근대적 공간의 한계
최병두 지음 / 삼인 / 2002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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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병두는 자본이 공간에 미친 영향, 생산과 소비라는 측면에서 설명하고 있는데, 그 매커니즘 이면에는 인간의 이동과 이동이 남긴 흔적(trace)이 공간형성에 영향을 끼치는 측면을 간과하고 있는 것 같다.

좀 더 생각해 보자면, 제1세계, 또는 산업화되고 있는 신흥 경제국들에서 살고 있는 사람들이 제 3세계로 여행을 할 때, 물론 자본을 가지고 이동한다. 그리고 그들이 지나간 자리는 그들이 소비한 것의 흔적이 남게 되고, 그러면서 그 공간의 형태가 변화한다. 하지만 그것을 단순히 자본의 이동만으로 설명할 수 없는 게, 소비는 최병두가 이야기 하듯 ‘문화’이고, 무엇을 소비하는 가는 그들의 문화를 반영하는 측면이 있기 때문에(250p), 자본만이 아닌 ‘문화’의 흔적을 남기게 되고, 그로 인해 그 지역의 문화 또한 영향을 받아 변화하게 된다는 것이다. 최병두는 국가의 경계를 넘는 인구의 이동이 이동한 공간에 미치는 영향까지는 분석하고 있지는 않다.

또한 최병두는 여행 및 여가 또한 ‘소비에 의한 계층화’를 드러내는 수단(251p)로 설명하고있는데, 소비주의 문화가 과잉 소비를 촉진하고, 환경 문제를 일으키는 측면(251p)은 동의하지만 소비의 과정으로서 어떤 것을 행할 때에도 그 과정을 촘촘히 살펴봄으로써 사람들 사이의 차이를 드러낼 필요가 있다. 단순하게 소비의 수단으로 정의하기에는 그것이 가지고 있는 의미를 축소시키는 측면이 존재한다.

최병두는 지구화 시대의 ‘외래문화’가 상호 호혜적으로 교류한다기 보다는 일방적으로 서구 문화가 침투하고 있으며 문화의 물신화를 촉진한다(253p)고 지적하고 있는데, 거시적 관점에서 보면 일방적 침투처럼 보여 질 수 있으나, 최근 한류가 아시아의 다른 국가에 미치는 영향 등을 보았을 때 서구의 일방적 침투로만 간주하는 것은 위험한 시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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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을 찾아서
박정석 지음 / 민음사 / 2005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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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녀의 솔직한 글쓰기는 읽는 이로 하여금 더욱 흥미있게 그녀의 글을 읽도록 한다. 거침없이 내뱉는 다는 느낌을 받는데, 그것이 그녀를 가장 독보이게 하는 것이 아닌가 라는 생각이 들었다. 여행지를 타자화시켜서 나와 여행하는 공간을 이분법적으로 분리시키기 보다는, 여행하는 동안의 자신의 생각과 경험이 여행기에 함께 녹아 있는 그녀의 글은 읽는 이로 하여금 더욱 빠져들게 하는 요소이다.

다만 아쉬운 부분이 있다면 그녀의 여행방식이나 가치관이 사람들에게 무관심하고, 혼자 있는 것을 좋아해서 늘 혼자있다는 것이다.  여행하며 끊임없이 경험하는 다층적 위치의 사람들의 삶을 통해서 빈곤의 문제, 가부장제 사회의 성별 정치학, 인종의 문제 등 여러가지 문제들을 가볍게 지차니는 태도는 약간 불편하기도 하다.

사실 세상 사는 것에 별로 관심이 없는 사람에게서 그런 것을 기대하기란 어렵겠지만, 여행만큼 삶에서 자극이 되는 것이 없다고 생각하는 나로서는 고작 이럴려고 여행갔냐... 라는 생각이 들게 하기도 한다.

뭐. 그렇지만 나는 많은 여자들이 여행기를 쓰고, 다양한 형태의, 다양한 경험의 여행 스토리들이 쏟아져 나와야 한다고 생각한다. 박사학위를 포기하고, 다시금 자신의 인생을 새롭게 살아보고자, 자신이 좋아하는 방식의 여행을 사람들에게 재밌는 글로 소개하는 박정석의 삶의 방식을 존중한다. 

이 땅의 모든 여성들이 혼자하는 여행을 즐기기를 바라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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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여행
제이미 제파 지음, 도솔 옮김 / 꿈꾸는돌 / 2003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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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생의 어느 시점에서 부탄으로의 여정을 시작하는 제이미 제파의 결정은 과감했다. 결혼을 약속한 남자친구와 박사 진학을 포기하고, 신문 한 귀퉁이의 작은 광고에 그녀의 인생 행로를 틀어버렸으니까.
사실 인생이란 예측한 대로 진행되지 않으며, 나의 욕망조차도 시시때때로 변화함으로써 나의 인생이 어디로 흘러갈지 알 수는 없다는 것을 이 책을 읽는 이들도 잘 알고 있다. 단지 살면서 그 순간을 맞이할 때까지 깨닫지 못할 뿐.

내가 이 책을 사랑하게 된 것은 그녀의 여행이 나의 여행과 너무나도 닮아 있기 때문이다. 어쩌먼 나의 여행의 추억을 ... 잊고 있던 세세한 기억까지 다시 꺼내 놓았기 때문일지도. 처음 인도 델리에 도착해서 대한민국의 어느 후미진 지역의 버스 터미널 같은 델리 공항을 보면서 이 여행이 나의 상상력 이상으로 험란한 여정일 될 것이란 것을 그때서야 제대로 깨달을 수 있었다. 문명의 이기에 완전히 익숙해져 버린 나의 몸과 눈과 소리는 새로운 교통수단과 사람들, 시끄러운 경적소리와 뒤섞인 소와 개의 울음소리, 흙길 등의 온갖것을 무시하고, 거부하고 싶었다. 당장이라도 깨끗하고 잘 정돈된 집과 도시와 나의 생활 공간으로 돌아가고 싶었다. 그렇지만 돌아갈 수 없었고, 막상 갈 곳도 없었다. 그냥 계속 나아가는 수 밖에.

부탄인들은 기도를 하기 시작했다. 도로가 무너져내리든지, 트럭이 기울어지면서 모두가 벼랑으로 굴러떨어지든지, 아니면 내 방광이 터질 것 같았다. 그중에서 내가 무엇을 가장 두려워하는지는 알 수 없었다.


세상의 끝을 향해 달려가는 순간, 죽음이 눈 앞에 있다고 생각되는 순간 밤세워 버스를 타고 가면서 나는 인생에 대한 어떤 변화가 일어났음을 느꼈다. 그것이 구체적으로 무엇인지는 모르겠으나 난 예전의 나와는 조금 다른 내가 되어 있었다.

수없이 물리던 벼룩과 쉽게 끊어져 버리던 전기, 도무지 먹을 수 없을 것 같았던 음식들에 내가 적응 했듯 그녀도 적응 했다는 것을 알게 되면서 혼자 책을 앞에두고 웃을 수 밖에 없었다. 그녀는 차츰 부탄에 적응하기 시작하면서 자신이 24년간 살아왔던 캐나다, 서구의 문화와 부탄의 문화사이의 차이와 갈등을 경험한다. 그리고 자신이 속해있던 서구 문명에 대한 비판적 자세를 갖기 시작하며, 새로운 곳의 문화에 대한 이해, 한 발짝 더 가까이 다가가기를 시작한다. 한사람의 이방인으로 그 공간에 침투하면서 그 공간을 자신이 의도하든 하지 않든 변화시키게 되고, 그 변화의 과정에서 사람들에게 해를 끼쳤던 자신 행동을 인지하는 것은 뛰어난 성찰의 과정이다.

이곳에서 시간은 무서운 속력으로 앞으로 달려나가지 않는다. 변화는 매우 천천히 일어난다. 할머니와 손녀는 같은 옷을 입고, 같은 일을 하고, 같은 노래를 알고 있다. 손녀는 자신의 할머니를 상대하기 귀찮고 지루한 과거의 유물로 생각하지 않는다. 할머니의 이야기는 손녀를 짜증나게 하지 않고, 손녀가 원하는 것은 할머니가 그 나이 때 원하지 것과 다르지 않는다.

시간이 빠르다는 것은 변화하는 순간 순간에 대한 적응의 기회가 없다는 것과 같은 의미이며, 어느 순간 우리는 익숙해지지 않은 채로 삶을 보낸다. 하지만 '부탄식 시간의 휘어짐'을 경험한 그녀는 그것이 그녀가 속했던 곳의 문화며, 삶의 방식이지 이것이 모든 곳에서 적용되는 것은 아니라는 것을 '진정으로' 이해하게 된다. 그렇다면 그런 삶을 동경하고 사랑하는 것은 단지 그곳에 잠시 머물다 가는 사람이기 때문일까? 그런 채로 살아야 한다고 하면 그 삶은 더 이상 동경의 대상이 되지 않을까? 부탄에서의 삶을 사랑하고, 그곳에서 계속 살고 싶은 제이미 제파에게 이 질문은 그 결정이 내려진 순간에도 계속 풀리지 않는다. 아니, 이미 그녀는 결정을 내렸지만 주변 사람들은 그녀의 그런 선택을 받아들이지 못한다.

이 글은 낯선 곳을 여행하는 인류학자의 필드노트같은 글이다. 자신이 살던 곳, 아이들을 가르치던 곳, 주변 인들에 대한 상세한 묘사와, 자신의 변화를 성찰해가고 있는 그녀의 글은 여행의 가치를 잘 담아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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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L 비주얼족 20 - 완결
카나츄 쿠미 지음 / 시공사(만화) / 2004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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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L 비주얼족'이라는 제목만 보고 만화가게에서 집어든 책은 1권부터 주인공이 엉덩이 살을 없애기 위해 지방흡입을 하는 이야기였다. 몸의 상품화부터 미의 기준의 획일화까지 성형에 대한 많은 논란에 대해 작가는 여러가지 의미심장한 이야기를 던진다.

성형으로 행복해 질 수 있다면? 이 만화는 성차별적인 사회에서 능력 뿐 아니라 미인이고 싶어하는 여성들의 심리를 잘 묘사하고 있다. 성형미인들은 끊임없이 외모에 대해 지껄여대는 남자들, 업체 사람들, 상사들에 대해 정확히 이해하고 있다. 그녀들은 못생긴 외모때문에 제대로 된 평가를 받지 못했던 현실을 개탄하며 성형을 시도하고, 외모를 가꾼다. 미를 기준으로 사람을 평가하는 사회를 비판하며, 자신이 쟁취하고 싶은 것을 위해서는 성형도 서슴치 않아한다. 그러면서도 내면의 아름다움을 알고 있는 사람들을 멋진 사람으로 묘사하고 있다. 다소 단순한 구도이기는 하지만 성형을 하고도 쉽게 커밍아웃을 하지 못하는 여성들, 그리고 한편 망설이거나 고민하는 모습 등도 잘 그려내고 있다. 특히 친밀한 관계에서 성형한 사실을 말하는 것을 두려워하는 여성들의 심리는 많은 공감을 일으킨다. 

미의 기준이 획일화 되는 문제와는 별개로, 외모로 받는 차별은 여성 개개인들에게 큰 고통으로 다가온다. 아무리 남자보다 능력이 있고 똑똑해도 결국 여성이라는 것때문에 능력을 인정받지 못하는 여성들이 발버둥치며 살아가는 모습을 잘 그리고 있는데, 여기서 세 여성의 연대는 사랑하는 남자를 만나는 것 못지 않게 오히려 더욱 중요한 의미를 지닌다. 성상납을 요구하는 회사, 온갖가지 성희롱 사건을 해결하고 싸워가는 모습을 보는 것은 통쾌하기까지 하다.  

이 만화를 보면서 이 세상의 모든 여성들이 이 사회가 원하는 것처럼 '아름다워'져서 아름다움이라는 것이 무의미 해진다면 그 때야 성형에 대한 논란이 끝 날지수 있을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뒤로 갈 수록 내용면에서 반복적인 부분이 있어 스토리가 약간 지루하게 느껴지기도 하지만 유쾌하면서 여러가지 생각할 꺼리를 던지는 만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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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와 진리 대우학술총서 신간 - 문학/인문(번역) 483
레나토 로살도 지음, 권숙인 옮김 / 아카넷 / 2000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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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책을 읽는 듯한 흥미진진함과 재치를 담고 있는 <문화와 진리>는 추상적 이론을 서술하는 방식이 아닌, 자신의 현지조사경험과, 신문기사, 일상의 경험 등을 총체적으로 사유함으로써 현실감 있는 글쓰기를 보여주고 있다.

레나토 로살도의 이 책은 ‘문화와 문화분석이란 어떠해야 하는가?’라는 물음에 대한 오랜 연구를 통한 사유의 과정물이다. 자신이 하고 싶은 이야기들을 비판의 과정을 통해 새로운 방향을 모색하고, 다시 새롭게 생산하는 과정의 방대한 서사를 진행한다. 여기서 로살도는 기존의 전통적 인류학에서 맹신해온 객관주의에서 벗어나 논의를 진전시키기 위해, 객관주의에 관한 치밀한 비판의 과정부터 시작한다. 그리고 문화인류학의 성장과정과 긴밀하게 연결되어 있는 제국주의적 시각에 관한 반성을 통해 논의를 진행하고 있는데, 이런 방식은 자신의 시각과 입장을 드러내기 위한 치밀한 설득과정을 볼 수 있었고, 글쓰기를 하는 연구자로서 깊이 배울 점이었다. 

기존의 문화를 위계화 했던 시각, 문화를 고정되고 불변하지 않는 것으로 보았던 시각에 대한 허구성을 문제시하며, ‘각각의 문화를 하나의 위대한 예술품으로 간주’해야 하며, 그 저변에는 ‘민주주의적이고 평등주의적인 측면을 내포’, ‘모든 문화는 서로 다름과 동시에 동등’(91p)하다는 입장을 견지하는 자세는 학문을 하는 사람으로서 현장을 대하는 태도, 지식을 대하는 태도에 대한 성찰을 하게 한다. 그리고 현장에서, 그리고 현지조사를 바탕으로 한 문화 분석과정에서 ‘누가’ 분석을 하느냐에 따라서 전혀 다른 이야기가 나올 수 있고, 그 다름이 만들어 질 수 있는 지점이 얼마나 여러 지점에서 존재하는지를 지적하는 부분은 아주 탁월하다.

이 책은 문화 해석과정에서 이데올로기적 충돌에 의해, 현지인과 연구자와의 관계를 규정하는 방식에 의해, 연구자의 경험의 정도에 의해, 연구자의 시각에 따라 전혀 다른 이야기가 구성될 수 있다는 것을 드러내는데, 우리들의 관습적인 형식이 현지조사 일지의 형식까지도 결정짓는다는 점(192p)을 보여준다. 우리들은 현지 노트와 그것에 기반하여 쓰는 민족지와의 관계뿐만 아니라, 현지 노트를 쓰는 형식에도 영향을 끼치는 글쓰기 방식에 관한 질문들은 무시해왔다.(193p) 어떠한 정황에서 중립적인 언어 또는 있는 그대로의 사실 등의 개념은 무의미하다는 것을 잘 드러내는데, 여기서 정보제공자들의 판단이 적절성과 타당성의 결정여부에 중요하게 작용한다. 이것은 앞으로 현장연구를 진행할 나에게는 중요한 조언이었다. 또한 연구자가 속해있는 사회의 문화와 규범에 따른 인식에서 벗어나 현장연구를 하는 곳의 문화를 보아야 한다고 지적하는 점 또한 현장연구자로서 실천할 지점이었다. 공식적인 것뿐만 아니라, 비공식적인 것, 상투적인 것과 그렇지 않은 것 등을 상세하게 관찰할 때만이 그 문화를 제대로 이해할 수 있게 된다는 것이다. 시간규율(182p)에 관해 분석한 부분에서 연구자가 속해있던 문화권과는 전혀 다른 문화에서는 시간에 대한 인식이 전혀 다르게 구성되어 있는 것을 깨달아 가는 과정을 설명하며 문화적 차이를 인지해 가는 과정을 보여주는 것은 매우 인상적이었다.


로살도는 알롱코트인들이 자신의 가까운 사람을 잃었을 때의 비통함과 분노를 머리사냥을 통해 해소하는 문화에 대해 오랫동안 이해하지 못하다가, 자신의 아내를 잃고 난 이후에 그 비통함과 분노가 무엇이며, 왜 머리사냥을 통해 그것을 표현하고자 했는지를 이해할 수 있다는 이야기를 한다. 서로 다른 문화권에서, 심지어는 비슷한 경험조차 없는 연구자가 타인의 고통을 이해한다는 것이 얼마나 어려운 것인가를 잘 드러내주는 예였다고 생각한다. 연구 과정에서 연구자가 경험한 적인 없는 고통을 이해하는 과정은 상당한 성찰이 따른다. 그렇다면 어떻게 그들의 고통을 잘 드러내는 글쓰기와 이론화 과정을 거쳤다고 할 수 있을까? 타인의 고통을 잘 듣는 다는 것은 어떤 것이고, 어떤 자세가 필요한 것인가? 내가 듣고자 하는 대답으로 유도하지 않고, 잘 드러낼 수 있는 방법은 무엇인가? 이런 여러 가지 고민들로 채워져 지내는 과정에서 레나토 로살도의 <문화와 진리>는 고민의 실마리들을 풀어갈 수 있는 여지를 제공했다. 기존의 사회과학에서 하지 않았던 자신의 경험을 드러냄으로써 자신의 분석과정의 이해를 높이는 시도를 했다. 또한 연구과정에서 자신이 겪어왔던 시행착오들을 드러냄으로써 타인의 문화를 이해하는 그 어려운 과정에서 미끄러질 수 있는 지점들을 숙고할 수 있는 공간을 열어놓았다.

 

연구자가 연구주제를 설정하고, 연구 대상자를 선정하는 것에서부터 연구자의 입장이 개입되기 시작한다. 연구를 진행하면서 기초자료 조사를 하고, 연구 대상자들을 만나면서 질문을 하고, 대상자가 하는 말에 개입하면서, 인터뷰한 내용을 정리하고, 분석하면서 끊임없이 연구자의 해석과 분석의 과정이 들어간다.

이 세상에 누구나 공감하는 보편적이며 절대적인 지식은 존재하지 않는다. 같은 주제를 연구할 지라도, 연구자의 해석과정에서 결과물은 전혀 상이하게 나올 수 있다.  다만 파편적 지식을 전부인 양 드러내지 않고, 최선을 다해서 연구 대상자의 삶을 다층적으로 드러내고, 통합적으로 설명하는 것이다. 이것은 단시간에 되는 것이 아니다. 사전 연구물을 읽어낼 수 있는 시간과 에너지, 충분히 고민할 수 있는 시간, 메말라 있는 감수성을 키우고, 섬세한 언어로 표현하기 위한 노력이 필요하다. 내가 연구하는 주제에 관해 좀더 깊이 있고, 다층적으로 재현해 내기 위해서는 연구자와 연구 대상자와의 권력관계, 텍스트를 구성해 내는 사람이 갖는 권력 관계에 민감해야 한다. 완전한 지식은 존재하지 않는다. 다만 이 세상에 존재하는 다양한 소수자들의 보이지 않는 경험을 가시화시키고, 그것을 드러내기 위해 노력하는 과정이다. 나는 이 책을 읽으면서 연구를 한다는 것이 얼마나 어렵고, 초조하고, 불안하며, 외로운 과정인가를 생각하게 되는 시간을 갖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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