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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숭이도 이해하는 자본론 - '마르크스 자본론'의 핵심을 찌르는
임승수 지음 / 시대의창 / 2008년 12월
평점 :
구판절판
슬픈 현실입니다만, 세상의 중심은 돈입니다. 인간의 편의를 위해 출현한 화폐가 어느덧 중심부로 위치를 옮겨 인간의 존엄 따위는 진작 주변부로 밀어 버렸습니다. 기술과 돈이 합쳐져 자본주의라는 거대한 괴물을 잉태했고, 그 괴물은 바로 코앞에서 이제는 인간 존재 자체를 위협하고 있습니다.
임승수씨의 '
원숭이도 이해하는 자본론'을 읽었습니다.
이 책을 들기전
마르크스와
자본론에 대해서는 두가지 편견이 있었습니다. 일단 쉽지 않다는 사실은 제외하고 마르크스는 단순히 운동가려니 했으며, 그의 자본론은 제목 그대로를 받아들이지 못하고 사회주의, 공산주의에 대한 내용이 전부 일거라 생각했습니다. 제 선입견이 보기 좋게 틀렸음을 인정해야 했습니다. 마르크스는 운동가 이전에 학자 였으면, 그것도 천재 였습니다. 개인적인 생각일 수 있습니다만, 그가 천재라는 생각은 책을 읽는 내내 머리 속을 맴돌았습니다. 사회의 단면을 한 칼에 이해하는 사람, 그것을 학문으로 풀어내는 사람은 단순히 통찰력 넘어 무언가가 존재합니다. 더불어 자본론은 자본주의에 대한 통렬한 고찰입니다. 1876년에 간행되었으니 지금으로 부터 140년 전의 책입니다. 140년전의 책이라지만 지금 다시 봐도 내용은 생생히 살아 있습니다. 그가 던진 글들에 지금의 현실은 온전히 묶입니다.
책의 시작은 자본주의가 무엇인지 정의부터 내리고 시작합니다. 자본주의란 자본주의적 생산관계 즉 자본가와 노동자의 관계입니다. 자본가와 노동자 많이 듣는 이야기며, 세상의 현실이니 내가 노동자든 자본가든 그러려니 하고 넘어 갑니다. 한발짝 더 깊이 들어가봅니다. 자본 주의에도 착취가 존재할까요? 두 손 들고 손사래를 칠 분들이 있겠습니다만, 엄연히 자본 주의 사회에도 착취는 존재합니다. 노예제와 봉건제 사회가 아님에도 불구하고 착취는 자본주의가 돌아가는 근간입니다. 슬프지만 현실입니다.
자본주의의 시작은 상품입니다. 상품이란 우리가 생활하며 사용하는 물품, 바로 그것입니다. 삶을 영위하기에 필요한 상품이 있고, 모든 상품을 스스로 만들 수 없기에 다른 사람이 생산한 상품과 교환하기도 합니다. 이 교환 자체를 편하게 하기위해 화폐가 출현합니다. 즉 상품은 사용가치와 교환 가치를 가집니다. 사용되고, 교환 될 수 있는 것은 모두 노동의 결과물입니다. 그리고 교환되는 비율은 그 상품을 만드는데 필요한 '사회적으로 필요한 노동시간'에 따라 결정됩니다.
그러나 교환의 수단으로 화폐의 기능이 확장되어 자본으로 변질됩니다.
C -> M -> C 에서 M -> C -> M'으로 변질 됩니다. (Commodity, Money)
자본으로 상품을 생산하고 생산된 상품을 팔아 다시금 자본을 회수합니다. 당연하다고 생각되는 이 과정에 착취가 존재합니다. M에서 M'으로 변환을 통해 이윤을 창출 하는데 그 이윤은 노동자의 빼앗긴 시간에서 나옵니다. 노동자의 잉여 가치가 자본가의 손으로 고스란히 돌아갑니다.
좀 더 과정을 세분화 하면 다음과 같습니다.
M -> C(LP, MP) -> P -> C' -> M' (Commodity, Money, Production, Labor Power, Means of Production)
자본으로 기계와 원자재를 사서 노동자의 노동을 근간으로 생산과정을 거쳐 상품으로 변환되고, 이 상품을 팔아 새로운 자본을 창출합니다. 착 취 과정의 핵심은 P에 있습니다. 노동자는 자신이 받는 임금보다 더 많은 가치를 창출합니다. 즉 P과정에서 3의 임금을 받고 8의 가치를 생산합니다. 5(8-3)이 잉여 가치가 되며, 이는 고스란히 자본가의 몫이 됩니다. 결국 이윤의 원천은 노동자의 노동에 있습니다. 이것이 자본주의 사회의 착취구조입니다. 노동자가 열심히 일해도 가난을 면치 못하는 것은 이렇듯 자본주의의 은폐된 착취 때문입니다.
보 다 많은 이윤을 위해 잉여 노동의 시간을 늘이고(야근), 비정규직을 늘여 가변자본(임금)을 줄이는 방식으로 수탈의 과정은 점차 그 강도를 더해갑니다. 더불어 성과급제를 통해 자발적 착취를 강요하는게 현실입니다. 생산한 만큼 얻어가고 야근에 치이지 않는 노동자의 천국과는 거리가 멀어도 한참 멉니다.
상품의 가치는 불변자본, 가변자본, 잉여가치로 이루어집니다. (Constant Capital, Variable Capital, Surplus Value) 이를 바탕으로 이윤율(S/(C+V)), 착취율(S/V)등을 도출해 내기도 합니다. 불변 자본이란 생산 수단을 구입하는데 쓰는 자본이며, 가변 자본은 노동자의 노동력을 구매하는데 사용 되는 자본입니다. 그리고 잉여가치란 노동자의 빼앗긴 시간에 기인하는 잉여노동력의 교환 가치입니다.
이 외에도 이 책에서는 이윤을 사용하는 방식으로 단순 재생산, 확대 재생산 등에 대해 다룹니다. 그리고 노동 집약적 산업에서 기술집약적 산업으로의 변화에 따른 이윤율 저하를 유기적 구성의 고도화(C/V)를 통해 이야기합니다. 이를 통해 자본주의 종국의 실체를 알 수 있습니다.
줄어드는 파이(잉여가치)를 두고 점점 많이 먹어야하는 괴물의 싸움의 끝은 불 보듯 뻔하다. 더불어 산업의 고도화, 그리고 경쟁의 심화, 생산의 무정부성에 따른 과잉 생산이 부른 독점 자본과 공황은 더 말하기 입이 아플 정도입니다.
뭔가 크게 잘못된 것 같기는 한데 대부분의 사람들은 '
원래 사람이란 이기적인 동물이야' 하면서 이런 사회를 운명처럼 받아들입니다. 대한민국 표류기의 허지웅씨가 이야기한 진짜 어른되기라고 착각하고 사는 삶과 별반 다르지 않습니다. 본성적으로 이기적인 인간이란 당위는 자본주의 사회라는 울타리안에서 그 존재를 구체화 합니다. 물론 본성의 이기적임은 논란의 여지가 많습니다. 그러나 공생을 위한 그 첫걸음에 이기적인 마인드는 잠시 접어 두는 것이 대안을 찾는 지름길이 아닐까 생각합니다.
2009/04/02 - [독서 흔적] - 대한민국 표류기
마지막으로 내가 인간 답게 살수 있는 것은 다른 누군가의 노동 덕분입니다. 그런데 자본주의 사회는 이 소중한 타인의 노동을 단순한 화폐 수치로 바꾸어 놓았습니다. 동양 고전에서 설하는 인간 관계를 화폐 단위로 재단해 버립니다. 슬픈 현실입니다. 그런 굴레를 벗어나지 못하는 이상 이기적인 인간의 모습은 나와 당신에게서 쉽게 찾을 수 있을 겁니다. 나와 다르지 않는 당신과 그 울타리 속에서 인간이란 존엄에 대해서는 조용히 묻어 둘 수 밖에 없습니다.
시카고 학파의 신자유주의 정책이 낳은 괴물의 실체를 절감하고 있는 작금의 현실 속에서 사회주의로의 선회를 주장하는 것은 아닙니다.
발전적 대안을 제시하며, 21세기 모두가 공생할 수 있는 사회적 시스템의 변화를 요구 합니다. 그 대안으로 지엽적이지만 케인즈 학파의 주장이 있을 수도 있고, 21세기 사회주의라는 베네수엘라도 있습니다. 어떤 모양새가 될지 예측할 수 없고, 쉬운 길도 없지만, 해야만 하는 당위성은 점점 증가하고 있습니다. 공생하며, 물신주의에서 벗어나, 서로에게 감사하는 사회, 그 첫걸음은 우리가 살고 있는 자본주의의 이해에서 부터 출발 해야 할 겁니다.
많은 이야기를 한 것 같습니다. 그만큼 많은 내용이
마르크스의
자본론에는 있습니다. 더욱이 이 책에서는 그와 곁들여 대안까지 제시합니다. 많지 않은 페이지 입니다만, 많은 이야기가 있고, 현실이 있습니다. 자본론에서 시작한 서술은 미 제국주의의 지저분함에 극에 달하고, 21세기 사회주의라는 대안으로 마무리 됩니다. 쉽게 동승하여 세상을 한바퀴 유람한 듯합니다.
임승수씨를 통해 본 자본론은 정말 쉽게 다가옵니다. 핵심을 찌르지만 지엽적이지 않습니다. 거듭 저자에게 감사하는 마음 전하고 싶습니다. 좋은 글이 담긴 좋은 책은 분명 많은 이에게 읽혀지리라 생각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