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정생 이야기 2
권정생 지음, 이철지 엮음 / 한걸음 / 2002년 12월
평점 :
품절


 

선생님, 안녕하세요.

매일매일 수많은 방문객들이 외로운 그 방문 앞을 서성이는 탓에,

어쩌면 기억 속에 남지도 못했을 일이지만

그래도 인사를 건네봅니다.

한 사람의 이름만으로도 충분히 그 편에 설 수 있는 이기적이고 편협한

좋은 감정을 만들어주셔서 감사합니다.

글을 쓰고 싶어서 버둥거리고 있습니다.

좋은 글을 써서 세상을 깜짝 놀래켜야겠다고 치기어린 생각을 하던 시기는 지나고,

이제 글을 쓸 수 있을까 조바심을 치며 살아가고 있습니다.

그날 보여주셨지요.

아무것도 아닌 모습, 어쩌면 그저 일상이었을지도 모를 선생님의 모습...

다른 이들이 상을 물리고 나서, 상에 남은 풀죽은 야채들을 하나도 남김없이 오물오물

씹으시던 선생님의 입술.




문학이 억지스럽게 과장하고 하하하하하, 소리내어 웃는 일이 얼마나 가식인가를

뼈가 저리게 느꼈습니다.

세상 사람들에게 이것이 문학이란다, 말하지 않고 침묵하여도, 물론 그것으로 인하여

당신이 얼마나 외로웠을지 상상조차 못하지만

그렇게 버텨야 한다고 그렇게 바닥에서 살아야만 한다고 배웠습니다.

어쩌면 그날 당신이 멀어지면 멀어질수록 더욱 크게 손을 저어 인사를 건네던

꽝 마른 당신의 손가락들이 가르쳐주었습니다.




권정생 이야기,라는 제목만 보고 아무 생각없이 책을 사고 돌아옵니다.

멍하니 읽고 울고, 좋은 사람에게 건네어주었습니다.

내가 이렇게 할 수 있도록 가르쳐주셔서 감사합니다.

충분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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