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레이브 스토리 1
미야베 미유키 지음, 김해용 옮김 / 황매(푸른바람) / 2006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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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절


 


 
 

빛이 주는 즐거움


  세상에는 수만가지의 빛이 존재한다. 오페라의 유령이란 책의 마지막 부분에 사람들은 아는 만큼만 본다고 한다. 나역시도 내게 비치는 빛들 중 아는 만큼만 보는 것이리라 느껴졌다. 


  브레이브 스토리는 세상의 온갖 빛들이 하는 말을 전하는 책이라는게 내 개인적인 평이다. 그만큼 힘차며 선한 기운이 밝게 동심과 어우러져있다. 하지만 아는 만큼만 이해를 할 수가 있는 세계이기도 하다. '비전'이라는 상상속 세계와 현실도피를 궤도상에 올림으로 자신의 운명을 시험대에 올려놓을 수 있다니 이처럼 달콤한 유혹이 또 어디에 있을까.

  환타지 속에 흔히 사용되는 시간여행을 떠올려 본다면 저자가 선사한 환타지의 세계로 충분히 융화되어 멋진 탐험을 할 수 있을 것이다.

 

  나는 아직 1권 밖에 이 책을 접하지 못했지만 이 글의 흐름이라든지 내용상의 결말은 알고 있다. 애니로 보았기 때문인데, 400페이지가 넘는 1권의 양이 고작 애니의 첫 도입 부분이라면 앞으로 펼쳐질 내용이 얼마나 장대하리 만치 클지 기대를 하고도 남음이다. 하지만 남은 권수가 고작 3권 뿐이라니. 어쩐지 도입부에서 느껴지는 긴장감이 떨어진다는 기분이었다. 전체적으로 속도감이 없다. 미야베 미유키의 소설은 치밀하고 완벽하다. 그러나 전체적으로 약간 느린 템포이기 때문에 나처럼 애니를 통해 먼저 본 사람이나 혹은 미야베 미유키의 소설이 처음인 사람은 다소 답답증이 일기도 한다. 느림의 미학, 잔잔함이 주는 감동이랄지 혹은 저자가 독자에게 전하려는 메시지는 글을 글자가 아닌 하나의 이야기로 받아들일때 주어지는 것 같았다.

 

  상상 속 세계 비전은 여행자로 인정된 자만이 자신의 운명을 바꾸기 위한 여행을 할 수 있도록 해준다. 애니에서 사실 1권의 내용은 와타루와 미쓰루가 왜 무엇때문에 운명을 바꿔야 하는지 독자를 그 세계로 이끄는 가이드의 역할일 뿐이었으나 책으로 접한 브레이브 스토리는 조금 달랐다. 전개하는 방식은 같을지라도 미묘한 변화랄까. 와타루는 부모의 이혼으로 또 쓰러진 어머니가 병원에 실려가면서 간절하게 다시 시간을 되돌리길 원한다. 그러나 책속에서의 내용은 지극히도 현실적이었다. 미쓰루가 여행자가 되어 비전으로 향해갈 수 밖에 없었던 이유가 1권에서부터 드러나다니. 아무래도 애니와 원작은 미묘하게 다른 길로 서로에게 합당한 결말을 낸 것은 아닌가 싶다. 

  아는 만큼, 나는 책 속에서 와타루를 이해했고 그 상황을 이해했다. 하지만 나는 와타루가 애니에서 봤을때도 그 캐릭터 자체가 마음에 들지 않았다. 어리기에 나약한 것이 아니라 그 본성 자체가 나약하다. 애니와 책을 보고 난 뒤 느낀 것은 와타루를 싫어한 것이 아니라 와타루를 통해 비쳐지는 내 나약함이 싫었는지도 모르겠다. 이렇다할 행복까지는 아니어도 무언가에 길들여져 있어 행복해야 함이 당연하다 느끼는 그런 존재. 미쓰루의 극단적인 상황이 와타루와 너무도 대조를 이뤄 더욱더 거부감이 느껴졌는지도 모르지만 미쓰루의 상황과 와타루의 상황이 같다 여겨지는 분위기를 이해하지 못했다. 

  시간을 되돌려 자신의 동생만이라도 살려보고자 한 미쓰루와 어머니와 아버지의 이혼을 되돌리고 싶은 와타루의 여행. 초등학교 5학년인 와타루에게 그 상황이 얼마나 힘든 상황인지 몰라서가 아니다. 애초부터 그런 설정 자체가 내게는 약한 거부감이 생겨났다.

 

  이제 와타루는 많은 여행을 할 것이다. 그 여행의 결말이 비록 내게는 손바닥으로 가려진 하늘만큼이나 작디 작은 메시지였다 하더라도 어떤 이들에게는 눈부신 빛이 되어줄 것이라 느껴진다. 온갖 빛이 만연하게 비쳐지는 상상속 세계를 그저 내가 아는 만큼밖에 이해할 수 없음이 아쉽다 느껴졌지만, 애니에서 느낄 수 없었던 캐릭터들의 숨은 사정을 자세히 알 수 있어 그 점은 마음에 들었다. 앞으로 펼쳐질 내용을 고대하고 기대하며, 나는 다시 2권을 펼쳐볼 때까지 와타루와 미쓰루를 또 애니가 내게 준 그 결말에 대해 생각할 듯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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캐러멜 팝콘
요시다 슈이치 지음, 이영미 옮김 / 은행나무 / 2006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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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요시다 슈이치, 이 작가는 내게 특이하고도 특별한 작가로 기억된다. 전에 이 작가의 책을 소개할때 '꼭 살다가 한번쯤 봐야할 소설'이라 말한 바 있다. 처음 접한 책이 7월 24일 거리여서 그러한 느낌이 강한지도 모르지만 이 작가의 책에는 소소한 행복과 사소한 슬픔과 일상이 담백하게 드러나있다. 손에 잡힐 듯 잡히지 않는 감정이 책 안 곳곳에 살아있어 별다른 생각 없이 술술 읽어내리다보면 이 작가가 선사한 즐거움의 정점에서 생각에 잠기곤 한다. 옮긴이가 말했듯 요시다 슈이치는 지극히 평범해 보이는 묘사 속에서도 순간을 예리하게 포착해내는 남다른 감각이 있다.
 
『캐러멜 팝콘』제목 자체에서 풍겨나오는 달콤하고 달짝지근한 맛과 고소한 향기, 캐러멜이라는 달콤함과 입안에서 바스락 거리는 팝콘, 그리고 신도 레이가 끓이다 태워버린 달콤하면서도 짠맛나는 캐러멜 팝콘. 처음에는 왜 캐러멜 팝콘일까, 하던 의문도 읽다보면 자연스럽게 인지되어 버린다.
 
  캐러멜 팝콘은 지바양아치였던 신도 레이, 그의 남자친구 나오즈미, 나오즈미의 형 고이치, 잡지사를 다니는 게이코의 시점으로 전개된다. 봄, 여름, 가을, 겨울로 크게 나뉘어 지루할 법한 일상의 소소함을 마무리지으며 능수능란하게 독자를 이끌어낸다. 지루할 새도 없이 끝나버려 독자가 느끼는 배고픔과도 같은 허무함마저도 하나의 재미라고 말하는 이 작가를 어찌 사랑하지 않을 수 있을까.
 
  나는 이 책을 중반부까지 쉼없이 읽어내다 책사이에 손바닥을 대놓고 가만히 허공을 바라보았다. 다양하게 엮어진 이들의 이야기 속에서 그냥 지나치고만 것이 있지는 않은가 하여서.
  사람의 자리란 무엇일까. 진실이라는 이름아래 참 거짓이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서로가 감춰둔 비밀을 연결고리로 부여잡고 있는 것이 친구이든 애인이든 가족이든, 그 사람들 모두가 어딘가를 서성이고 있는 것일까. 게이코의 철없는 엄마가 계단에 앉아있던 부분이 떠오른다. 당연히 아빠의 아내여서 기다리는 사람. 그것이 게이코의 엄마였다. 그래서 였는지 간접적으로 묘사된 게이코의 엄마가 한 대사가 난 잊혀지질 않았다. "엄마는 줄곧 아빠에게 사랑받지 않으면 안 되겠구나." 라고 중얼거리던 그녀가 잊혀지지 않는다. 어떤 사람은 기다리고 어떤 사람은 그 기다림의 배웅을 받고 어떤 사람은 떠나가고...또 만나지는 그런 관계의 연속성을 물끄러미 바라보고 있자니 사탕을 한껏 물고 있던 입안으로 와삭 부서져버린 사탕의 파편만큼이나 무르춤하니 물러나있었던 씁쓸함이 밀려들어왔다.
  드러나지 않은, 요시다 슈이치가 그려낸 서정적이고도 소소한 일상 속에 짙은 땅거미를 짙게 내깔린 길위에 서서 불안과 거짓, 입밖에 내어놓을 수 없는 은밀한 비밀을 끌어안은채로 어딘가를 끊임없이 머물어 가려는 사람들의 모습을 바라보며 나는 그때서야 불안함과 조바심이 엄습해오는 것을 느꼈다.
 
 
  레이, 나오즈미, 고이치, 게이코 그리고 다나베. 거기다 나오즈미 일가와 평생을 비밀과 거짓에 속아주며 살아온 나오즈미의 어머니, 그리고 아무것도 알지 못하는 나오즈미의 아버지, 그리고 그런 나오즈미의 어머니를 평생 사랑한 쓸쓸한 한남자의 사랑. 이들의 관계는 무료하고 불안하며 격정적이고 또 잔잔하다. 알면서도 속아주고 속을걸 알면서도 믿고, 믿고자 해도 모든 것을 다 알아버린 관계가 우리가 머물고 있는 자리는 아닐까.
  달콤한 만큼, 따뜻한 만큼 자신없어도 머물고 싶었던 자리 말이다. 내게 요시다 슈이치의 책은 꼭 살아가면서 한템포 느리가 쉬어갈 수 있게 만드는 쉼표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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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화 추적자 - BBC 다큐멘터리 샹그리라.아르고호 원정대.시바의 여왕.아더 왕 이야기
마이클 우드 지음, 최애리 옮김 / 웅진지식하우스 / 2006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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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기대는 하고 있었지만 기대 이상이라 손을 대는 것 조차도 망설여졌다. 이사하는 와중이라 씻었어도 먼지투성인 바람에 손때가 책에 묻을까하는 불안한 마음때문이기도 했지만, 고화질의 내셔널지오그래픽 사진이나 영상물을 접한 것처럼 선명하고도 아름다운 풍경들에 넋을 잃었다는 것이 맞는 말일 것이다. 나는 우선 책을 읽기 앞서 사진들을 쭉 훑어보았다. 보통은 책읽기부터 시작하는데 표지부터 범상치 않은 전경에 시각적인 충만함을 주고 싶었는지 책읽기는 제쳐두고 빼곡한 사진들을 훑어보았던 것이다. 시미코트 마을에 다가가면서 비행기에서 내려다본 전경, 카트만두 계곡에 있는 힌두교 사원, 수틀레지 협곡, 친구에게 말로만 전해들은 히말라야, 구게 왕국의 마지막 수도라는 차파랑등 내가 가보지 않은 곳이었으나 마치 내가 기행을 하고 있다는 느낌마저 상기시킬 만큼 또렷한 자연의 색감에 한껏 매료되었던 것 같다. BBC의 프로듀서인 마이클 우드의 역사기행문이라는 느낌보다는 사진집을 보는 것 같았다고 해야할까. 아니 어쩌면 자연이 만들어내는 진정한 명화라고 해야할 것 같다. 이토록 멋진 전경은 브로크백마운틴이란 영화와 오만과 편견이라는 영화 최근에 본 영화말고도 분명 이처럼 멋진 풍경을 담아낸 영화들이 있었지만 정말 압도적인 아름다움에 설레이기까지 했다. 거기에 실제로 있었을지도 모를 신화를 추적한다니 구미가 안당길 수가 없다.
  신화추적자라는 말처럼 이 책은 네가지 신화를 찾아 떠나는 여행이라 할 수 있다. 그렇다고 신화, 전설의 신빙성을 쫓는 것이 아니라 신화가 어떤 모습으로 우리들에게 전해져왔으면 그 근원이 어디에서부터 파생되어졌는지 알아낸다는 점에서 여타 다른 기행문과는 뚜렷한 성격을 가진다. 다큐멘터리 제작을 위해 역사기행을 떠나 신화를 추적한다는 것이 흥미로웠고 내가 접할 수 없는, 또 내가 알지 못하는 것을 간접적으로나마 접할 수 있다는 것이 마이클 우드의 기행, 그의 신화추적을 지루하지 않게 따라갈 수 있는 원동력이었던 것 같다. 샹그리라가 힐튼의 소설 <잃어버린 지평선>에서 '지상낙원'으로 묘사되어, 이상향을 의미하는 소설속 마을인지도 몰랐었다. 물론 이 책에서는 그러한 이상향을 뜻하는 지상낙원을 기행하고자 함은 아니었다. 퇴색되고 잃어버린 역사의 조각들을 맞춰나가듯 그의 역사추적은 숨겨진 파라다이스 샹그리라와 왕위의 상징인 황금 양털 가죽을 얻기위해 떠나는 아르고호 원정대, 성서와 코란에 등장하는 남방의 신비로운 여인 시바의 여왕, 영웅 아더왕에 얽힌 신화, 전설을 기행을 하며 현장을 답사하고 철저한 문헌과 고증을 통해 증명하고자 했다. 하지만 이 책이 어떠한 답을 내어주고 신화를 재조명한다고 할 수는 없다. 역사학자나 고고학자의 시각으로 그들이 유적지를 조사하는 전문적인 부분이 아닌만큼 일반인에게 설득력있는 호소력을 지녔다 할지라도 그것이 전문적이거나 충실한 해답이 될 수는 없다는 것이 아쉽다면 아쉬운 부분이었다. 신화를 재조명할 수는 없었지만, 신화의 근원지를 사진으로 접하며 저자의 기행을 따라 걷는 것은 참으로 흥미로운 일이었으며 우리가 보통 접할 수 있는 다큐와는 자못 색다른 경험이기도 했다. 충분히 독자들은 책에 실린 사片맛막琯?신화에 얽힌 이야기들을 상상하거나 예상을 해볼 수 있었을 것이란 느낌이 들만큼 <신화추척자>는 잘짜여진 극본처럼 잘 만들어졌다고 느꼈다. 누가 연기를 하느냐에 따라 그 감동의 크기는 달라질 수 있는 부분이지만 눈으로 보여지는 것만이 다가 아님을 알 수 있었고, 사진에서 느껴지는 신화의 여운은 나의 흥미와 호기심을 부추기며 그 속으로 빠져들수 있는 충분한 메리트를 선사해주었다. 예전에 흡혈귀의 성이란 다큐를 보고, 그 역사를 쫓아가면서 그곳을 탐방해 보고 싶다는 생각을 했었는데 사진으로 만족을 한다고는 하지만 직접 내 발로 이 전경들을 걷고 싶다는 생각이 들만큼 재밌게 읽었다. 또 알고 있었다고 생각했지만 사실은 역사적 그 자취를 따라가는 순간부터 허구와 현실이 갈린다는 생각이 들어서 욕심이 생기는지도 모른다. 신화와 역사적인 면을 따지자면 이 책안에 있는 그 본연의 성격을 흐리게 될 것 같다. 마이클 우드, 저자역시 그것은 바라지 않는 일일 것이다. 어디까지나 이 책은 다큐멘터리를 위한 기행문일 뿐 역사서가 아니니말이다. 역사나 신화에 관심이 많았었지만 딱히 접할길도 무엇을 접해 알아야 하는지도 모르던 내게 이 책은 하나의 양식이었다. 책이 너무도 잘 만들어져서 웅진지식하우스에서 만들어내는 책들이 기대가 될만큼 후회없이 책장을 덮었다. 어디까지가 허상이고 사실을 전제로한 역사인지는 알 수 없지만, 또 이 책에서 그 객관적인 답안지를 찾아낼 수는 없다하여도 지나간 역사의 발자취, 혹은 그 시대가 남기고 간 향기를 느끼기에 충분하지 않았을까.
한줌의 흙을 손바닥위에 부스러뜨리듯 허물어져 흩어지는 것이 신화라면 쏟아진 흙이 스치고간 그 특유의 향기는 언제까지고 내 바로 앞에 그 모습을 드러낼 것 같은 기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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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은 진실을 알고 있다 - 2권 세트
조르지오 팔레띠 지음, 이승수 엮음 / 한즈미디어(한스미디어) / 2006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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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보이는 것이 전부가 아니다, 라는 말은 누구나 접해봤을 것이다. 적어도 스릴러나 미스터리 쪽 영화, 소설을 즐기는 사람이라면 들어봤으리라 생각된다. 그 보편적인 말속엔 무언가 더 숨겨진 것이 있다고 시사하는 것만 같다.
  <눈은 진실을 알고 있다> 역시 보이는 것이 전부가 아니라고 운을 떼었지만 사실 이 책은 무언가 더 숨겨진 것이 있음을 은연중에 상징하는 것이 아니라 말 그대로 '시각'과 '각막'을 투영해 시각이 보는 현실과 각막을 통해 볼 수 있는 죽은 시간에 대해 말하고자 함이 아닐까 싶다.

 

 

  <육체가 스스로 자신을 그릴 수 있는데 왜 캔버스 위에 육체를 그리느라 시간을 낭비해야 할까? 극단적인 의미로 육체가 캔버스 자체가 될 수 있는데 왜 쓸데없이 보조 도구를 낭비해야 하는 걸까?>

 


  첫 장에서 등장해 가장 처음 목숨을 잃은 제리 코, 뉴욕 시장의 아들이기도 하며 촉망받는 보디 페인팅 아티스트 였던 제럴드 마샬리스의 미친 광기와도 같은 예술 행위는 육체 그 자체가 예술이라 말한다. 이 책에서, 적어도 제리 코에게 있어서 예술은 인간이 만들어내는 손끝의 예술이 아니라 인간 그 자체인 것이다. 제리 코의 각막이 사고로 연인을 잃은 모린에게 운명적으로 이식되어 죽은 '제럴드 마샬리스'의 기억으로 사건의 진상이 밝혀지듯 기억은 뇌에서 관장하는 것이 아니라 몸을 이루고 있는 신경세포, 그 육체 자체가 기억이라고 말하고 있는 듯 하다. 여름향기란 드라마와 엔젤하트라는 만화책에서도 '심장에 각인된 기억'으로 인해 사랑을 하기도 하며, 또 죽은 자의 기억을 쫓아간다. 그렇다면 기억이란 뇌 속에 남아있는 것이 아니라 심장이든 각막이든 우리의 몸 구석구석에 각인되었다고 할 수도 있는 것이 아닐까. 


  물론 사실적으로 짚고 넘어가자면 말도 안되는 상황이기는 하다. 실제로 심장을 이식 받은 사람이 한번도 보지 못한 사람을 알아보는 경우가 있다고는 하지만, 어디까지나 이것은 픽션으로 만들어내어진 이야기가 아닌가. 그러니 굳이 그러한 사실에 신경쓰는 사람은 없을 것이라 생각하고 나역시도 그다지 별다른 생각 없이 읽을 수 있었다.

 


 


  사건은 현재에서 과거로, 과거에서 현재로 비상을 하듯 급격하게 솟구쳤다 추락하듯이 일어난다. 1권에서는 나오는 인물들의 소개나 사정에 대해 알아가는 편이었다면 2권부터는 범인과 수수께끼 같은 추격전이 시작된다. 자신있으면 어디 잡아봐, 라고 하는 것 같은 사이코 연쇄살인범과의 술래잡기가 시작되는 것이다. 찰스 슐츠의 만화 '피너츠'에 나오는 캐릭터 라이너스, 루시, 스누피, 피그펜을 둘러싼 채로.


  각기 연관없는 이야기들이 한 템포씩 느려지다 맞물려 돌아가는 수레바퀴처럼 체머리를 흔들며 정신없이 굴러가는 동안 사이코 스릴러라고 하기엔 다소 밋밋한 사건 전개에 하품을 하다 채 입을 다물새도 없이 눈알이 빠지도록 책 속으로 빨려들어가고 만다. 그러나 깊게 파고 들어 갈 수록 어둠 속에서 조용히 몰아치고 있는 바람의 방향을 알아챌 수는 없었다. 과연 범인은 누구인가, 단순 사이코 연쇄살인범인가에 대한 의문을 가질때 쯤 서서히 드러난 피그펜의 존재가 스누피의 죽음위로 결정적인 단서를 남기고 간 덕분에 사건이 종결되었다고 안심을 하게되지만 그 역시도 찝찝하다.

  책 두께가 아직 절반이나 남았다는 것이 말해주는 것은, 아직 진범이 잡히지 않았거나 반전이 기다리고 있다는 것과 다르지 않았기 때문에. 단조롭지만 나즈막한 목소리로 조용히 진행된 사건이 큰 파동도 없이 물 속에 가라앉는 것 처럼 찝찝함을 느끼며 막바지를 향해 갔다.

 

 


   


  남자이기도 하며 여자이기도 한 아름다운 리자와 제리 코의 삼촌인 조던, 뉴욕 시장인 조던의 형과 연인을 잃은 모린이라는 여형사가 '제리 코'로 인해 서로 연관성을 가지기 이전 부터 진실은 철저하게 계산된 모습으로 훗날을 기약하고 있었던 것이 아닌가도 싶었다.
  10만 달러를 위해 피그펜과 잠자리를 한 리자와 라이너스의 모습 그대로 기괴한 죽음을 맞이한 제럴드 마샬리스의 삼촌인 조던, 그들의 만남 자체는 살인범이 예상하지 못했던 장치적 오류였는지는 몰라도 사건은 모린에게 이식된 '각막' 속 죽은 기억으로 인해 안개속에 갇혀있던 진범의 얼굴이 드러나게 된다. 물론 모린에게 이식된 제리 코의 각막 역시 살인범이 예상하지 못했던 오류일 것이다. 어쨌거나 죽은자의 기억으로 인해 연쇄살인사건은 끝을 맺는다.

 

  만화 피너츠의 캐릭터에 빗대어진 네 사람에 대한 이야기를 좀더 해보자면, 나는 무엇이 정의인지 알 수가 없어진다. 덴젤 워싱턴과 다코다 패닝이 나온 <맨온 파이어>에서 복수를 다짐하던 덴젤 워싱턴의 초연한 모습이 오버랩되면서 더욱더 알 수가 없어졌다.

 

  "용서는 저들과 신 사이의 일입니다."

 

  마지막으로 살아남은 피그펜은 그 누구의 용서를 받아야만 하는 것일까. 모린의 총에 의해 동생을 잃은 아르벤 갈라니가 모린의 연인인 코너를 죽이고 모린에게 복수를 한다. 내심 나는 모린이 아르벤 갈라니에게 어떠한 복수를 할까 기대하고 있었지만, 모린이 손도 쓰기전에 세자르 황이 그 복수를 끝맺는다. 줄리어스 황, 피그펜의 아버지인 세자르 황은 모린이 줄리어스 황의 혐의를 풀어주어 그 보답으로 아르벤 갈라니를 죽여준 것 같지만 결국 줄리어스에겐 어떠한 벌도 내리지 않았다. 사랑하는 아들의 목줄기를 조악한 집안에서 총구가 겨눠진 손을 덜덜 떨며 그저 살리기 위해 아무런 마취도 없이 메스로 그을 수 밖에 없었던 한 아버지의 처절한 복수, 그 끝이 서럽도록 씁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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괴물딴지 미스터리 사전
유상현 지음, 신동민 그림 / 해냄 / 2006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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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세계 제1의 엽기상식 대백과, 딱 이 책 <괴물딴지 미스터리 사전>을 대표할 만한 문구라 할 수 있다.
  귀신, 괴물, 초현상, UFO, 살인마, 음모론, 사후세계...


  허구인지 사실인지를 떠나 이 모든 기현상에 관해 청각을 곤두세우고 귀동냥을 하던 사람이라면 흥미를 아니 가질 수 없을 것이다.

  <등 뒤에 누군가가 있다!> 에서 인상적이었던 것은 살아 움직이는 그림 속 귀신이었는데, 증거 사진까지 첨부되어 있어 정말 사실인가! 하는 생각에 등골이 서늘해졌다. (아마도 사실이겠지?) 죽음을 부르는 흉가편은 마치 현대판 바토리를 보는 것 같았는데 바토리 그 끔찍한 여자에 대한 글은 뒷편에서 다루어진다.

 

  <영원히 풀리지 않는 공포의 미스터리>에선 꽤 놀랄만한 이야기들이 주를 이루었는데 그것이 꽤 설득력이 있다는 점이 인상적이었던 것 같다. 엘비스 프레슬리의 죽음과 진실, 링컨과 케네디의 묘한 인연, 애드거 앨런 포에 관한 이야기등 일요일 아침마다 하는 <서프라이즈> 처럼 진실과 거짓에서 믿기지 않았던 상황이 <진실>이라 판명났던 때처럼 호기심을 넘어 이 책 속, 괴물딴지가 선사해주는 세계로 거침없이 빨려들어 갔다. 그러고보면 서프라이즈에 나왔던 스티븐 킹에 관한 이야기도 신기했었는데 애드거 앨런 포에 관한 이야기는 47년전에 이미 살인사건을 예언했다 해도 과언이 아닐만큼이니 신기하지 않은가. 9.11 테러를 예언한 사람들도 대단하다 느껴지지만 내가 보고 있는 책, 그 작가와 연관된 일이다보니 더 색다른 느낌이었던 것 같다. 이 괴물딴지는 스티븐 킹이 자신의 한계처럼 남아버린 사람들의 편견을 깨부시려 다른 이름으로 책을 출판해 세상을 깜박 속이는 일을 벌였던 것처럼 기이하고도 믿겨지지 않는, 그러다가도 웃음이 픽픽 나는 헤프닝 같은 책이다.

 

 

  링컨과 케네디의 묘한 인연도 억지로 끼워맞추었다 하기엔 지나친 우연의 연속이니. 거참, 세상은 정말 요지경이로군 싶어졌다. 그밖에도 할리우드 영화들의 소재로 사용된 모스맨, 가고일, 늑대인간, 그렘린등 이 모두가 시나리오 작가의 상상력 뿐만이 아니라 세계 각국에서 일어난 기현상을 참고해서 만들어졌다는 것 자체도 신기함 그 자체였다.

 

  <전 세계를 전율케한 한 세기의 살인마>편에선 맨처음 내가 언급한 바토리에 관한 이야기가 나온다. 연대를 확인하지 않았지만 브람 스토커가 바토리를 흡혈귀의 소재를 썼는지는 잘 모르겠다. 그만큼 끔찍한 살인으로 피를 즐겼다는 뜻인지도 모르지만. 어쨌든 우리가 익히 알고 있는 드라큘라, 흡혈귀에 관한 소설은 브람 스토커에 의해 쓰여졌지만 그렇다고 역사와 무관한 것은 아니다. 피의 군주였던 블라드 체피시를 소재로 만들어진 것이 드라큘라 백작이니 말이다.

 

 

  종종 주워듣던 괴담들이 이 책속에선 명확한 증거까지는 아니어도 그것을 보았거나 경험했다는 사람들의 말을 통해 접하다보니 사실이냐 아니냐보다는 아, 이런 일도 있었구나. 싶은 마음에 더욱더 흥미진진하게 읽지 않았나 싶다.

 

  왜 이런 일도 있지 않은가. 남들에게 말하면 우스갯 소리가 되버릴 그런 기이한 체험들이. 나역시도 괴물딴지 웹진에 올릴만한 기이한 체험이 하나 있긴 한데 꿈이였기 때문에 그냥 넘어가련다. 어쨌거나 우리가 사는 세상은 꼭 벽같다. 아무도 모르게 조그만 틈이 하나씩 생겨 그 틈새로 또 다른 세상을 보는 것 같아서 현실과 허구 그 사이엔 굳건한 벽 하나쯤이 있는 것은 아닌가도 싶어졌다.

 

  지금도 괴물딴지 말고도 세계 각국에서 기이하고도 괴기스러운 일들이 벌어지고 있을 것이라 생각하니 지금도 모골이 송연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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