캐러멜 팝콘
요시다 슈이치 지음, 이영미 옮김 / 은행나무 / 2006년 11월
평점 :
절판


 




 

 
  요시다 슈이치, 이 작가는 내게 특이하고도 특별한 작가로 기억된다. 전에 이 작가의 책을 소개할때 '꼭 살다가 한번쯤 봐야할 소설'이라 말한 바 있다. 처음 접한 책이 7월 24일 거리여서 그러한 느낌이 강한지도 모르지만 이 작가의 책에는 소소한 행복과 사소한 슬픔과 일상이 담백하게 드러나있다. 손에 잡힐 듯 잡히지 않는 감정이 책 안 곳곳에 살아있어 별다른 생각 없이 술술 읽어내리다보면 이 작가가 선사한 즐거움의 정점에서 생각에 잠기곤 한다. 옮긴이가 말했듯 요시다 슈이치는 지극히 평범해 보이는 묘사 속에서도 순간을 예리하게 포착해내는 남다른 감각이 있다.
 
『캐러멜 팝콘』제목 자체에서 풍겨나오는 달콤하고 달짝지근한 맛과 고소한 향기, 캐러멜이라는 달콤함과 입안에서 바스락 거리는 팝콘, 그리고 신도 레이가 끓이다 태워버린 달콤하면서도 짠맛나는 캐러멜 팝콘. 처음에는 왜 캐러멜 팝콘일까, 하던 의문도 읽다보면 자연스럽게 인지되어 버린다.
 
  캐러멜 팝콘은 지바양아치였던 신도 레이, 그의 남자친구 나오즈미, 나오즈미의 형 고이치, 잡지사를 다니는 게이코의 시점으로 전개된다. 봄, 여름, 가을, 겨울로 크게 나뉘어 지루할 법한 일상의 소소함을 마무리지으며 능수능란하게 독자를 이끌어낸다. 지루할 새도 없이 끝나버려 독자가 느끼는 배고픔과도 같은 허무함마저도 하나의 재미라고 말하는 이 작가를 어찌 사랑하지 않을 수 있을까.
 
  나는 이 책을 중반부까지 쉼없이 읽어내다 책사이에 손바닥을 대놓고 가만히 허공을 바라보았다. 다양하게 엮어진 이들의 이야기 속에서 그냥 지나치고만 것이 있지는 않은가 하여서.
  사람의 자리란 무엇일까. 진실이라는 이름아래 참 거짓이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서로가 감춰둔 비밀을 연결고리로 부여잡고 있는 것이 친구이든 애인이든 가족이든, 그 사람들 모두가 어딘가를 서성이고 있는 것일까. 게이코의 철없는 엄마가 계단에 앉아있던 부분이 떠오른다. 당연히 아빠의 아내여서 기다리는 사람. 그것이 게이코의 엄마였다. 그래서 였는지 간접적으로 묘사된 게이코의 엄마가 한 대사가 난 잊혀지질 않았다. "엄마는 줄곧 아빠에게 사랑받지 않으면 안 되겠구나." 라고 중얼거리던 그녀가 잊혀지지 않는다. 어떤 사람은 기다리고 어떤 사람은 그 기다림의 배웅을 받고 어떤 사람은 떠나가고...또 만나지는 그런 관계의 연속성을 물끄러미 바라보고 있자니 사탕을 한껏 물고 있던 입안으로 와삭 부서져버린 사탕의 파편만큼이나 무르춤하니 물러나있었던 씁쓸함이 밀려들어왔다.
  드러나지 않은, 요시다 슈이치가 그려낸 서정적이고도 소소한 일상 속에 짙은 땅거미를 짙게 내깔린 길위에 서서 불안과 거짓, 입밖에 내어놓을 수 없는 은밀한 비밀을 끌어안은채로 어딘가를 끊임없이 머물어 가려는 사람들의 모습을 바라보며 나는 그때서야 불안함과 조바심이 엄습해오는 것을 느꼈다.
 
 
  레이, 나오즈미, 고이치, 게이코 그리고 다나베. 거기다 나오즈미 일가와 평생을 비밀과 거짓에 속아주며 살아온 나오즈미의 어머니, 그리고 아무것도 알지 못하는 나오즈미의 아버지, 그리고 그런 나오즈미의 어머니를 평생 사랑한 쓸쓸한 한남자의 사랑. 이들의 관계는 무료하고 불안하며 격정적이고 또 잔잔하다. 알면서도 속아주고 속을걸 알면서도 믿고, 믿고자 해도 모든 것을 다 알아버린 관계가 우리가 머물고 있는 자리는 아닐까.
  달콤한 만큼, 따뜻한 만큼 자신없어도 머물고 싶었던 자리 말이다. 내게 요시다 슈이치의 책은 꼭 살아가면서 한템포 느리가 쉬어갈 수 있게 만드는 쉼표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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