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화 추적자 - BBC 다큐멘터리 샹그리라.아르고호 원정대.시바의 여왕.아더 왕 이야기
마이클 우드 지음, 최애리 옮김 / 웅진지식하우스 / 2006년 8월
평점 :
절판


  기대는 하고 있었지만 기대 이상이라 손을 대는 것 조차도 망설여졌다. 이사하는 와중이라 씻었어도 먼지투성인 바람에 손때가 책에 묻을까하는 불안한 마음때문이기도 했지만, 고화질의 내셔널지오그래픽 사진이나 영상물을 접한 것처럼 선명하고도 아름다운 풍경들에 넋을 잃었다는 것이 맞는 말일 것이다. 나는 우선 책을 읽기 앞서 사진들을 쭉 훑어보았다. 보통은 책읽기부터 시작하는데 표지부터 범상치 않은 전경에 시각적인 충만함을 주고 싶었는지 책읽기는 제쳐두고 빼곡한 사진들을 훑어보았던 것이다. 시미코트 마을에 다가가면서 비행기에서 내려다본 전경, 카트만두 계곡에 있는 힌두교 사원, 수틀레지 협곡, 친구에게 말로만 전해들은 히말라야, 구게 왕국의 마지막 수도라는 차파랑등 내가 가보지 않은 곳이었으나 마치 내가 기행을 하고 있다는 느낌마저 상기시킬 만큼 또렷한 자연의 색감에 한껏 매료되었던 것 같다. BBC의 프로듀서인 마이클 우드의 역사기행문이라는 느낌보다는 사진집을 보는 것 같았다고 해야할까. 아니 어쩌면 자연이 만들어내는 진정한 명화라고 해야할 것 같다. 이토록 멋진 전경은 브로크백마운틴이란 영화와 오만과 편견이라는 영화 최근에 본 영화말고도 분명 이처럼 멋진 풍경을 담아낸 영화들이 있었지만 정말 압도적인 아름다움에 설레이기까지 했다. 거기에 실제로 있었을지도 모를 신화를 추적한다니 구미가 안당길 수가 없다.
  신화추적자라는 말처럼 이 책은 네가지 신화를 찾아 떠나는 여행이라 할 수 있다. 그렇다고 신화, 전설의 신빙성을 쫓는 것이 아니라 신화가 어떤 모습으로 우리들에게 전해져왔으면 그 근원이 어디에서부터 파생되어졌는지 알아낸다는 점에서 여타 다른 기행문과는 뚜렷한 성격을 가진다. 다큐멘터리 제작을 위해 역사기행을 떠나 신화를 추적한다는 것이 흥미로웠고 내가 접할 수 없는, 또 내가 알지 못하는 것을 간접적으로나마 접할 수 있다는 것이 마이클 우드의 기행, 그의 신화추적을 지루하지 않게 따라갈 수 있는 원동력이었던 것 같다. 샹그리라가 힐튼의 소설 <잃어버린 지평선>에서 '지상낙원'으로 묘사되어, 이상향을 의미하는 소설속 마을인지도 몰랐었다. 물론 이 책에서는 그러한 이상향을 뜻하는 지상낙원을 기행하고자 함은 아니었다. 퇴색되고 잃어버린 역사의 조각들을 맞춰나가듯 그의 역사추적은 숨겨진 파라다이스 샹그리라와 왕위의 상징인 황금 양털 가죽을 얻기위해 떠나는 아르고호 원정대, 성서와 코란에 등장하는 남방의 신비로운 여인 시바의 여왕, 영웅 아더왕에 얽힌 신화, 전설을 기행을 하며 현장을 답사하고 철저한 문헌과 고증을 통해 증명하고자 했다. 하지만 이 책이 어떠한 답을 내어주고 신화를 재조명한다고 할 수는 없다. 역사학자나 고고학자의 시각으로 그들이 유적지를 조사하는 전문적인 부분이 아닌만큼 일반인에게 설득력있는 호소력을 지녔다 할지라도 그것이 전문적이거나 충실한 해답이 될 수는 없다는 것이 아쉽다면 아쉬운 부분이었다. 신화를 재조명할 수는 없었지만, 신화의 근원지를 사진으로 접하며 저자의 기행을 따라 걷는 것은 참으로 흥미로운 일이었으며 우리가 보통 접할 수 있는 다큐와는 자못 색다른 경험이기도 했다. 충분히 독자들은 책에 실린 사片맛막琯?신화에 얽힌 이야기들을 상상하거나 예상을 해볼 수 있었을 것이란 느낌이 들만큼 <신화추척자>는 잘짜여진 극본처럼 잘 만들어졌다고 느꼈다. 누가 연기를 하느냐에 따라 그 감동의 크기는 달라질 수 있는 부분이지만 눈으로 보여지는 것만이 다가 아님을 알 수 있었고, 사진에서 느껴지는 신화의 여운은 나의 흥미와 호기심을 부추기며 그 속으로 빠져들수 있는 충분한 메리트를 선사해주었다. 예전에 흡혈귀의 성이란 다큐를 보고, 그 역사를 쫓아가면서 그곳을 탐방해 보고 싶다는 생각을 했었는데 사진으로 만족을 한다고는 하지만 직접 내 발로 이 전경들을 걷고 싶다는 생각이 들만큼 재밌게 읽었다. 또 알고 있었다고 생각했지만 사실은 역사적 그 자취를 따라가는 순간부터 허구와 현실이 갈린다는 생각이 들어서 욕심이 생기는지도 모른다. 신화와 역사적인 면을 따지자면 이 책안에 있는 그 본연의 성격을 흐리게 될 것 같다. 마이클 우드, 저자역시 그것은 바라지 않는 일일 것이다. 어디까지나 이 책은 다큐멘터리를 위한 기행문일 뿐 역사서가 아니니말이다. 역사나 신화에 관심이 많았었지만 딱히 접할길도 무엇을 접해 알아야 하는지도 모르던 내게 이 책은 하나의 양식이었다. 책이 너무도 잘 만들어져서 웅진지식하우스에서 만들어내는 책들이 기대가 될만큼 후회없이 책장을 덮었다. 어디까지가 허상이고 사실을 전제로한 역사인지는 알 수 없지만, 또 이 책에서 그 객관적인 답안지를 찾아낼 수는 없다하여도 지나간 역사의 발자취, 혹은 그 시대가 남기고 간 향기를 느끼기에 충분하지 않았을까.
한줌의 흙을 손바닥위에 부스러뜨리듯 허물어져 흩어지는 것이 신화라면 쏟아진 흙이 스치고간 그 특유의 향기는 언제까지고 내 바로 앞에 그 모습을 드러낼 것 같은 기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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