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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L 비주얼족 20 - 완결
카나츄 쿠미 지음 / 시공사(만화) / 2004년 11월
평점 :
품절
'OL 비주얼족'이라는 제목만 보고 만화가게에서 집어든 책은 1권부터 주인공이 엉덩이 살을 없애기 위해 지방흡입을 하는 이야기였다. 몸의 상품화부터 미의 기준의 획일화까지 성형에 대한 많은 논란에 대해 작가는 여러가지 의미심장한 이야기를 던진다.
성형으로 행복해 질 수 있다면? 이 만화는 성차별적인 사회에서 능력 뿐 아니라 미인이고 싶어하는 여성들의 심리를 잘 묘사하고 있다. 성형미인들은 끊임없이 외모에 대해 지껄여대는 남자들, 업체 사람들, 상사들에 대해 정확히 이해하고 있다. 그녀들은 못생긴 외모때문에 제대로 된 평가를 받지 못했던 현실을 개탄하며 성형을 시도하고, 외모를 가꾼다. 미를 기준으로 사람을 평가하는 사회를 비판하며, 자신이 쟁취하고 싶은 것을 위해서는 성형도 서슴치 않아한다. 그러면서도 내면의 아름다움을 알고 있는 사람들을 멋진 사람으로 묘사하고 있다. 다소 단순한 구도이기는 하지만 성형을 하고도 쉽게 커밍아웃을 하지 못하는 여성들, 그리고 한편 망설이거나 고민하는 모습 등도 잘 그려내고 있다. 특히 친밀한 관계에서 성형한 사실을 말하는 것을 두려워하는 여성들의 심리는 많은 공감을 일으킨다.
미의 기준이 획일화 되는 문제와는 별개로, 외모로 받는 차별은 여성 개개인들에게 큰 고통으로 다가온다. 아무리 남자보다 능력이 있고 똑똑해도 결국 여성이라는 것때문에 능력을 인정받지 못하는 여성들이 발버둥치며 살아가는 모습을 잘 그리고 있는데, 여기서 세 여성의 연대는 사랑하는 남자를 만나는 것 못지 않게 오히려 더욱 중요한 의미를 지닌다. 성상납을 요구하는 회사, 온갖가지 성희롱 사건을 해결하고 싸워가는 모습을 보는 것은 통쾌하기까지 하다.
이 만화를 보면서 이 세상의 모든 여성들이 이 사회가 원하는 것처럼 '아름다워'져서 아름다움이라는 것이 무의미 해진다면 그 때야 성형에 대한 논란이 끝 날지수 있을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뒤로 갈 수록 내용면에서 반복적인 부분이 있어 스토리가 약간 지루하게 느껴지기도 하지만 유쾌하면서 여러가지 생각할 꺼리를 던지는 만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