 선장이 어디로 가는 지 예측할 수 없는 배에 탄 승객들을 상상해 보라.

파트 1 세상이 변하고 있다.

1장 50대의 잔혹한 역설
(23)선거의 승패는 민심 또는 여론, 정당, 대립구도, 인물경쟁력, 선거의 규칙, 각 정당의 전략이 모두 맞물려 결정된다.
*386세대는 왜 고무신을 거꾸로 신었나?
(27)현재 50세 전후는 특별히 학생운동권, 노동운동권, 사회운동권 출신이 아니더라도 어떻게든 ‘민주화 운동’의 영향을 받고 성장한 세대다.
(30)박후보의 키워드는 안정감과 능력이다. 문후보의 키워드는 정권심판과 변화이다. 박후보는 무엇을 지지한다는 ‘포지티브’의 개념이고, 문 후보는 무엇을 막기 위해 지지한다는 ‘네거티브’의 개념이다. 그런데 어떤 개념은 거기에 상응하는 연령대로 표시할 수 있다. 박 후보가 선점한 안정, 능력, 포지티브는 50대의 언어다. 반대로 심판, 변화, 네거티브는 20~30대의 언어이다.
(36)저출산 고령화를 겪고 있는 일본의 최근 선거에서 자민당이 압승을 거뒀다. 투표율은 사상 최저였고, 자포자기한 젊은층은 투표하지 않았고 지킬 것이 많은 고령층은 열심히 투표했다.
2장 보수와 중도의 은밀한 관계
(44)명확하고 차별화된 이데올로기를 중심으로 강력한 추진력을 발휘하는 정당을 대중정당(쉽게 말해 강한 정당)이라고 본다면 국민들은 이런 정당을 원치 않는다. 우리나라의 정당은 대중정당으로 뿌리내리는 데 실패한 것으로 보인다. 정당의 교과서적인 의미대로 특정한 이념, 특정한 사회계층을 대변하지도 못한다. 그러다 보니 차별화할 수 있는 건 오직 정책 뿐이다.
(48)표면적으로는 여당은 비전을 담은 생활 공천을 했고, 야당은 이념을 담은 정치 공천을 했다.
(49)한국인은 유독 ‘중도’라는 말을 좋아하고, 거기에 상당히 긍정적인 의미를 부여한다. 이를 자세히 들여다보면 조금은 슬픈 근대사에 닿아 있음을 알 수 있다. 해방 후 극심한 이념 대립과 분단, 수많은 생명을 앗아간 한국전쟁, 냉전의 상흔이 우리 DNA에 새겨져 있기 때문이다.
(51)정치 세력으로서의 중도는 의미가 있다. 지나친 보수화나 급진진보를 견제하고 균형을 추구한다는 측면에서 훌륭한 정치적 자산인 셈이다.
3장 탐욕의 보수 vs 무능한 진보
(60)역설적으로 정의의 과잉은 전혀 정의롭지 못하다.
(63)울리히 벡은 1980년대 후반부터 미래의 갈등은 더 이상 공산주의와 자본주의의 갈등이 아니라고 경고했다. 그가 전망한 미래의 갈등은 2가지 근대성의 갈등이다. 즉 생존과 인권을 둘러싼 전 세계인의 투쟁이라는 것이다. (<<적이 사라진 민주주의>>)
통합진보당의 이념 과잉, 정치과잉.
(64)유권자의 고령화로 인해 국민 여론은 진보의 정치 과잉에 더욱 냉랭한 태도를 취하게 될 것이다. 어쩌면 문제는 진보 내부에 있을 수 있다. 국민의 의식이 변하고 인구 구조가 변하고 있는 거대한 흐름을 잃지 못한 채 피해자 코스프레만 한다면 진보에 대한 지지기반은 더욱 축소될 것이다.
(64)“진보는 결코 미래와 싸우지 않는다. 무지하고 생각이 짧은 진보 반대론자와 싸웠다.” 미국의 사회비평가 크리스토퍼 래시는 진보의 엘리트주의를 이렇게 비판했다. (<<진보의 착각>>) 대중은 무시하고 그들과 대립하는 진보는 더 이상 정당으로서의 가치가 없다. 오죽했으면 진보에 우호적인 한겨레신문도 사설에서 공개적으로 진보의 대중성 회복을 주장하고 나섰겠는가. (…)대한민국의 진보는 끝없이 과거의 권위주의와 독재 시설을 문제 삼는다.
(65)통합진보당의 ‘진보’는 그들만의 소유가 아니다. 수 백 만의 희망이 담긴 수십 년 투쟁과 운동의 결과물이다. 한국의 귀중한 정치적 자산이기도 하다.
(68)최근 선거를 보면, 가난한 계층일수록 투표에 불참하는 경향이 늘고 있다.
(70)대선과 총선은 ‘어쩔 수 없이 투표를 포기한 경우’가 많았다면, 지방 선거는 ‘굳이 선거할 이유를 찾지 못한’경우가 많았다.
‘집’이 정치 성향을 바꾼다.
내 ‘아파트’를 지켜줄 정당은 어디인가?
(76)하우스 푸어는 렌트푸어에게 부채의 일부를 떠넘긴 것이다.

파트 2 지키려는 자, 빼앗으려는 자

1장 시대정신을 읽는 자가 승리한다.
(92)프레임은 복잡한 현상을 단순하고 이해하기 쉽게 만들어주는 ‘사고의 틀’이다. 세상은 복잡하고 세상의 모든 요소를 개별적으로 인식하는 것은 비효율적이다. 하나의 인지체계가 필요한 것이다.
*(93)인간의 정치적 판단은 이성적, 합리적 기준이 아니라 기존의 교육제도나 미디어에 의해 주입된 감성적 인식체계에 기초한다는 것이다.
(93)왜곡된 사실이 오랜 세월 반복적으로 주입됨에 따라, 국민 다수의 의식 속에 ‘복지=포퓰리즘=복지병’이라는 프레임이 탑재되게 되었다.
‘보수는 부패하지만 유능하고, 진보는 도덕적이지만 무능하다’는 명제 역시 프레임의 속성과 위력을 실감하게 하는 사례다.
*대한민국 정치를 이끈 양대 프레임
‘민주화’와 ‘산업화’
(97)민주화와 산업화는 결코 병행될 수 없으며, 경제적 이익을 위해서라면 민주주의는 훼손될 수 있다고 생각한다.
(99)IMF 외환위기 같은 미증유의 사태가 민주주의를 배제한 기형적 근대화의 결과라는 문제의식이 내포되어 있다.
*정치는 언제나 한발 늦다
(103)지난 2012년 18대 대선을 떠올려 보면 민주화-산업화 프레임이 시효 만료되었다는 것을 다시 한 번 깨닫게 된다.
(104)‘선부론’은 기득권 옹호론에 불과하다. ‘낙수이론’도 선부론의 또다른 버전
*박근혜, 안철수, 문재인
(110) 박근혜의원은 줄푸세와 정반대의 정책인 복지국가 모델과 경제 민주화를 말하기 시작한다. 2008년 금융위기로 신자유주의 헤게모니는 흔적도 없이 분해되던 때였다. 시대정신을 나름대로 포착해냈고 그에 걸맞은 캐치프레이즈와 구호를 제시했으며 이에 걸맞는 정책행보를 보여주었다. (112)물론 박근혜의 프레임 작업은 이미지 차원에 머물렀다는 문제점을 갖고 있다. 즉 상징적 의제를 받쳐주는 정책대안이나 구체적 실행전략이 부족했던 것이다.
(115)안철수의 국회의원 정원축소. 국민의 정치 혐오에 감성적으로 편승한 것에 불과하다.
(117)진보적 가치에 맞은 대한민국이 미래를 구상하겠다는 생각보다는, 박정희의 딸, 그리고 유신의 자녀를 대통령으로 만들 수 없다는 격정에 휘둘린 것은 아닐까?
미래를 이야기했지만 사실은 이전에 무수히 반복되어오던 민주화 프레임에서 한발자국도 벗어나지 못했다. 더구나 그들은 박근혜와 새누리당에 비해 미래를 말하는 방식도 서툴렀고 그 내용도 모호했다.
*누가 누가 더 못하나 게임
(118)프레임이란 이런 묵시적인 시대정신을 자신의 정치적 성향과 결합시켜 명시화하는 작업이다.
18대 대선은 한국 정치가 ‘이념정치’에서 ‘생활정치’로 넘어가는 이정표.
*1017년 대선
-공정 사회 프레임
-세월호가 남긴 깊은 상처 : 안전사회 프레임
(123)세월호 참사로 촉발된 ‘안전’ 이슈는 범죄, 재난 뿐만 아니라 환경, 식품, 위생 등 포괄적인 개념으로 진화하고 있다.
북한--‘대결-대화’의 이분법이 아니라 누가 더 신중하고 현실적인 북한 관리방안을 내놓느냐의 문제.
(126)‘공감의 정치’ 과거의 권위주의는 이제 막을 내려야 한다. 개인의 카리스마에 의한 통치가 아니라 국민의 의사를 결집해 집단지성을 이끌어내야 하는 것이다. 갈등 사안에 대해서는 사회적 대타협 기구를 만들고 이런 과정에서 도출된 결론에 대해서는 정부는 원할한 집행자 역할을 해야 한다.
2장 후보 자신이 최고의 전략이다.
*경쟁력 있는 후보가 가진 2가지
(129)후보의 리더십이란 소통을 통해 자신을 지지하는 정치세력과 지지층을 결속하는 능력이다. 콘텐츠는 후보가 유권자에게 전달하는 국가 비전, 정책, 메시지 등을 합친 총체적 개념이다.
노무현 대통령--승부사 기질
MB - 생산성과 효율성을 중시하는 CEO 리더십은 대의를 추구하며 사회적 합의를 중시하는 국가 경영에 배치. 개발독재 시대의 강력한 추진력, 돌파력, 독주형 리더십으로는 더 이상 국가를 이끌 수 없다는 것이다.

3장 대통령의 자격
국정운영능력 (Statecraft)
*유권자는 바보가 아니다.
(157)공약은 후보의 비전을 담아내는 그릇이며, 유권자들에게 제시되는 일종의 정책 모형, 로드맵이라 할 수 있다.

공약 평가의 방법 : (1)후보가 제시하는 국가 비전과 공약을 연계하여 체계적 합리성과 내용의 타당성을 검증하는 맥락적 접근. (대표공약과 세부공약으로 분화되어 있지 않고, 그 둘 간에 체계와 맥락이 형성되지 않은 채 백화점식으로 나열되어 있다면, 아무리 공약 하나가 좋은 내용이라도 소용이 없다.)
(2)단순히 공약의 이행 여부만 평가하는 축자적 접근-국정수행을 ‘업적주의’로 몰아가는 측면.
예) 노무현 후보 : ‘지역균형발전’ ‘분권을 통한 권위주의 청산, 반칙과 특권이 없는 사회’ 신행정수도.
MB : 한반도 대운하 : 국민들은 운하 건설의 경제적 타당성이 아니라 신정부의 경제운용방향을 유추해낸다. -뉴타운 사업.
문재인 후보: 기회는 평등하게, 과정은 공정하게, 결과는 정의롭게.

*사람과 사람이 그렇게 방사선으로 퍼져 나갈 수 있도록 연결하는 것이 바로 조직이다.

여론조사 : 표본은 어떻게 추출할 것인가? 조사 결과를 어떻게 해석할 것인가?
*침묵의 나선형 이론(spiral of silence theory)(-노엘 노이만) 자신의 의견이 언론이 전파하고 있는 다수 의견과 다를 때 침묵하게 된다는 것.

4장 선거 환경이 변하고 있다.

21세기의 권력과 부는 ‘검지’에서 나온다.
(198)SNS에서 형성된 정치 담론의 공신력을 떨어뜨림으로써 그것이 여당 지지층 또는 부동층에 미치는 영향을 최소화. 네거티브 전략이 통했던 것은 상대편이 뉴미디어에서 유통될 메시지를 제대로 관리하지 못했기 때문이기도 하다. 야당 및 진보 세력의 SNS 담론이 상대편을 희화화하면서 우리 편을 감성적으로 결속시키는 방향으로 구성되었기 때문에 이에 대한 감정적 역공도 가능했다.
파트 3 2017년을 미리 보다

1장 경제가 선거를 뒤흔든다.
*저성장하거나 추락하거나
(221) 일본은 1989~1996년에 소비의 정점을 지났다고 한다. 1942년~49년 베이비붐 세대가 태어난 지 47년 이후이다. 일본은 2013년부터 엔화 약세를 기조로 삼는 경제 활성화 정책, 즉 ‘아베 노믹스’를 가동하지만 크게 성과를 보지 못하고 있다.
(224)일본의 경기 침체 원인 (8가지) 기존 산업의 한계, 종신고용의 붕괴, 저출산․고령화, 경제성장률 저하, 재정적자의 위기, 부동산 거품 붕괴, 정부의 뒤늦은 정책.
(최윤식 <<2030 대담한 미래>>, 지식노마드, 2014, p28)
*이제 북한의 자리는 없다.
미국의 대북정책은 ‘전략적 인내’ 말은 멋있어 보이지만 실상은 ‘아무 것도 하지 않고 기다리는 정책’이다.

(229)일본은 1990년대 이후 25년째 경기침체에 빠져 있다. (…)이런 여건 속에서 일본의 집권당은 한편으로는 경기 부양을, 다른 한편으로는 주변국과의 갈등을 증폭시키고 있다. 경제 침체는 향수를 불러일으키고, 향수는 보수화, 우경화, 심지어 ‘군국주의의 부활’로 연결되고 있다.

*막스 베버는 정치인의 자질로, 열정, 책임감, 균형적 판단을 꼽았다. 열정이란 단순한 권력욕을 아니라 ‘대의’에 대한 열정적 헌신을 말하며 대의를 위한 모든 정치적 행위의 길잡이가 되는 것이 책임감이다. 심리적 자질로서 균형적 판단은 내적 집중력과 평정 속에서 현실을 받아들일 수 있는 능력이다. 달리 말하면 사물과 사람에 대해 거리를 둘 줄 아는 능력을 말한다.


2장 한국정치, 관성의 법칙
(232)한국 사람들은 종친회, 종교단체, 동호회에 익숙하다. 이런 모임만이 활성화되었다는 것은 이념적 동종교배에 익숙하다는 의미다.
*진보가 계파와 친한 이유
(241) 오늘날 진보의 뿌리가 된 것은 민주화 운동이고, 그것은 폐쇄적인 동아리 중심으로 이루어져 왔다. 탄압을 피하고 조직의 단결을 유지하기 위한 불가피한 선택이었다. 검증되지 않은 외부인을 철저하게 배제함으로써 보안을 유지하는 것이다. 지금의 야당에까지 면면히 흐르는 폐쇄성과 순혈주의가 ‘문재인 대안론’을 부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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