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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록도마뱀 편집부는 영국의 콘웰에서 날아온 이메일로 이야기가 시작되었으며 이글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느냐는 독자에게 맡긴다 하였다. 지은이 피에르도메니코 바칼라리오라 표기되어 있지만 그는 암호와도 같이 해석이 불가능한 글을 번역하여 옮겨오는 역할을 맡았을 뿐, 이책의 이야기를 저술한 작가는 율리시스 무어라는 인물이다. 그는 킬모어 코브(Kilmore Cove)에 산다했으나 킬모어 코브란 곳은 지도상에 없었고 베일에 싸인 그 인물에게서 날아온 큰 궤짝에서부터 이야기는 시작된다.
이야기의 중심, 사라진 지도인 킬모어 코브. 지도상에 없는 킬모어 코브에 대한 의문과 정말 작가가 율리시스 무어인 것일까 싶은 미심쩍인 기분으로 첫장을 열었다.

<책 속에 등장하는 이시스와 오시리스>
우선 책이 정말 마음에 들어서 다소 흥분된 상태였다. 마법서같기도 하고 두꺼우면서도 가벼운 재질의 속지와 삽화등 구성 자체도 흥밋거리였기 때문이었다. 중성지를 선호하지만 갱지처럼 까끌거리는 속지 또한 가독성을 높이는데 충분했다.
무엇보다 율리시스 무어란 신비의 인물의 공책을 비밀리에 훔쳐보는 것 같은 스릴감에 더 설레지 않았던가 싶다. 아마도 이 이야기의 시작이 기묘했기 때문일 것이다. 판타지보다도, 어떤 사실에 근거한 체험수기 및 답사일기를 보는 것 같은 느낌? 평소 관심있었던 이집트가 관련되어 무서운 속도로 읽어나갈 수 있었다.

궤짝안에 산더미 같은 사진과 그림, 지도, 시간에 마모된 검은색 표지의 낡은 공책들...과연 어디까지가 믿어야하는 사실이고 허구인 것일까. 의심이 많은 나는 2권을 다 읽을때까지도 무엇이 사실이고 허구인지 그 경계를 찾기가 다소 어려웠다. 논픽션이냐, 아니면 픽션이냐가 아닌 정말 율리시스 무어란 사람의 손에서 탄생된 이야기 인지 아니면 편집부나 저자가 노리는 반전인지에 대한 사족적인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었다. 이러한 생각이 든 이유는 여태까지 이러한 경우를 접해보지 못한 탓이라 생각된다. 당연히 피에르도메니코가 쓴 소설일 것이라 생각했으나 각 챕터마다 궤짝사진과 율리시스 무어가 그렸을 그림, 암호와도 같은 필기체 영문...그리고 그가 찍은 사진등 (사실 사진은 그림인데, 그려진 그림을 찍은 사진인지 그것이 가장 큰 의문이기도 했다.) 피에르도메니코가 누군가 장난을 친 거라 생각했듯이 나역시도 그러한 기분으로 율리시스 무어를 읽게 되었다.
아주 특별한 기호로 내용을 보호하려 했던 그 이야기를!

<책 속, 어린 파라오 투탕카멘>
무엇 때문에 율리시스 무어는 이 이야기를 보호하려 했을까. 아직 그 장대한 이야기의 일부분밖에 보지 못한 기분이 들만큼 이 책에 대한 내 기대감은 말로 표현할 수 없을 만큼 크다할 수 있다. 누군가에게서 보호하려 했던 이야기라니. 도대체 어떤 내용을 품고 있기에 특별한 기호로 내용을 보호했던 것인가. 그러한 의문이 만들어내는 궁금증은 결말을 보지 못한 것에 대한 아쉬움으로 이어져 더욱더 3권이 기대가 되었다.
커버넌트 남매와 릭 배너. 세명의 아이가 빌라 아르고를 방문하면서 정해진 운명처럼 빌라 아르고의 낡은 문, 그 비밀의 문을 열게 된다.
커버넌트 부부가 집을 비우게 된 사이 빌라 아르고에서 유령의 기척을 느낀 제이슨과 빌라 아르고를 동경하며 바라보았던 릭, 그리고 매사 제이슨을 한심하다는 듯이 쳐다보는 제이슨의 쌍둥이 누나 줄리아는 빌라 아르고에 있을 지도 모를 ‘율리시스 무어’ 노인의 유령에 대한 호기심으로 그 첫발을 내딛게 된 것이다.
시작은 장롱 밑에 들어간 ‘펜’ 이었는지 아니면 빌라 아르고에 누군가 있는 것 같은 이상한 발걸음 소리였는지는 알 수 없다. 어찌되었든 그들에게 ‘동기’를 부여했고 11살 짜리 소년 소녀들의 호기심을 바짝 끌어당긴 유령 소동은 왁자지껄하게 호기심을 부추겼으며 그 후 바다로 다이빙하러 간 세명의 아이들은 제이슨이 갑작스러운 빗줄기와 번개 앞에 균형을 잃고 비틀거리는 순간 또다른 세계로 인도 되어진다. 이 모두가 정체를 알 수 없는 이가 선택한 ‘아이들’ 이었기 때문이라 할 수 있는지는 모르겠다.
현실적인 감각이 뛰어난 돌의 심장 릭과 직관이 뛰어난 날카로운 혀 제이슨은 사실 판타지적인 느낌이 강한 캐릭터보다도 다 자란 어른아이 같은 느낌이 강했다. 11살의 나이에 맞지 않는 기분이랄까. 꼭 굳이 아이들로 하지 않았어도 충분히 멋진 판타지가 되었을 거란 기대감 때문이었을지도 모르겠다. 아이들치고는 생각이 너무도 성숙했고 잦은 우연의 연속성이 주는 흥미로움은 금세 시들해져버리기 때문이다.
가볍게 읽을 수 있는, 아이들을 위한 동화치고는 그 상상력의 크기가 현실과 맞닿아 있다는 기분도 들었다. 고고학적인 요소와 시적인 힌트를 잡아 추리해나가는 이 책의 형식이 흥미와 재미 두 마리 토끼를 잡아낼 수 있을 것인지는 앞으로를 두고 봐야 할 것이다.
가장 최근에 읽은 해리포터와 비교했을 때, 조앤 롤링 그녀의 상상력에 갈채를 보냈던 만큼 율리시스 무어, 신비의 인물에게 역시 그러한 갈채를 보내고 싶으나 어쩐지 무언가 아직은 덜 보여주고 덜 본 것 같은 기분이든다. 뒤에 커다란 돌덩이로 진행로를 막아두지 않았다면 분명 후에라도 그 큰 재미와 그가 선사하는 판타지의 세계로 빠져들 수 있을 것이라 생각된다.

<책 속, 이시스>
율리시스 무어가 남긴 흔적을 따라 사라진 언어 사전과 함께 시간과 시간을 뛰어넘는 아이들. 메티스, 배를 타고 이집트까지 건너간 계기나 동기는 분명 ‘호기심’과 율리시스 무어 노인, 그리고 빌라 아르고에 숨겨진, 나 좀 찾아봐라 충동질 하는 알 수 없는 흔적들 때문일 것이다. 그러나 막바지에 이르러 그 동기나 호기심의 몰입을 끊어내는 기분이 들었는데. 그것은 고대 언어를 쉽게 해석해내는 제이슨의 모습과 매사에 모른다는 답변으로 일관하는 아이들의 모습은 줄리아가 그 버려진 시간 속에서 튕겨져 나옴과 동시에 나역시도 그들의 세계에서 튕겨져 나오는 기분마저 들었던 것이다.
무엇이든 기준은 ‘나’인 것이다. 그 기분이 든 것이 과연 어른과 아이의 관점의 차에서 오는 것인지는 알 수 없으나 분명한 것은 쌍둥이 누나 줄리아가 사라짐과 동시에 릭과 제이슨이 느껴야할 불안함이나 계속 그 흔적을 쫓아가야 한다는 결정적인 동기가 없지 않았던가 싶다. 단순 호기심만으로 접해본 적도 없는. 그것도 시간을 뛰어넘어버린 고대 이집트에 머문다는 것 자체가 현실과 너무도 동떨어지지 않는가. 아이들의 입장에서 써졌으나 아이들의 감성이 묻어나오지 않는 기분으로 2권을 읽어내렸다. 나라면, 그곳에서 수수께끼같은 흔적과 지도를 찾기 위해 고군분투할게 아니라 낯선 곳에서 ‘집’으로 돌아가기 위한 노력을 할 것이다. 차라리 집으로 돌아가기 위한 키워드가 ‘지도’였다면...조금더 몰입되어 읽을 수 있지 않았을까 싶은 아쉬움이 진하게 남았다. 그 동기가 적절하게 주어졌다면 아쉬움 없이 읽을 수 있는 판타지이지 않나 싶다.
해리포터 이후로 접하는 두번째 판타지 율리시스 무어가 내 기대치에 충족되었는지는 알 수 없다. 앞으로의 이야기가 어떻게 펼쳐질지 알 수 없기 때문이다. 고대 언어를 해석하듯 바쁘게 추리하며 내달려온 시간 탐험은 어른, 아이 할 것없이 재미있게 읽을 수 있을 것이라 생각된다. 나처럼 동기에 대한 심리적인 부분에 예민한 사람이 아니라면, 충분히 그 재미를 만끽할 수 있지 않을까.
오탈자(誤脫字)1권 160p
제이슨과 줄리아가 열쇠들을 여러 구멍에 이리저리 바꿔 끼워 돌려보는 동안 제이슨은 양피지에 해석해 놓은 것을 들고 한 줄씩 다시 연구하기 시작했다.
255p
“저 문 뒤에 또 이상하게 놀라운 일만 기다리지 않길 바라.”
2권 175p
이렇게 말한 뒤 다시 자기 위자에 가서 쿠션에 푹 파묻히며 텅빈 대야에 두 발을 담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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