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춘아, 춘아, 옥단춘아, 네 아버지 어디 갔니?
이윤기 외 대담 / 민음사 / 2001년 6월
평점 :
품절
아내는 항상 내가 읽는 책들을 보면 졸려 한다. 아니 조롱하고 있는지도 모른다. 돈도 못벌어오는 사람이 읽는 책이란 매일같이 돈버는 이야기, 회사 이야기만 가득 하니 그럴만도 하다. 연애시절에는 서로 공감하는 책도 많았던 것 같고 우리집 서재 아니 그냥 책장에는 같은 이름의 책이 두권씩 있는 것도 있지만 아내의 책읽기와 나의 책읽기는 이미 서로 너무 먼거리에 있는 것 같다. 인문학에 대한 나의 관심이나 사회과학에 미쳤던 젊은 스물의 기억들이 이미 아물아물해진지 오래인 것 같다. 정말 나도 때론 삶을 생각하는 글을 읽고 싶고 호흡이 긴글도 쓰고 싶은 욕심을 가져 보지만 그런 사치는 가난한 월급쟁이에게는 없는 세상을 사는 것 같다.
아내가 방학을 했다. 물론 방학이란 기간이 쉼이고 다음 학기를 위해 새로운 자기 계발의 기간이어야 하겠지만 가난한 초등학교 선생님인 아내는 또 다른 전쟁의 시작같은 것 아닐까? 호기심과 장난으로 가득한 우리 다섯살 짜리 재은이와의 그런 아내를 위해 작은 쉼을 주고 싶었다. 아니 그런 핑계로 나 자신 작은 외도를 해보고 싶었는지 모르겠다.
우리 시대의 삶과 꿈에 대한 13가지 이야기 춘아, 춘아 옥단춘아 네 아버지 어디 갔니? 읽어야 할 여러 종류의 내 스타일의 책들속에 아내를 핑계로 살짝 집어들고 서점을 나와 스타벅스 한구석에서 13가지 이야기 중에 몇 편을 숨결같이 읽고 잔잔한 인문학에 대한 그리움을 가져본다. 그리고 너무 고단한 시대를 강행군하며 산 우리 모두가 마음속 대화를 나누어 보았으면 한다. 올핸 책을 좀더 많이 읽어야 하고 정말 긴호흡처럼 나만의 깊이가 있는 긴글도 써야 할 것 같은데 하나님이 올해 내가 그런 시간을 주셨으면 한다.
그리고 이 책에 나오는 한 이야기의 모습처럼 한 세월이 지나 사랑하는 내 딸과 삶에 대해서 내가 사랑하고 생각해 온 것들에 대해서 이야기할 수 있었으면 아니 재은이 생각하는 세상에 대해 조금 깊게 이해하고 같이 기쁨과 슬픔을 나눌 수 있는 아버지가 되기 위해서도 지금부터 내 행복한 책읽기의 넓이와 깊이에 대해서 고민해야 할 것 같다. 재은이 교보문고가는 것을 좋아해서 행복하다. 지난 주엔 고모가 준 도서 상품권으로 동화책을 가득 사왔다. 물론 아이스크림도 먹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