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현세자독살사건

소현세자 독살사건 - 조선 여 검객 이진의 숨 막히는 진실 게임
이수광 지음 / 산호와진주 / 2011년 12월

현재에도 그렇지만 과거의, 특히 왕가, 정치권의 죽음은 일반인들이 그 진위를 가리기는 매우 어려웠을 것이다.

그래서 그 사건에는 많은 상상의 여지가 생기게 된다. 당시의 정세와 주변 인물들의 정치적 성향과 감성에 관심을 갖으면 재미있는 이야기가 나올 수 있을 것이다. 특히 살인사건은 손에 땀을 쥐게하는 추리물로, 또는 무협물로 만들기 좋은 소재가 될 것이다.

이 책은 나는 조선의 국모다, 실미도, 무사백동수 등 재미있는 소설들을 쓴 이야기꾼 이수광의 새로운 소설이다.

소현세자는 인조의 아들로 병자호란 후 청나라에 볼모로 잡혀갔다. 청나라에 있는 동안 뛰어난 외교술로 훗날 훌륭한 왕이 될 소질을 보였다. 그러나 그 뛰어날 리더쉽과 친청의 성향을 보인다는 이유로 국내의 인조를 비롯한 반청파 인물들과 대립양상을 보였다.

이 소설은 이러한 소현세자가 귀국한 후 얼마 안되어 비명에 죽고, 얼마 안되어 세자빈 강씨와 그의 아들들 또한 죽게 되는 사건을 소재로 쓰여졌다.

작가는 반가의 규수이나 협객으로 변신하는 이진이라는 인물을 주인공으로 사건을 추리해 나가는 이야기를 만들어내고있다.

소현세자와 세자빈 강씨를 위시한 친청파 인물들과 인조를 비롯한 반청파, 또 후에 세자가 되는 봉림대군 사이의 대결구도가 이 소설의 갈등의 지점이 되고 있다. 

또, 이진과 다른 정치적 위치에 있는 이요환, 오강우라는 인물사이의 애정관계가 또다른 긴장감을 만들고 있다.

이야기는 다소 건조한 정치적 사건과 남녀의 삼각관계 사이에서 균형을 유지하며 흥미롭게  진행된다.

주인공 이진의 드라마틱한 변신과 때맞춰 등장하는 검객들 사이의 멋진 활극 또한 박진감을 느끼게 해주었다. 대결장면들은 옛날 홍콩무술영화에 등장하는 장면들처럼 나뭇잎과 바람과 꽃잎이 흩날리는 낭만적인 모습으로 그려졌다.

역사속 사건의 진실을 추리하는 역사 소설이라기보다는 조선 인조대를 배경으로한 무협소설로 부르는 것이 더 나아보이는 재미있는 소설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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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로 나아가는 '군대에서 축구한 이야기'

축구 이야기
JOON 지음 / 산호와진주 / 2012년 1월

전형준이라는 젊은 작가가 인터넷소설로 써서 꽤 인기를 끌은 작품이라고 한다. 우리나라 사람들의 특히 좋아하는 축구를 소재로 하였다.

작가와 이름이 똑같은 주인공 전형준은 친구가 많지 않고 내성적인 청년이었던 모양이다. 군대에 가서 처음에는 선임들 때문에, 나중에는 자신의 무난한 군생활을 위하여 축구에 전념하다 제대했다. 그 후 유럽으로 배낭여행을 왔고, 거기서 그는 말이 통하지 않으니 내성적인 성격을 들킬 일도 없었고, 아는 사람도 없으므로 활발한 성격인 척 하기도 하며 여행을 하고 있었다. 스페인에서 아름다운 아가씨, 비를 만나고, 우연찮게 바르샤의 선수로 스카우팅되어 멋진 데뷔전을 치른다

멋진 축구경기처럼 역동적이고 만화처럼 낭만적인 이야기 전개였다. 

주인공이  여행이라는 것을 통하여 또다른 자신을 발견하고,  멋적게도 금새 찾아오는 외로움을 직면하며, 또, 여행이어서 할 수 있는 새로운 시도들과 용기, 이런 것들이 사실적으로 느껴졌다.

축구라는 면에서도, 축구를 잘 모르는 사람이지만 충분히 그 장면들을 상상할 수 있을 정도로 현장감있게 쓰여졌으며 어렵지도 않아 읽기 좋았다. 축구를 하면서 머릿속으로 이렇게 저렇게 구성하고 계획하고 예측하는 것이 나는 생각해 본 적이 없는 것들이었지만 상당히 흥미로왔고 축구를 더 매력적인 스포츠로 만들어 주었다.

축구경기 주변의 사람들의 대화나 관점도 상당히 재미있었고, 주인공이 축구와 얽힌 군대생활을 하나하나 되새기는 장면도 인상깊었다.

주인공의 생뚱맞은 반응과 객기어린 장면들도 경쾌하고 그 나이에 있을 법한 일들로 느껴져 재미있었다.

한국사람이라면 너무나 잘 아는 '군대에서 축구한 이야기', 그 이야기가 비록 소설속에서지만 이렇게 세계화 될지는 아무도 몰랐을 것이다. 아니, 어쩌면....  많은 청년들이 군대에서 축구하면서 왁자지껄 떠들며 우스개로 했던 이야기들인지도 모른다. 

그 유명한 비아냥거림이 담긴 '군대스리가'가 이렇게 멋지고 통쾌하게 세계를 제패하는 긍정적 상상을 이전 세대는 한 적이 없을 것만 같다. 젊은 주인공과 작가의 앞으로의 성장이 기대된다.

아직 치기어린 남동생의 군대에서 간첩잡은 이야기 마냥 긴장감있고 재미있었다.

비유로 읽는 성경

빵만으로는 살 수 없다 - 이어령 바이블시학
이어령 지음 / 열림원 / 2011년 12월

우리는 수많은 외국의 책들을 번역본으로 읽고 있다. 그 중에는 세계에서 가장 많이 읽혔다고 하는 '성경'도 포함된다.

번역이야말로 문학의 최고봉이라고 할 만큼 번역은 원작을 뛰어넘는 그 무엇을 창조해내는 작업이라고 한다.

우리말 성경중 가장 많이 읽힌 것은 초기 선교사들에 의하여 번역된 성경일 것이다,

저자 이어령은 우리나라에서 '빵'이 '떡'으로 번역되어 약간의 오해와 거리감이 느껴지는 것을 우리나라 사람들에게 조금이라도 더 가슴에 와닿게 소개하고 싶다는 의도가 있었다고 한다.

'나는 그동안 국문학 교수로서 학생들과 많은 문학작품들을 읽어 왔습니다. 기호학으로 텍스트 분석하는 방법도 가르쳐 주었지요. 신학이나 교리는 잘 몰라도 문학으로 읽는 성경, 생활로 읽는 성경이라면 내가 거들 수 있는 작은 몫이 있을지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p11)

몇 년 전 공공연히 무신론자임을 자처하는 '시대의 석학 이어령'의 기독교 회심은 장안의 화제였다.  스스로 회심의 과정을 밝힌 이전의 책들을 보면, 저자는 이미 성경에 대하여 너무나 잘 알고 있었고, 어쩌면 그는 지식을 통하여  이미 오래전 예수님을 만난 것은 아닐까 하고 생각했었다.

보통(?)사람들은 크리스찬이 되기 전에 성경을 읽을 수 없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읽어도 이해와 동의가 안되는 그런 책이 된다.(물론 읽으려고 시도도 안해보는 경우가 더 많을지도 모른다) 그런데 어떤 계기로 크리스찬이 되고 나면 그제야 비로소 성경이 읽혀진다. 성경은 성령의 인도하심이 있어야 개인에게 꿀같은 말씀이 되는 것을 많은 크리스찬들은 체험하고 있다.

그러나 신앙과 성경에 대한 이해라는 면에서 저자는 그 반대의 순서를 따르고 있다. 그 사실이 흥미롭기도 하고, 노년에 지식에 지혜를 더한 저자의 진지한 인생의 자세가 부럽다.

이성만으로는 이해할 수 없는 성경을 보통 크리찬들이 '성령'이라는, 또는 '믿음'이라는 도구를 사용하여 읽는다면, 이 책에서 저자는 자신의 전공인 '비유'라는 문학적 해석과 '문화비평'을 통하여 성경을 읽는 방법을 소개한다.

성경에는 예수님 스스로 비유로 말하고 있다고 쓰여 있기도 하다.

'이것을 비유로 너희에게 일렀거니와 때에 이르면 다시는 비유로 너희에게 이르지 않고 아버지에 대한 것을 밝히 이르리라(요한복음 16:25)'(p89)

'빵'이라는 단어외에 '모퉁이돌' '포도와 포도주' '비둘기, 제비, 까마귀, 독수리 새들' 이러한 단어들에 얽힌 히브리 문화, 서양의 종교역사, 문학작품, 우리나라의 시문 등 해박한 지식을 동원하여 그 상징과 비유를 해석해 준다. 

단어의 문학적 해석뿐 아니라 기독교의 핵심 교리와 이상적인 크리스찬, 교회의 나아갈 바까지 제시한 재미있는 책이었다.

그 외에 하나님의 나라를 사이버 세계로의 접속으로 설명한 부분은 매우 신선했다.

욥기와 호메로스의 서사의 비교, 선한 사마리아인 이야기, 예례미아애가 해설,등은 교회에서 듣는 이야기들과는 조금은 다르나  깊이있는 이야기들이었다.

이 책 각 꼭지의 말미에는 저자의 시와 화가 김병종의 그림이 하나씩 실려 있다. 이 부분이야말로 각 꼭지의 백미이며, 자신의 지식을 총동원한 성경읽기 후 우러나온 저자의 신앙고백이었던 것 같다.

자신의 '성경독서고백'도 나누어 보고 싶다는 저자의 말대로 다음 책도 기다려본다.

10년이면 강산도 변한다

10년 후 세상 - 개인의 삶과 사회를 바꿀 33가지 미래상
중앙일보 중앙SUNDAY 미래탐사팀 지음 / 청림출판 / 2012년 1월

  '10년'이라는 시간은 길다면 길고 짧다면 짧은 시간이다. 10년이면 강산도 변한다는 옛말도 있고, 10년이 하루같다는 말도 있으니 말이다. 하물며 그 '10년'이 미래의 10년을 말하는 것이라면... 특히 요즘처럼 변화가 급격한 시대에는 막막함과 두려움마저 느끼게 하는 시간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든다.

그런 의미에서 '10년후 세상'이라는 이 책은 꽤 흥미를 끄는 제목이었다. 10년 후 세상이 어떻게 변화될지 알 수 있다면 현재 여러가지의 발전적인 선택이 가능해 질 것 같기 때문이다.

이 책은 중앙일보 중앙SUNDAY 에서 기획한 프로젝트 성격의 결과물로 비교적 예측가능한 기간으로 '10년'을 정하고 각 분야의 전문가들의 의견을 정리했다고 볼 수 있겠다.   '책을 펴내며'에서 밝힌 대로 10년후의 세상을 한번 예측해보되 '거대담론보다는 개인생활의 변화상에 초점을 맞추어 독자들의 미래설계에 조금의 도움이되자'는 정도의 취지를 가지고 '낙관론에도 비관론에도 치우치지 말자'는 원칙하에 쓰여졌다.(p13)

최재천, 정재승, 노소영등 지명도 있는 저자들이 가정, 문화, 첨단기술, 환경, 글로벌세상 등 33개 분야에서, 연구 개발의 궁극적인 목표는 무엇인지,  언제쯤 실현될지, 10년후에는 어느 정도가 가능해질지를 이야기하고 있다. 또 이에 따라  개인의 생활은 어떻게 달라질지를 짧은 삽화같은 형식으로 구체화하여 막연한 미래가 조금 쉽게 느껴지도록 했다. 

서장에서 밝혔지만 과학기술에 치중한 탓인지 구체화된 개인생활의 변화상이 평면적으로 느껴져 실감이 나지 않는 면도 있었다.

낙관도 비관도 하지 않겠다는 전제때문이었는지 매번 여러 가능성을 열어 놓은 결론부가 싱겁게 느껴지는 면도 없지 않았다.

책을 읽은 후, 10년후 세상은 상당히 많은 부분 달라지겠지만 특히 컴퓨터와 연관된 스마트기기들로 인한 변화와 인구고령화에 따른 변화가 가장 급격할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10대의 자녀를 둔 부모로서 이런 분야로 진로를 선택해 주어야 하나?하는 생각도 들었다.

미처 생각하지 못하고 있었던 분야로는 '종교관념의 변화'와 '인공지능의 개념과 그 가능성', '인공 광합성에의 도전'같은 부분이었다. 무신론자의 포교전단을 받게 될지도 모른다는 상상과 인간의 자연어를 이해하고 구사하는 인공지능, 무에서 유를 창조하는 것처럼 혁신적인 광합성에의 도전은 매우 신선하게 느껴졌다.

지난 한 세기동안 인류의 일상생활에 가장 큰 변화를 갖고 온 전자기기는 무엇일까? 나는 최첨단의 휴대폰이나  컴퓨터같은 것일줄 알았다. 그런데 과학, 사회 분야의 전문가들이 손꼽은 것은 '세탁기'였다고 한다. 그 답을 보고나서 생각해보니 그럴듯하다고 인정하게 되었다.  10년후에는, 또 나아가 이후의 한 세기에는 무엇이 우리의 생활에 획기적인 변화를 갖고 오게될지 기대하게 되는 책이었다.

피보다 진한 권력

사도세자가 꿈꾼 나라 - 250년 만에 쓰는 사도세자의 묘지명, 개정판
이덕일 지음 / 위즈덤하우스 / 2011년 11월

이 책의 부제로 '250년만에 쓰는 사도세자의 묘지명'이라고 되어있다.

지금까지 사도세자는 '아버지에 의해 비참하게 죽은 어린 세자' 정도로만 알려져 있었다. 영조가 이상했다는 말도 있었고, 사도세자가 정신병이 있었다는 말도 들어봤다. 왕권을 두고 아버지와 아들사이에 일어난 참극이었다고도 했다.

이 책은 이렇게 단편적으로 평가절하된 사도세자의 비참한 죽음을 향하여 경종, 영조, 정조에 이르는 시기를 망라하여 흥미진진하게 이야기를 풀어가고 있다.

저자는 지금까지 사도세자에 대한 평가가 그의 정신상태를 운운한 혜경궁 홍씨의 '한중록'에 국한 되어 있는 것에 의문을 제시하면서 찾을 수 있는 모든 기록들을 참고하였다고 쓰고 있다.

역사적 유물과 기록들은 그것 자체로 진실은 아니라는 것은 조금만 생각해보면 알 수 있다.

남아있는 유물과 기록들을 그대로 진실로 받아들이면 '역사는 승자의 기록' 이라는 말대로 우리는 승자의 관점만을 진실로 받아들이게 된다. 따라서 역사(학)는 비판적이어야 하며, 기록과 기록 사이를 읽어야 하며, 상상력과 직관마저도 필요한 부분이라고 생각된다. 그런 의미에서 저자가 정병설교수를 의식하여 쓴 장문의 '들어가는 말'은  설득력이 있었다.

나의 역사적 지식은 어려서 받은 공교육과 재미삼아 읽은 몇 몇 책들이 전부이다. 하지만 우리나라의 역사에 이어지지 않는 이야기들과 얼렁뚱땅 넘어가는 듯 보이는 부분이 있다고 느꼈던 것 같다. 그리고 그 때, 그렇게 치밀하게 기록되었다는 '조선왕조실록'이라는 책이 있다는 데, 그것을 다 읽어도 이렇게 밖에 이야기가 안되는 걸까?라고 생각한 적이 있다.

그래서 내가 조금 자란 뒤에는 교과서를 쓴 역사학자들은 조선왕조실록도 안 읽어본 것 같다고 실없는 생각을 한 적도 있었다. 저자의 '들어가는 말'을 읽으며 혹시, 정말, 과거의 역사학자들에 대한 나의 의심은 사실일 수도 있겠다는 놀라운 생각도 들었다.

이 책의 많은 부분은 영조에 대한 것들이다. 숙종의 아들이며 경종의 동생이었던 영조의 노론과 결탁한 집권과정은 엽기적으로 아들을 죽음에 이르게 하는 원죄가 되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탕평책을 주요정책으로 삼은 영조의 모순, 소론과 손을 잡은  세자와 부자관계를 떠나 정적이 될 수 밖에 없었던 왕권의 불안함, 모두가 목숨을 걸 수 밖에 없는 지루한 역모와 역모론..... 장장 52년을 집권한 영조의 삶은 조선후기 최고의 전성기라고 일컫는 평가에 반해 불행하기 그지 없는 것이었다.

어려서부터 문무를 겸비한 성군의 자질을 보이며, 영조의 사랑을 받기도 했던 사도세자의 죽음은 숙종이후, 당파간 분열이 극에 치달으며, 신하가 왕을 선택(택군)하고,  반면 왕권은 약화된 시대의 결과였다.

즉 사도세자의 죽음은 득세하는 노론과 아들을 정적으로 볼 수 밖에 없었던 한계를 갖었던 영조, 또 다음 왕위를 이을 세자 사이의 목숨을 건 싸움에서 일어난 의도적인 살인이었다.

어쩌면.. 이 사건은 노론의 권력욕과 피보다 진한 왕권사이의 신경전이 세자에게 비수가 되어버린, 모두의 '광기'였다는 것이 맞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