빵만으로는 살 수 없다 - 이어령 바이블시학
이어령 지음 / 열림원 / 2011년 12월
평점 :
구판절판


우리는 수많은 외국의 책들을 번역본으로 읽고 있다. 그 중에는 세계에서 가장 많이 읽혔다고 하는 '성경'도 포함된다.

번역이야말로 문학의 최고봉이라고 할 만큼 번역은 원작을 뛰어넘는 그 무엇을 창조해내는 작업이라고 한다.

우리말 성경중 가장 많이 읽힌 것은 초기 선교사들에 의하여 번역된 성경일 것이다,

저자 이어령은 우리나라에서 '빵'이 '떡'으로 번역되어 약간의 오해와 거리감이 느껴지는 것을 우리나라 사람들에게 조금이라도 더 가슴에 와닿게 소개하고 싶다는 의도가 있었다고 한다.

'나는 그동안 국문학 교수로서 학생들과 많은 문학작품들을 읽어 왔습니다. 기호학으로 텍스트 분석하는 방법도 가르쳐 주었지요. 신학이나 교리는 잘 몰라도 문학으로 읽는 성경, 생활로 읽는 성경이라면 내가 거들 수 있는 작은 몫이 있을지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p11)

 

몇 년 전 공공연히 무신론자임을 자처하는 '시대의 석학 이어령'의 기독교 회심은 장안의 화제였다.  스스로 회심의 과정을 밝힌 이전의 책들을 보면, 저자는 이미 성경에 대하여 너무나 잘 알고 있었고, 어쩌면 그는 지식을 통하여  이미 오래전 예수님을 만난 것은 아닐까 하고 생각했었다.

보통(?)사람들은 크리스찬이 되기 전에 성경을 읽을 수 없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읽어도 이해와 동의가 안되는 그런 책이 된다.(물론 읽으려고 시도도 안해보는 경우가 더 많을지도 모른다) 그런데 어떤 계기로 크리스찬이 되고 나면 그제야 비로소 성경이 읽혀진다. 성경은 성령의 인도하심이 있어야 개인에게 꿀같은 말씀이 되는 것을 많은 크리스찬들은 체험하고 있다.

그러나 신앙과 성경에 대한 이해라는 면에서 저자는 그 반대의 순서를 따르고 있다. 그 사실이 흥미롭기도 하고, 노년에 지식에 지혜를 더한 저자의 진지한 인생의 자세가 부럽다.

 

이성만으로는 이해할 수 없는 성경을 보통 크리찬들이 '성령'이라는, 또는 '믿음'이라는 도구를 사용하여 읽는다면, 이 책에서 저자는 자신의 전공인 '비유'라는 문학적 해석과 '문화비평'을 통하여 성경을 읽는 방법을 소개한다.

성경에는 예수님 스스로 비유로 말하고 있다고 쓰여 있기도 하다.

'이것을 비유로 너희에게 일렀거니와 때에 이르면 다시는 비유로 너희에게 이르지 않고 아버지에 대한 것을 밝히 이르리라(요한복음 16:25)'(p89)

'빵'이라는 단어외에 '모퉁이돌' '포도와 포도주' '비둘기, 제비, 까마귀, 독수리 새들' 이러한 단어들에 얽힌 히브리 문화, 서양의 종교역사, 문학작품, 우리나라의 시문 등 해박한 지식을 동원하여 그 상징과 비유를 해석해 준다. 

단어의 문학적 해석뿐 아니라 기독교의 핵심 교리와 이상적인 크리스찬, 교회의 나아갈 바까지 제시한 재미있는 책이었다.

 

그 외에 하나님의 나라를 사이버 세계로의 접속으로 설명한 부분은 매우 신선했다.

욥기와 호메로스의 서사의 비교, 선한 사마리아인 이야기, 예례미아애가 해설,등은 교회에서 듣는 이야기들과는 조금은 다르나  깊이있는 이야기들이었다.

이 책 각 꼭지의 말미에는 저자의 시와 화가 김병종의 그림이 하나씩 실려 있다. 이 부분이야말로 각 꼭지의 백미이며, 자신의 지식을 총동원한 성경읽기 후 우러나온 저자의 신앙고백이었던 것 같다.

자신의 '성경독서고백'도 나누어 보고 싶다는 저자의 말대로 다음 책도 기다려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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