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연의 음악
폴 오스터 지음, 황보석 옮김 / 열린책들 / 2000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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폴 오스터의 작품에서 직업이 회사원인 사람(정상적인 사람)을 만나기는 아주 힘들다. 그는 아주 예외적인 상황으로 등장인물을 몰아가는 것을 좋아한다. 이 소설도 마찬가지다. 전직 소방수인 이혼남이 주인공이다. 소설은 주인공이 우연(혹은 기회)으로 거액의 유산을 받은 후 시작한다. 그 행운 뒤에 찾아오는 공허감이 이야기 꺼리다. 자동차, 여행, 도박으로 은유되는 자유 상황과 성(城), 컨테이너, 벽돌 등의 구속 상황이 빈틈없이 대치된다. 역자는 이 작품을 에리히 프롬의 '자유로부터의 도피'를 구체화시킨 소설이라고 한다. 일리있는 지적이다. 자유로부터 구속으로 도망쳐 가는 현대인의 노곤한 초상. 프롬은 Escape from freedom이 아니라 Escape to freedom 으로 방향전환이 필요하다고 역설하지만 주인공은 다른 선택을 한다. '나시'는 다시 다가온 우연에 그냥 몸을 맡겨 버리는 초라한 현대인인 것이다.

돌을 쌓으면서 안도감을 느끼는 건 구속이라는 마약에 중독된 정착하고 싶은 현대인의 메타포일 것이다. '돌을 쌓는 일'은 몇 푼의 돈으로 가치 없는 일에 사람을 종사하게 하고 거기에 더해 스스로 만족감까지 의도하는 '돈'의 거대한 위력을 은유하는 것일 수도 있다. 아니면 '나시'가 '머크스'에게 행하는 치졸한 복수극? 잘 읽히는 소설이다. 그게 폴 오스터의 매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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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1%의 가능성에 도전한다
김정기 지음 / 조선일보사 / 2002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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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인생의 키워드는 도전이다. 그는 운명에, 시험에, 자신에 끊임없이 도전했다. 시행착오도 실패도 좌절도 많았을 것이다. 중요한 건 포기하지 않고 더 큰 목표에 자신을 던졌다는 점이다. 도전의 무기는 '인내'와 '노력'이었다. 이 교과서적 단어 두 개로 그는 도전했고, 성공했다. 나도 다른 사람들처럼 '거로 보카'를 공부 했었고 저자 소개에 나오는 이력에 관심을 가졌던 적도 있었다. 그러나 그는 그 이후에도 야멸차게 자신을 단련하여 새로운 모습 (변호사,사이버 대학 총장)을 보여 주게 되었다. 그가 '영어를 잘하는 방법' 이런 수기를 쓰지 않고 자신의 인생 도전기를 써내어 반갑다. 그는 이 수기에서 '믿음'의 이야기를 한다. '스스로'를 믿고 자기가 성취'할' 것을 믿고 무엇보다 '사람'을 믿는다. 저자는 거제도 시골에서 태어나 아메리카 뉴욕까지 삶을 확대했다. 아무 것도 없이 자유로운 영혼만으로 성장했다. 그에게 성공은 중요한 것이 아니다. 도전하였다는 사실 자체가 중요한 것이다. 그가 말하는 인생의 잠언은 경험에 의한 것이라 더 깊게 울린다. 내 삶에는 정해진 시간표가 없다는 배짱. 그의 다음 도전은 신학이다. 치열한 그의 삶이 무기력한 삶의 타산지석으로 삼아진다면 세상이 좀 더 밝아질까. <운명을 거부하는 데서 사람다운 삶이 비로소 시작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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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인만의 여섯가지 물리 이야기 - 보급판
리처드 파인만 강의, 폴 데이비스 서문, 박병철 옮김 / 승산 / 2003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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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을 덮으며 드는 생각은 이해할 자세가 되어 있는 자, 준비된 자만이 이 책을 제대로 이해할 수 있다는 것이다. 칼텍 신입생 중 가장 우수한 자가 강의 타겟이라는 파인만의 말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물리학에 젬병인 사람은 정신건강을 위하여 읽지 않는 게 좋다. 단지 리차드 파인만이라는 천재 캐릭터에 혹하여 이 책에 접근하는 것은 옳지 않다는 말이다. 고등학교 때 물리를 공부한 자들이나 앞으로 대학에서 과학을 공부할 자들에게는 많은 도움이 될 것이다. 과학에 관심있는 일반 독자라면 읽어 두어도 좋을 것이다.
이 책을 읽음으로 얻을 수 있는 이득 중 하나는 탁월한 교수법이라 하였으나 내용 자체를 처음 듣는 문외한에게는 물리 교수 방법론이 아무런 소용에 닿지 않는다. 출판사가 '파인만'이라는 지적 캐릭터를 과잉하게 대중적으로 양산시키려는 의도가 보인다. 파인만의 이야기를 듣고 싶으면 '파인만씨 농담도 잘 하시네요'가 훨씬 낫다. 그나마 스토리가 있기 때문이다.

물리를 하는 목적은 '자연'이라는 게임의 규칙을 이해하기 위해서다. 그것이 자연을 이해하는 가장 좋은 길이다. 체스의 규칙을 알아야 체스를 즐길 수 있다는 말과 같다. 현대 물리학은 근사적인 방법(Approximation)으로 '현상'을 설명한다. 이는 양자적 행동양식이다. (우리가 알 수 있는 것은 오로지 확률 뿐이라는 이야기다) 양자역학이란 물질과 빛이 연출하는 모든 형상을 서술하는 도구이다. 이는 하이젠베르그의 불확정성 원리로 보호된다. 불확정성 원리란 전자의 운동량과 위치를 한꺼번에 알 수 없다는 이야기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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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국인을 알아야 돈이 보인다
유용주 지음 / 굿모닝미디어 / 2002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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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재 우리나라 금융시장에서 외국인은 주식 35%, 채권 0.1%, 선물환 60%의 비중을 차지한다. 저자는 외국인이 한국 경제를 침탈하는 현상과 그로 인한 결과 (Outcomes)를 전방위적으로 보여 준다. 그러나 대안은 내놓지 않는다. 현상을 그대로 기술할 뿐이다. 나머지는 독자가 스스로 판단하라는 말인가. 검증가능한 (과학적인) 이야기 서술의 한계로 보인다. 정책적 '대안'(alternative)이나 당당한 자기 '긍정'의 주장은 글로벌 스탠다드가 대세인 시대에서 홀로 내는 고성일 뿐이다. 우리가 세계체제의 일부로 완벽하게 편입될 수 없을 수도 있으니 외국인의 활동영역을 제대로 '인식'하고 향후 '대책 시나리오'가 있어야 한다.

한국경제가 글로벌화 하면 할수록 그만큼 국제 금융세력이 한국 시장을 차지한다. 그들은 민첩한 정보력과 풍부한 자금력으로 한국시장을 잠식해 왔다. 여기에 수반되는 문제점은 한국 금융이 월가에 종속된다는 것이다. 저자는 용병이 활약하는 센터는 토종 한국인의 기반이 없어지고 있는 'KBL 농구'를 비유로 든다. IMF를 기점으로 많이 변화 되었다. 이런 현실을 제대로 알고 경제에 참가하여야 한다. 개미군단은 외국인을 주의하여 투자하여야 하고, 복부인들은 더 이상 부동산 불패신화를 믿어서는 안 된다. 풍요로운 삶이 5+5(아파트 5억 + 현금 5억)에서 7+13 (아파트 7억 + 현금 13억)으로 바뀌었다고 저자는 말한다. 20억을 모으기 보다는 욕심을 줄이면서 풍요롭게 사는 방안을 연구하여야 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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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사들의 제국 -상
베르나르 베르베르 지음, 이세욱 옮김 / 열린책들 / 2000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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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의 소설은 계속적인 확장이다. 주인공, 이야기가 중첩되는 것이 많다. 그래서 그만의 이야기가 되는 것이다. 소설 속의 자크는 작가인 저자의 경험적 산물로 보인다. 글을 쓰는 태도, 소설을 만드는 방법등에 대해 이야기한다. 그 사람의 작품은 그 사람의 경험을 넘어설 수 없다. 각설하고 스토리만 따라 다니려면 에드몽 웰즈의 잠언은 무시하는 것이 좋다. 그러나 베르베르 책의 장점은 그런 무례한 잠언집 같은 글귀들이다. 여타 다른 그의 소설처럼 이야기 구조를 병치시켜 진행한다.

이야기는 자크, 비너스, 이고르와 천사 미카엘, 라울의 이야기로 대별된다. 주인공과 무대 혹은 스토리 상 '타나토노트'의 후속작임이 분명하지만 시기는 전혀 일치하지 않는다. 타나토노트는 2060년대의 픽션임을 분명히 밝혔지만 이 소설의 무대는 현재이다. 그는 시간을 염두에 두지 않았다. 시간은 '사건' 혹은 진실에 영향을 줄 수 없다는 물리학적 가정을 둔 것으로 보인다. 진실은 어제든 오늘이든 여기든 저기든 동일하여야 하는 것이다. (시공간에 자유로워야 한다.) 이 소설의 주제는 결국 '호기심'이다. 알고자 하는 욕구. 그것이야말로 인간을 앞으로 나아가게 하는 가장 강력한 동인이다. 베르베르는 자아개선을 목표로 삼고 끊임없이 변화하고 해학하고 역설한다. 아무튼 그가 소설 속의 자크처럼 매년 한 권씩 책을 출간하기를 바란다. 저자는 그의 문학적 변명을 여기저기 묻혀 두었다. 인문적인 글만이 횡행하는 불란서 문단을 비웃기라도 하듯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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