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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는 희고 불은 붉단다 ㅣ 꿈꾸는 작은 씨앗 14
길상효 글, 조은정 그림 / 씨드북(주) / 2015년 8월
평점 :
책을 읽으면서.. 나의 어린시절을 쭉 함께 해온 할머니가 떠올랐다.
책속에 나오는 전화기너머로 들리는 할머니의 사투리말투를 흉내내며 아이에게 읽어줄때
정말 우리 할머니가 나에게 얘기하셨던 그 말투들이 생각나서..괜히 마음이 울컥하였다.
씨드북출판사의 해는 희고 불은 붉단다..
색의 고유이름이 왜 그렇게 불려진지에 대해서 할머니가 전화통화로 손녀에게 이야기해주듯 들려주는 책이었다.
우리나라 색이름이 왜 그렇게 불리게 된지 궁금해서 읽게 되었는데,
의외로 마음속에 뭔가 뜨거워졌다.
아이도 그렇게 느꼈는지 모르겠지만..
글을 읽어 줄때마다 내 할머니도 생각나고..그리고 그런 할머니의 손주사랑하는 마음도..생각이 나다보니..
만감이 교차하였다.



아영이는 멀리계시지만 보고싶은 할머니에게 자주 통화를 한다.
아영이가 주절주절 이야기하면 할머니는 다 들으시고 당신 이야기를 들려주셨다.
아영이가 크리스마스에 눈이 왔으면 좋겠다고 하자 할머니도 어릴적에 눈송이가 전부 하얀 떡가루면 얼마나 좋을까 하고
입벌려 받아먹은적이있다고도 하였다. 그러면서 아영이에게 왜 흰것을 희다하는줄에 대해서도 알려주셨다.
온 세상을 밝게 비추는 해가 희니게 희다고 하는거라고 하셨다. 그리고는 마지막엔 어김없이 할매는 아영이를 젤로 사랑한데이~ 하면서 전화를 끊으셨다.
아영이가 아빠가 보고있던 축구경기에서 나온 옐로 카드에 관해서 이야기를 하면 할머니는 또 다시 당신 이야기를 해주셨다.
아빠가 어릴적에 밥도 안먹고 공차다 말썽부린 이야기를 하면서 왜 노란것을 노랗다고 하는지에 대해서 알려주셨다.
놋그릇, 놋이 노라니께 노랗다고 하는거라면서 또 마지막은 할매는 아영이를 젤로 사랑한데이 하며 끊으셨다.
푸른것이 푸르다고 하는 이유는 풀이 푸르니께 푸르다고 하는것이고, 붉은것을 붉다고하는 이유는
활활 타는 불이 붉으니께 붉다고 하는것이라고 할머니는 가르쳐주셨다.
그러다 할머니가 돌아가셨다.. 멀리 계셔서 자주 볼수는 없었지만..
항상 전화를 걸면 언제나 친구처럼 받아주시고 재미난 이야기도 들려주셨던 할머니가 돌아가신것이다..
눈을 감은 할머니에게 이제 아무것도 보이지 않는것처럼... 온통 검은 자동차..
할머니가 없는 할머니집은 평생을 한번도 꺼뜨린적 없는 아궁의불씨 대신 검고 차가운 검댕만 남아있었다..
소복소복 내리는 흰눈을 볼때면
축구시합의 노란딱지를 볼때면
식탁에 올라온 푸른채소를볼때면
잔에 담긴 붉은 포도주를 볼때면
국화꽃을 달고 조용히 달리는 검은 자동차를 볼때면
할머니가 생각날거라는 아영이..
"할매는 아영이를 젤로 사랑한데이.." 라고 항상 말씀하시던..할머니의 목소리가 정말 그리울것이다..
나도 할머니가 돌아가시고 나서 할머니의 집을 마지막으로 돌아보고 정리를 하는 시간을 보냈다.
놀러왔을때는 몰랐는데 그 좁은 집에서는 멀리있는 우리가족을 생각하는 할머니의 마음이 곳곳에 담겨있었다.
봉투에는 누구용돈 누구용돈.. 우리에게 주시려고 돈을 넣어두신 봉투들도 있었고,
가끔 글자를 쓰시던 공책도 있었고.. 아빠가 사준 스카프는 장농에 고이 접어두시고.. 매번 하던 낣은 스카프를 하시면서
작은 텃밭을 갈고 이웃내 밭일을 도우시면서 우리가족들에게 뭐라도 하나 해주시려... 손을 놓고 노시는 법이 없으셨다..
방학때마다 동생들과 내려가면 새벽부터 장터에가서 뭐라도 해먹이시려 카레도 사오시고 고기도 사오셔서
하루종일 먹을것을 챙겨주셨다. 아침을 먹고나면 옥수수,고구마를 삶아주시고 점심을 먹고나면 수박을 내오시고..
우리끼리 농담으로 할머니때문에 살만찌다가요 라고 했던 우스개 소리가 기억에 난다.
그래도 그모습을..보시면서... 항상 웃어주시던 할머니..
그런 할머니가 떠난 집을 돌아보는 일은..참으로 가슴이 찢어지는 일이었다.
어린 아영이도...할머니가 계실땐 밝게 빛나고 정겨웠던 집이었지만..할머니가 계시지 않는 비어있고 차갑고..어두운 집을 보면서..
많이 마음이 아팠을것같다..
언제나 항상 가족들을..그리고 손자 손녀를 사랑만하시다 돌아가신 할머니...
나도 책을 읽으며 주는것을 크나큰 행복으로 알고 사랑만 주시고 가신 할머니가 생각나면서.. 눈물이 맺혔다..마지막 그림에서 깡마른 몸에.. 보드라운 티셔츠를 입은.. 할머니의 모습은..흡사 우리 할머니 같아서.. 맺혔던 눈물이 흘렀다..
항상 아이들에게 엄마 할머니가 살아계셨더라면 정말 사랑받았을텐데..정말 기뻐하셨을텐데..하면서 내 할머니에 대해 많이 이야기를 해줬다.. 내할머니의 사랑은 못받아봤지만 나의 엄마, 신랑의 어머님께 많은 사랑을 받고 자라나는 아이들 또한 큰 축복을 받고 있는것이라고
항상 이야기해주고있다... 커서 보니.. 그런사랑은 부모에게서도 못받는 또다른 사랑이었기에...나는 할머니의 손에 자란걸 크나큰 축복으로.. 생각하고 있다. 항상 내편이 되어주신할머니.. 손주걱정에.. 고모댁한번 편히 놀러다니지 못하고 이내 돌아오셔야했던 할머니..
커서 이제야 효도할날이 왔는데... 멀리 떠나신..할머니..... 나에게 할머니란 참 가슴아픈 단어인데..
책을..읽고나서도 그 여운이..가시질 않았다..
우리아이들도 나중에 커서 자신들의 할머니에게 아낌없이 받은 사랑을.. 감사하게 생각하고 그 사랑을 나누며 살았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할머니 생각도 나면서.. 이제는 할머니가 되신 친정엄마..어머님께도..살아계실때 효도를 해야겠단 생각이 들었다..
그림책하나라 엄마를 흐뭇하게도..울게도 만든..나의 어린시절 할머니가 옛날이야기를 해주던 그때를 기억하며 아이에게 읽어준
씨드북 - 해는 희고 불은 붉단다..
집에 두고 두고 보면..볼때마다..그 느낌이 더 진하게 올것 같은 책이라... 꼭 한번 추천하고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