펜더가 우는 밤 - 제1회 살림 청소년 문학상 수상작
선자은 지음 / 살림Friends / 2011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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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요즘, 청소년들, 특히 여중생들의 사춘기 방황이 매우 리얼리스틱, 판타스틱, 어드벤쳐러스, 느와르틱하다는 얘기를  많이 들었다.  

이 책은 무슨, 청소년 문학상을 받은, 꽤 상큼한 경력의 젊은 작가가 쓴 청소년소설이다. 표지에 그려진 제법 분위기 있는 여자  청소년의 만화같은 모습은 아줌마의 감성으로는  꽤나 사춘기스럽고 낭만적으로 보였다.  덧대어진 분홍색 띠과, 음악을 통하여 돌아가신 아버지의 죽음을 받아 들이며 성장하여 간다는 이야기도 .. 그럴 듯하게 보였다. 그림속의 초록색 벽 때문에 조금은 서늘한 느낌이 드는 것도 흥미로왔다.

모험심 많은 요즘의 여중생들에게 '먹힐까?' 하는 의문과, '먹혔으면...' 하는 바램으로 이 책을 읽기 시작했다.  

 

사고로 아버지를 읽은 은조는 나름은 잘 지내고 있다고 하지만 객관적으로는 전혀 그렇지 않았던것 같다. 학교에서 말이 없어졌으며 친구가 없고, 엄마와만 단짝으로 의지하고 지내왔고, 온갖 세상이 떨떠름했고, 아버지의 유품인 기타(펜더)에 미련을 버리지 못하고 있었다.  

엄마는 이제 아버지의 죽음으로 부터 벗어나고 싶었지만 은조는 그러지 못해 분해하던 차에 뜻밖의 줄거리는 시작된다. 

당연히 여겼던 아버지의 죽음이 사고가 아니라 타살일 수도 있다는 의문과 함께 등장한 저승사자, 아버지와 함께 음악을 했다던 귀신들, 갑자기 존재감을 갖게 된 이웃의 무당과 동급생친구.....  

저승에 못가고 세상을 떠도는 귀신에 대하여 설명하는 저승사자, 밤이면 모습을 드러내는 귀신들, 무당의 점괘, 같은 것들이 등장할 때는 자못 섬찟했다. 차츰 그들에 대해 정이 들어갈 무렵 시작된 작은 반전은 긴장감을 늦추기 않게 해주었다.  

 마지막의 마무리는 조금 서두른다 싶은 느낌과 사건의 전모가 싱겁다는 느낌에 약간 아쉽기는 했지만 청소년 소설이라니까....  내가 너무 자극적인 결말에 익숙했나보다.... 반성하는 쪽으로  글을 접을까한다.

이땅의 청소년들의 사춘기가 부모를 잘 극복하는 기가막힌 시간이 되기를 기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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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는 어떻게 이순신이 되었나 - 마흔 살에 깨달은 이순신의 힘
박종평 지음 / 스타북스 / 2011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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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이순신은 너무 유명한 장군이라 수많은 정치인과 군인들이 존경하는 인물로 꼽는 사람이며 수많은 드라마의 주인공이 되기도 했다. 그런 이순신에 대하여 뭐라고 또 할 말이 있을까?
그러나 이 책은 우리나라에서 이미 영웅의 상징이 되어버린 이순신의 역량들을 하나하나 분석했다.
그래서 이 책에 '이순신에게서 배우는 리더쉽'이라고 부제목을 달고 싶다.
 
큰 제목을 이루고 있는 고난의 극복/ 소통능력/ 경영마인드/만 보더라도 그렇고,  인용된 국내외 위인들의 명언들을 보더라도  이 책은 훌륭했던 영웅들의 생활모습과 말에서 우리가 배울점들을 나열하고 있다.
하지만 이 책은 그 훌륭한 위인들중에  우리의 이순신을 주연으로 삼았다는 것에 큰 의미가 있겠다.
또한 이순신 그의 주옥같은 말들은 도덕교과서에 나오는 것이었지 이런 처세(?)혹은 경영 관련 서적에 나온 적이 없었다는 점에서 특별하다.
이 책을 통하여 그의 말과 행동은 나폴레옹, 맥아더, 처칠과 필적하며, 스티브잡스와 동시대를 사는 것처럼 느끼게 된다.
 
그는 어려서부터 빼어나지도 않았고 빨리 출세하지도 못했고 언제나 승승장구한 것도 아니었다.
늦된 이순신이 안쓰럽기도 하고 그래서 더욱 존경스럽게 느껴진다. 난세를 살아가며 가족에 대한 애틋한 사랑과 번민이 그의 믿을수 없는 업적을 더욱 돋보이게 하기도 한다.
그의 전기가 아니지만 이 책을 통하여 그의 일생에 대하여 감동하게 되고 또 많은 것을 배우게 되는 시간이 되었다.
 
나이 마흔이 되면 자기 얼굴에 책임져야 한다는 말이 있다. 요즘은 부쩍 그 말을 생각하며 지냈다.(이 책의 겉장에 마흔살에 깨달았다고 써있어서 그랬나...) 
그 말은 이런 뜻을 포함하고 있을 것이다.
마흔 이전에 외모는 어쩌면 나의 삶과 관계가 없는 것일 수도 있다. 이때는 타고 났거나 젊음자체로 인해 얼마든지 과장, 폄하될수  있는 것이 외모이다.
마흔 이후에 외모는 나의 생각과 말과 행동, 지금까지의 인생관, 인생의 발현이다. 이때 얼굴에서 젊음은 스러져가고 주름진 얼굴들은 또 다른 미적 기준을 갖게 만드는 때이다. 
즉 마흔 이후 모습이 아름다우면 아름답게 살아온 것이고, 그렇지 않으면 그 인생도 한번 반전의 기회를 갖어야 할 때가 마흔즈음이라는 ......
마지막에 나온 연보를 보며 읽은 내용을 다시 되새기다 보니,  이순신은 나이 마흔즈음에 아직도 이리갔다 저리갔다, 관직에 나갔다 떨려났다를 오가던 불안한 상태였다.
하지만 생각한대로 행동하려 했던 철저하고도 따뜻했던 그의 얼굴은 분명 누구보다도 아름다왔으리라 짐작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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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궁금해 미치겠다 - 지구상에서 가장 무모한 남자의 9가지 기발한 인생 실험
A. J. 제이콥스 지음, 이수정 옮김 / 살림 / 2011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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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이 이책을 너무나 읽고싶어 미치게 만들었다. 저자의 경력과 과거저술이 또한 이 책을 읽고 싶어 미치게 만들었다. 

저자를 한마디로 표현하자면 '글도 쓰는 실험맨' , 이 책은 '바로 그 결과물'이라고 해야겠다.  이 책의 내용을 카메라로 찍는다면 '1박2일'이나 '무한도전'같은 리얼리티쇼가 될 것이다.  

 

앨빈도플러는 앞으로 이런 사람이 성공할꺼라고 예측했다.  즐기고 있는 것이 富도 창출하는.... 그야말로 일석이조의 환상적인 직업이라고나 할까... 
저자는 특유의 실험정신과 용기, 지적호기심, 솔직함을 통하여 바로 그 환상적인 직업의 주인공이 된 것 같다.  
 

이전에 브리테니커백과사전을 읽고 한권으로 요약한 경력과 성경대로 1년을 살아 본 경험을 쓴 이후로 다른 사람들로부터 여러가지 제안을 받았던 것 같다. 그것들 중에서 이번엔 그렇게 긴 프로젝트는 아니고 몇가지의 간단한 것들을 몸소 체험하고 실험해 보는 것을 택했다.  그리고 그것을 생생하게 책으로 써냈다. 

이번에 체험한 것들은  다음의 것들이다.

온라인상에서 아름다운 여성인 척해보기/사소한 사생활도 아웃소싱하기/ 극도로 정직하게 느낀대로 말하기/ 스타로 살아보기/ 이유없이 갖고 있었던 모든 편견과 오류를 합리적으로 따져 선택하기/누드모델이 되어 그 기분을 느껴보기/ 조지워싱턴의 조언을 따라 살아보기/ 한 번에 한 가지 일만하기/ 아내에게 모든 권한을 주고 아내에게 복종하기/

제목들만 보면 조금 황당하고 자못 심각해 보일 꺼리들도 있지만 저자는 이 경험들을 매우 솔직하고도 유쾌하게 풀어나가고 있다. 

또한 이 책이 그렇게 가볍지만은 않은 것이, 저자는 한가지 주제에 대하여 실험하는 동안 그 주제에 대하여 제법 심도 있는 독서와 대화, 분석, 평가를 동시에 했다는 사실이다.  

이렇게 그의 실험은 진지한 것이었으며, 그래서 그의 체험하는 행동은 그의 생각을 변화시켰다고 저자는 밝히고 있다. 저자는 실험이 끝난 후에도 -실험 때처럼 극단적이지는 않지만- 적절히 체험의 결과들을 생활에 적용시키고 있다고 한다.
아마도 그가 재미있는 에피소드와 주관적인 느낌의 표현에만 충실했다면 책을 읽는 재미는 훨씬 반감되었을 것이다.

 

살면서 모든 것을 체험해봐야만 평가와 선택을 할 수 있다면 우리는 하루도 살 수 없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이 책을 읽고 책제목처럼 궁금해 미치겠는 몇가지 쯤은 미치지 않을 정도로 체험해 보는 것도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앉아서 지식들을 취합하고 심사숙고하고 상상해 보고 결정할 수 있는 것들이 많이 있어서 다행이다.   그러나 때로 내 생각이 도저히 사실을 못 따라 갈 때도 있다는 것을 잘 안다. 그럴 때 이렇게 몸을 쳐 생각이 따라오게 하는 것도 하나의 대안이 될 수 있을 것 같아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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몽테스팡 수난기 - 루이 14세에게 아내를 빼앗긴 한 남자의 이야기
장 퇼레 지음, 성귀수 옮김 / 열림원 / 2011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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날은 후텁지근하고, 휴가도 가야겠고, 가벼운 책 한권이 그리웠다.
장퇼레... 나는 처음 접하지만 '자살가게'라는 꽤유명한 소설을 쓴 다재다능한 작가라고 한다.
블랙유머에 역사적 사실까지 바탕에 깔은 팩션소설이다.
나는 블랙유머도 좋아하고 팩션도 좋아한다.
되풀이 되는 것만 같은 역사의 한 귀퉁이에서 발휘한 상상력이 만들어낸 소설.. 참 매력적이다.
블랙한 현실에서 연약한 인간의 고군분투가 유머로 승화되면 조금은 현실을 관조할수 있는 여유가 생긴다.
 
이 책은 절대군주제의 최대 흥왕기였던 루이 14세의 애첩의 남편, 몽테스팡후작의 서글픈 일대기이다.
프랑스의 역사를 잘 모르지만 아마도 대부분의 역사는 루이14세를 중심으로 서술되었을 것이다.
야사를 즐기는 편에서도 애첩 아테나이(몽테스팡후작 부인)의 매력과 욕망이 그 중심이었을 것이다.
반면 이 작가는 한구석에 짧게 서술된 몽테스팡후작에 대한 내용을 끄집어냈다.
몽테스팡후작은 재치있는 아름다운 여자와 결혼하여 행복하게 지냈으나,  경제적인 어려움으로 전쟁에 나간 사이 아내는 왕의 총애를 받아 궁으로 출근(?)을 하게 되었다.( 당시에 귀족들은 정략결혼을 너무나 당연하게 여겼으며 왕의 애첩이 되는것을 상당한 영광과 출세로 여겨 남편들이 아내를 궁에 들여보내기 위해 애쓰기조차 했다고 한다.)
하지만 몽테스팡 후작은 당시의 다른 귀족들과 달랐다.
마차를 검은색으로 칠하고, 사슴뿔을 달고, 아내와의 사랑을 장례치르면서, 아내를 뺏어간 왕에게 공공연히 반항했으며 왕이 제시하는 회유를 전혀 받아들이지 않았다.
 
그의 반항의 이유는 정말 아내에 대한 순정때문이었을까? 
 
그의 행동은 정말 당시로서는 독특했던 것 같은데 그의 그 독특한 행동의 저변에 깔린 주인공의 사회적배경과 내면의 흐름이 조금은 설득력이 없어 보인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침울하고 음습한 거리 풍경과 더 이상 할 수 없을 정도의 귀족의 부패상과 부도덕성의 고발은 흥미로왔다.
작가는 이 남자의 슬픈이야기를 당시의 풍습과 관례를 가감없이 묘사하여 그로테스크한 이야기로 만들어냈다.  
하지만 반면 그 노골적이고 빈번한 묘사들때문에 책 전체에 생동감과 박진감이 조금 떨어지는 느낌이 들었고 연극이나 영화로 이미지화될 것이 더 기대되는 이유가 되었다.
 
너무 현실이 '블랙'해서 일까?  유머는 그다지 살지 않았고, 짧은 '팩트'에 버무린 '픽션'은 조금 상상력이 부족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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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가끔 속물일 때가 있다 - 두 남자의 고백
악셀 하케 & 조반니 디 로렌초 지음, 배명자 옮김 / 푸른지식 / 2011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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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론계에 수십년 몸담은 50대 두 남자의 대화형식으로 쓰여진 ‘가치관’-그럴듯하게는 들리지만 숭고함과 동시에 공허함이 느껴지는(서문)-에 관한 이야기다.

나는 최근 흘러온 10여년?을 ‘부자되세요시대’였다고 생각했던 적이 있다.
너무나 뻔뻔스럽게도 우스개로 포장하여 ‘부자되세요~’가 인사말이 되었던 시대였다.
그 만큼 우리는 현실적이고, 유익하고, 편한 게 좋은 것인, 눈치 볼 것도, 감출 것도 , 부끄러움도 반성도 없는 시간들이 아니었나 생각한다.
급변하는 현대사회에서 ‘가치관이 무엇이냐’는 질문이 얼마나 진부하고 비실용적으로 느껴지는지 저자들도 현재의 서울에 살고 있는 나처럼 충분히 느끼고 있었던 것 같다.

이 책은 정치, 이민족에 대한 불평등, 환경문제, 가정과 교육, 경제적 정의, 우울증이 편만한 시대, 부분으로 나누어, 우리가 흔히 알고 있는 상식적인 면과 그 모순되는 부분을 상기시켜준다.
제법 무게가 있는 주제들을 친구와 수다 떨듯이 자신의 경험담으로 시작하여 편하게 다루었다. 그래서 그런지 독일의 역사와 상황을 잘 몰라도 지금의 한국과 결코 다르지 않은 점을 많이 발견할 수 있으며 우리의 현실과 빗대고 공감하기에 충분하다.   

 이 책은 처세술에 관한 책처럼 삶에 필요한 구체적인 안내나 삶에 필요한 가치가 무엇인지에 말해주지 않는다. 다만 어떤 상황에서, 어떤 사건에 대하여 언제나 가치관을 세우려는 진지한 자세와 그 과정의 중요성을 강변한다.

(p232)‘독단적인 신념을 세우려 하지 말고 모든 가치를 상호 가늠하여 새롭게 조정하고 토론을 통해 합의할 수 있는 이른바 효율적인 이상주의를 추구해야한다. 그러나 어떤 것에도 가치를 두지 않는 태도는 안된다. 그것은 결국 무관심이나 마찬가지며 어쩌면 복잡한 것이 싫어 그냥 쉬운 선택을 한 것일 수도 있다. 세상에는 모순이 공존한다 . 우리는 그 안에서 단순화의 유혹을 견뎌야하고 그럼에도 결국에는 한 길을 선택해야 한다. 이것을 인식하며 사는 것이 중요하다.’

마이클샌델의 ‘정의란 무엇인가’가 매우 철학적인 질문을 던졌다면 이 책은 그와 비슷한 주제에 대하여 훨씬 부드럽고 편하게 우리에게 질문을 던지고 있다.
늘 질문하기를.... 그리고 한 길을 선택하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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