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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머 엘드리치의 세 개의 성흔 ㅣ 필립 K. 딕 걸작선 5
필립 K. 딕 지음, 김상훈 옮김 / 폴라북스(현대문학) / 2011년 11월
평점 :
총 13장
명왕성까지 우주선이 오가고, 지구는 불덩어리, 행성 식민지를 개척하고 미래를 예견하는 사람이 회사 제품 개발부에서 일하고, 환각제를 나돌고 (자본주의에 대한 환멸, 결국 우주를 점령하는 건 회사.)
--환각제로 불러들인 '환상'들과
예언과 실현(소설에서 복선과 사건)이 이 소설의 묘미 중 하나.
이 소설의 주제는 '환멸'과 '재생의 욕구'가 아닐까 싶다.
삶의 파산, 불모성을 직면하고 어떻게 살아갈 것인가?
때론 '환각제'에 몸을 기대고(이생이 아닌 저생)
종교를 믿고, (영생)
더 높은 지위를 꿈꾸고(배신과 성공)
무생물화 욕구(돌이 되고 싶다)
화성으로 이주. (끝의 시작)
번식 (자신을 영원히 존속시키고자)
융합 (모든 자의식을 버림, 공동체와 합치)
허무에서 벗어나려는 안간힘들.
작가 필립 K. 딕의 이력을 봐서 그럴지도 모르겠다. (그의 삶은 잿더미--불씨 찾기--잿더미가 반복되는 화재 현장 같았다.)
명왕성에 가든, 화성에서 밭을 일구든 사람의 마음과 상황은 그다지 바뀌지 않는다.
어디서든, 언제든 결국 '어떻게 살아가야 할까'만큼 중요한 질문은 없는 듯.
책이 시작되기 전, 짤막한 제사에 등장한다. (심상하게 읽었는데, 이 책의 주제와 '스포일러'가 담겼다)
그러니까, 결국 인간은 흙으로 빚은 존재에 불과하다는 걸 염두에 둬야 해. 애당초 근본부터 그 모양이었으니까. 크게 기대할 게 없다는 뜻이야. 하지만 그걸 감안한다면 바꿔 말해서 시작이 그렇게 미천했던 것치고는 그럭저럭 잘해왔다고 봐야 해. 따라서 우리가 지금 직면한 이 중대한 위기조차도 결국은 타개할 수 있다는 게 나의 개인적인 신념일세. 무슨 뜻인지 알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