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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레이브 스토리 1
미야베 미유키 지음, 김해용 옮김 / 황매(푸른바람) / 2006년 12월
평점 :
품절
빛이 주는 즐거움
세상에는 수만가지의 빛이 존재한다. 오페라의 유령이란 책의 마지막 부분에 사람들은 아는 만큼만 본다고 한다. 나역시도 내게 비치는 빛들 중 아는 만큼만 보는 것이리라 느껴졌다.
브레이브 스토리는 세상의 온갖 빛들이 하는 말을 전하는 책이라는게 내 개인적인 평이다. 그만큼 힘차며 선한 기운이 밝게 동심과 어우러져있다. 하지만 아는 만큼만 이해를 할 수가 있는 세계이기도 하다. '비전'이라는 상상속 세계와 현실도피를 궤도상에 올림으로 자신의 운명을 시험대에 올려놓을 수 있다니 이처럼 달콤한 유혹이 또 어디에 있을까.
환타지 속에 흔히 사용되는 시간여행을 떠올려 본다면 저자가 선사한 환타지의 세계로 충분히 융화되어 멋진 탐험을 할 수 있을 것이다.
나는 아직 1권 밖에 이 책을 접하지 못했지만 이 글의 흐름이라든지 내용상의 결말은 알고 있다. 애니로 보았기 때문인데, 400페이지가 넘는 1권의 양이 고작 애니의 첫 도입 부분이라면 앞으로 펼쳐질 내용이 얼마나 장대하리 만치 클지 기대를 하고도 남음이다. 하지만 남은 권수가 고작 3권 뿐이라니. 어쩐지 도입부에서 느껴지는 긴장감이 떨어진다는 기분이었다. 전체적으로 속도감이 없다. 미야베 미유키의 소설은 치밀하고 완벽하다. 그러나 전체적으로 약간 느린 템포이기 때문에 나처럼 애니를 통해 먼저 본 사람이나 혹은 미야베 미유키의 소설이 처음인 사람은 다소 답답증이 일기도 한다. 느림의 미학, 잔잔함이 주는 감동이랄지 혹은 저자가 독자에게 전하려는 메시지는 글을 글자가 아닌 하나의 이야기로 받아들일때 주어지는 것 같았다.
상상 속 세계 비전은 여행자로 인정된 자만이 자신의 운명을 바꾸기 위한 여행을 할 수 있도록 해준다. 애니에서 사실 1권의 내용은 와타루와 미쓰루가 왜 무엇때문에 운명을 바꿔야 하는지 독자를 그 세계로 이끄는 가이드의 역할일 뿐이었으나 책으로 접한 브레이브 스토리는 조금 달랐다. 전개하는 방식은 같을지라도 미묘한 변화랄까. 와타루는 부모의 이혼으로 또 쓰러진 어머니가 병원에 실려가면서 간절하게 다시 시간을 되돌리길 원한다. 그러나 책속에서의 내용은 지극히도 현실적이었다. 미쓰루가 여행자가 되어 비전으로 향해갈 수 밖에 없었던 이유가 1권에서부터 드러나다니. 아무래도 애니와 원작은 미묘하게 다른 길로 서로에게 합당한 결말을 낸 것은 아닌가 싶다.
아는 만큼, 나는 책 속에서 와타루를 이해했고 그 상황을 이해했다. 하지만 나는 와타루가 애니에서 봤을때도 그 캐릭터 자체가 마음에 들지 않았다. 어리기에 나약한 것이 아니라 그 본성 자체가 나약하다. 애니와 책을 보고 난 뒤 느낀 것은 와타루를 싫어한 것이 아니라 와타루를 통해 비쳐지는 내 나약함이 싫었는지도 모르겠다. 이렇다할 행복까지는 아니어도 무언가에 길들여져 있어 행복해야 함이 당연하다 느끼는 그런 존재. 미쓰루의 극단적인 상황이 와타루와 너무도 대조를 이뤄 더욱더 거부감이 느껴졌는지도 모르지만 미쓰루의 상황과 와타루의 상황이 같다 여겨지는 분위기를 이해하지 못했다.
시간을 되돌려 자신의 동생만이라도 살려보고자 한 미쓰루와 어머니와 아버지의 이혼을 되돌리고 싶은 와타루의 여행. 초등학교 5학년인 와타루에게 그 상황이 얼마나 힘든 상황인지 몰라서가 아니다. 애초부터 그런 설정 자체가 내게는 약한 거부감이 생겨났다.
이제 와타루는 많은 여행을 할 것이다. 그 여행의 결말이 비록 내게는 손바닥으로 가려진 하늘만큼이나 작디 작은 메시지였다 하더라도 어떤 이들에게는 눈부신 빛이 되어줄 것이라 느껴진다. 온갖 빛이 만연하게 비쳐지는 상상속 세계를 그저 내가 아는 만큼밖에 이해할 수 없음이 아쉽다 느껴졌지만, 애니에서 느낄 수 없었던 캐릭터들의 숨은 사정을 자세히 알 수 있어 그 점은 마음에 들었다. 앞으로 펼쳐질 내용을 고대하고 기대하며, 나는 다시 2권을 펼쳐볼 때까지 와타루와 미쓰루를 또 애니가 내게 준 그 결말에 대해 생각할 듯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