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황의 메커니즘 - 경제학의 '오래된 미래' 케인스주의를 다시 읽는다
오노 요시야스 지음, 김경원 옮김, 박종현 감수 / 지형 / 2009년 3월
평점 :
절판


불황의 메커니즘

신자유주의가 막을 내리는 시점에, 그가 할퀴고간 상처는 흔적을 또렷이 하고 있습니다. 미국발 신용경색의 모태이며, 개발도상국들의 발전에 족쇄를 채운 신고전주의의 상처는 아직 아물 기미 조차 안보입니다. 저또한 불황이란 단어를 태어나 처음으로 몸소 체험하고 있습니다. 이런 시기 경기저점, 불황 상태에서 다시금 주목 받는 것이 불황이론이며, 현 시스템에 대한 성찰입니다.
2009/02/11 - [독서 흔적] - [경제 경영/외국어/자기계발/실용] 나쁜 사마리아인들

오노 요시야스 교수의 '불황의 메커니즘'을 읽었습니다.

신고전주의의 쇠퇴와 더불어 서서히 힘을 받고 있는 케인즈 이론에 관한 책입니다. 이 책은 케인즈의 '고용, 이자 및 화폐이론' 책을 비판해 서술합니다. 신고전주의케인즈 주의의 비교와 더불어 한발짝 더 나가 케인즈 이론의 허술한 논리를 저자의 논리로 보강합니다.

불황이 나타나는 요인은 마르크스를 시작으로 신고전주의까지 일관된 방식으로 해설합니다. 마르크스는 생산의 무정부성이 과도한 공급을 낳고, 불황으로 이어진다는 논리를 내세웠습니다. 그러나 신고전주의자들은 공급의 초과는 불황을 낳지만 단기적인 현상이라 치부합니다. 물가나 화폐임금의 조정으로 극복이 가능하며, 비자발적 실업이 애초에 일어날 수 없다고 단언합니다. 완전 고용이란 이상향이 늘 함께 한다고 합니다.

좀더 자세하게 설명하면 다음과 같습니다.

"세상에 존재하는 노동력이나 자본 설비를 모조리 사용하여 생산한 물자나 서비스의 총공급이 그대로 사람들의 총소득이 된다고 생각한다. 총소득을 남김없이 재화나 서비스 구입에 충당하면 총수요는 총공급과 같아진다. 그런 다음에는 물가나 화폐임금을 조정하여 개개 물자나 서비스의 생산량의 구성과 각각의 수요량의 구성을 일치 시키기만 하면 된다. 다시 말해 물가나 회폐임금의 조정만 이루어진다면 재고나 비자발적 실업은 있을 수 없다는 말이다."

그러나 케인즈의 시각은 다릅니다.

"케인즈가 상정한 세계에서는 우선 재화나 서비스에 대한 총수요가 정해져 있고, 그다음 그것들을 생산하는 데 필요한 고용량이 정해진다. 더구나 그 고용량이 반드시 완전고용을 실현할 만큼 충분하지 않을 뿐 아니라 일반적으로는 그것을 밑돌아 비자발적 실업이 발생한다. 물가나 화폐임금은 총수요가 주어진 다음 정해지기 때문에 그것들을 무리하게 끌어내린다고 수요 부족이나 비자발적 실업이 해소되지 않는다."

불황의 원인을 수요의 부족이라 생각했습니다. 그리고 수요는 소비와 투자로 나뉘며 두 가지 부족에 대해 논리적인 전개를 해나갑니다. 이론적인 분석 뿐만 아니라 정책적 대안까지 제시합니다. 우리가 수정 자본 주의라 부르는 강한 정부의 역할을 지지합니다. 공공 사업을 통한 수요의 창출, 비자발적 실업을 없애기 위한 일자리 보강, 그리고 부의 재분배등은 케인즈 이론의 핵심입니다. 듣고 보면 자본가 입장에서는 득이 될게 전혀 없어 보입니다만, 이 이론은 효율성을 매우 중시합니다. 겉으로 보기에 자본가들의 부를 나누어 분배하는 모습으로 보이나 경기가 활성화되면, 그들이 벌일 수 있는 잔치판은 더욱 확장될 것입니다.

그러나 이런 케인즈 이론은 주류로 받아들여지지 못했습니다. 이론의 논리적 설득력 부족에 기인합니다. 그 허점의 핵심은 수요, 소비의 한계를 정하는 메커니즘을 제시하지 못한 것과 케인즈가 제시한 소비함수[각주:1]와 승수 효과[각주:2]가 인정받지 못한 것입니다.

여기에서 오노 요시아스 교수의 주장이 곁들여 집니다. 케인즈의 문제 인식은 탁월하다는 전제하에 이론적 보강이 시작됩니다. 소비함수, 승수효과로는 소비의 한계 및 정책의 당위성을 입증할 수 없습니다. 그 이론의 알맹이는 소비 한계를 설명하는 것에서 부터 시작합니다.

소비의 한계는 유동성 선호의 지속과 소비욕구의 감퇴, 그리고 기업의 수익예상 악화를 통해 투자를 억제하고, 총 수요와 그것이 실현하는 총소득을 낮은 상태로 묶어버린 것에 기인합니다. 그리고 승수효과가 아니라 소비 이자율[각주:3]의 인상을 바탕으로 정책의 당위성을 입증해야 합니다. 케인즈가 제시한 불황의 원인과 타결책 사이의 허점을 메웁니다.

이를 전제로 저자가 제시하는 대안정책, 즉 수요자극책은 소비 이자율 인상에 있습니다. 디플레이션 완화, 인위적인 인플에이션 조장을 통해 지금 수요를 창출하게 하고, 공공사업을 통해 수요 창출 할 수 있는 일자리 마련을 주장합니다.

서평을 마무리 하려하니 씁쓸함이 앞섭니다. 저자 주장의 바탕은 이자의 다면성과 인간의 화폐 보유욕입니다. 결국 화폐를 자본으로 인식함으로써 나타나는 끝없는 욕망의 전차가 뱉는 부산물입니다. 기존 이론들이 공급측면의 실수와 시스템적 오류에 기인한 것이라면, 수요 부족에 의한 불황은 자본주의적 인간 욕망이 원인임을 과학적으로 제시하고 있습니다. 결국 문제는 인간이며, 인간의 인식이 바뀌지 않는 이상 확실한 해결책은 요원합니다. 2009년 대한민국을 둘러봐도 희망을 좀처럼 찾을 수는 없습니다. 떠나는 기차를 지켜보며 반대로 가는 느낌입니다. 케인즈 정책이 그나마 나은 대안이라 이야기 하지만, 그 대안은 머리 속에 맴돌 뿐입니다. 현실로 전혀 다가오지 않고 있습니다. 정부의 정책들 중에 고민의 흔적이 보이고, 최소한 이런 맥락의 정책들이 보인다면, 지금껏 끊었던  뉴스를 다시 볼 생각도 있습니다. 부디 그 시간이 좀더 빨리 왔으면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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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숭이도 이해하는 자본론 - '마르크스 자본론'의 핵심을 찌르는
임승수 지음 / 시대의창 / 2008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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슬픈 현실입니다만, 세상의 중심은 돈입니다. 인간의 편의를 위해 출현한 화폐가 어느덧 중심부로 위치를 옮겨 인간의 존엄 따위는 진작 주변부로 밀어 버렸습니다. 기술과 돈이 합쳐져 자본주의라는 거대한 괴물을 잉태했고, 그 괴물은 바로 코앞에서 이제는 인간 존재 자체를 위협하고 있습니다.

임승수씨의 '원숭이도 이해하는 자본론'을 읽었습니다.

이 책을 들기전 마르크스자본론에 대해서는 두가지 편견이 있었습니다. 일단 쉽지 않다는 사실은 제외하고 마르크스는 단순히 운동가려니 했으며, 그의 자본론은 제목 그대로를 받아들이지 못하고 사회주의, 공산주의에 대한 내용이 전부 일거라 생각했습니다. 제 선입견이 보기 좋게 틀렸음을 인정해야 했습니다. 마르크스는 운동가 이전에 학자 였으면, 그것도 천재 였습니다. 개인적인 생각일 수 있습니다만, 그가 천재라는 생각은 책을 읽는 내내 머리 속을 맴돌았습니다. 사회의 단면을 한 칼에 이해하는 사람, 그것을 학문으로 풀어내는 사람은 단순히 통찰력 넘어 무언가가 존재합니다. 더불어 자본론은 자본주의에 대한 통렬한 고찰입니다. 1876년에 간행되었으니 지금으로 부터 140년 전의 책입니다. 140년전의 책이라지만 지금 다시 봐도 내용은 생생히 살아 있습니다. 그가 던진 글들에 지금의 현실은 온전히 묶입니다.

책의 시작은 자본주의가 무엇인지 정의부터 내리고 시작합니다. 자본주의란 자본주의적 생산관계 즉 자본가와 노동자의 관계입니다. 자본가와 노동자 많이 듣는 이야기며, 세상의 현실이니 내가 노동자든 자본가든 그러려니 하고 넘어 갑니다. 한발짝 더 깊이 들어가봅니다. 자본 주의에도 착취가 존재할까요? 두 손 들고 손사래를 칠 분들이 있겠습니다만, 엄연히 자본 주의 사회에도 착취는 존재합니다. 노예제와 봉건제 사회가 아님에도 불구하고 착취는 자본주의가 돌아가는 근간입니다. 슬프지만 현실입니다.

자본주의의 시작은 상품입니다. 상품이란 우리가 생활하며 사용하는 물품, 바로 그것입니다. 삶을 영위하기에 필요한 상품이 있고, 모든 상품을 스스로 만들 수 없기에 다른 사람이 생산한 상품과 교환하기도 합니다. 이 교환 자체를 편하게 하기위해 화폐가 출현합니다. 즉 상품은 사용가치와 교환 가치를 가집니다. 사용되고, 교환 될 수 있는 것은 모두 노동의 결과물입니다. 그리고 교환되는 비율은 그 상품을 만드는데 필요한 '사회적으로 필요한 노동시간'에 따라 결정됩니다.

그러나 교환의 수단으로 화폐의 기능이 확장되어 자본으로 변질됩니다.

C -> M -> C 에서 M -> C -> M'으로 변질 됩니다. (Commodity, Money)

자본으로 상품을 생산하고 생산된 상품을 팔아 다시금 자본을 회수합니다. 당연하다고 생각되는 이 과정에 착취가 존재합니다. M에서 M'으로 변환을 통해 이윤을 창출 하는데 그 이윤은 노동자의 빼앗긴 시간에서 나옵니다. 노동자의 잉여 가치가 자본가의 손으로 고스란히 돌아갑니다.

좀 더 과정을 세분화 하면 다음과 같습니다.

M -> C(LP, MP) -> P -> C' -> M' (Commodity, Money, Production, Labor Power, Means of Production)

자본으로 기계와 원자재를 사서 노동자의 노동을 근간으로 생산과정을 거쳐 상품으로 변환되고, 이 상품을 팔아 새로운 자본을 창출합니다. 착 취 과정의 핵심은 P에 있습니다. 노동자는 자신이 받는 임금보다 더 많은 가치를 창출합니다. 즉 P과정에서 3의 임금을 받고 8의 가치를 생산합니다. 5(8-3)이 잉여 가치가 되며, 이는 고스란히 자본가의 몫이 됩니다. 결국 이윤의 원천은 노동자의 노동에 있습니다. 이것이 자본주의 사회의 착취구조입니다. 노동자가 열심히 일해도 가난을 면치 못하는 것은 이렇듯 자본주의의 은폐된 착취 때문입니다.

보 다 많은 이윤을 위해 잉여 노동의 시간을 늘이고(야근), 비정규직을 늘여 가변자본(임금)을 줄이는 방식으로 수탈의 과정은 점차 그 강도를 더해갑니다. 더불어 성과급제를 통해 자발적 착취를 강요하는게 현실입니다. 생산한 만큼 얻어가고 야근에 치이지 않는 노동자의 천국과는 거리가 멀어도 한참 멉니다.

상품의 가치는 불변자본, 가변자본, 잉여가치로 이루어집니다. (Constant Capital, Variable Capital, Surplus Value) 이를 바탕으로 이윤율(S/(C+V)), 착취율(S/V)등을 도출해 내기도 합니다. 불변 자본이란 생산 수단을 구입하는데 쓰는 자본이며, 가변 자본은 노동자의 노동력을 구매하는데 사용 되는 자본입니다. 그리고 잉여가치란 노동자의 빼앗긴 시간에 기인하는 잉여노동력의 교환 가치입니다.

이 외에도 이 책에서는 이윤을 사용하는 방식으로 단순 재생산, 확대 재생산 등에 대해 다룹니다. 그리고 노동 집약적 산업에서 기술집약적 산업으로의 변화에 따른 이윤율 저하를 유기적 구성의 고도화(C/V)를 통해 이야기합니다. 이를 통해 자본주의 종국의 실체를 알 수 있습니다. 줄어드는 파이(잉여가치)를 두고 점점 많이 먹어야하는 괴물의 싸움의 끝은 불 보듯 뻔하다. 더불어 산업의 고도화, 그리고 경쟁의 심화, 생산의 무정부성에 따른 과잉 생산이 부른 독점 자본과 공황은 더 말하기 입이 아플 정도입니다.

뭔가 크게 잘못된 것 같기는 한데 대부분의 사람들은 '원래 사람이란 이기적인 동물이야' 하면서 이런 사회를 운명처럼 받아들입니다. 대한민국 표류기의 허지웅씨가 이야기한 진짜 어른되기라고 착각하고 사는 삶과 별반 다르지 않습니다. 본성적으로 이기적인 인간이란 당위는 자본주의 사회라는 울타리안에서 그 존재를 구체화 합니다. 물론 본성의 이기적임은 논란의 여지가 많습니다. 그러나 공생을 위한 그 첫걸음에 이기적인 마인드는 잠시 접어 두는 것이 대안을 찾는 지름길이 아닐까 생각합니다.
2009/04/02 - [독서 흔적] - 대한민국 표류기

마지막으로 내가 인간 답게 살수 있는 것은 다른 누군가의 노동 덕분입니다. 그런데 자본주의 사회는 이 소중한 타인의 노동을 단순한 화폐 수치로 바꾸어 놓았습니다. 동양 고전에서 설하는 인간 관계를 화폐 단위로 재단해 버립니다. 슬픈 현실입니다. 그런 굴레를 벗어나지 못하는 이상 이기적인 인간의 모습은 나와 당신에게서 쉽게 찾을 수 있을 겁니다. 나와 다르지 않는 당신과 그 울타리 속에서 인간이란 존엄에 대해서는 조용히 묻어 둘 수 밖에 없습니다.

시카고 학파의 신자유주의 정책이 낳은 괴물의 실체를 절감하고 있는 작금의 현실 속에서 사회주의로의 선회를 주장하는 것은 아닙니다. 발전적 대안을 제시하며, 21세기 모두가 공생할 수 있는 사회적 시스템의 변화를 요구 합니다. 그 대안으로 지엽적이지만 케인즈 학파의 주장이 있을 수도 있고, 21세기 사회주의라는 베네수엘라도 있습니다. 어떤 모양새가 될지 예측할 수 없고, 쉬운 길도 없지만, 해야만 하는 당위성은 점점 증가하고 있습니다. 공생하며, 물신주의에서 벗어나, 서로에게 감사하는 사회, 그 첫걸음은 우리가 살고 있는 자본주의의 이해에서 부터 출발 해야 할 겁니다.

많은 이야기를 한 것 같습니다. 그만큼 많은 내용이 마르크스자본론에는 있습니다. 더욱이 이 책에서는 그와 곁들여 대안까지 제시합니다. 많지 않은 페이지 입니다만, 많은 이야기가 있고, 현실이 있습니다. 자본론에서 시작한 서술은 미 제국주의의 지저분함에 극에 달하고, 21세기 사회주의라는 대안으로 마무리 됩니다. 쉽게 동승하여 세상을 한바퀴 유람한 듯합니다.

임승수씨를 통해 본 자본론은 정말 쉽게 다가옵니다. 핵심을 찌르지만 지엽적이지 않습니다. 거듭 저자에게 감사하는 마음 전하고 싶습니다. 좋은 글이 담긴 좋은 책은 분명 많은 이에게 읽혀지리라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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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민국 표류기
허지웅 지음 / 수다 / 2009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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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미안합니다만 전 싫습니다. 그렇게 악착같이 경제 동물로 살아서 결혼하고 집 사고 애 놓고 뼈 빠지게 부양하다 빚 갚다가 조금 살 만해지면 불륜을 저지르거나 암 걸려 뒈지는 삶의 한심함이란 그런 관성에서 비롯되는 거라고, 나는 대답해줬습니다."

이렇듯 강렬한 내용으로 글은 시작됩니다. 개인적인 이유로 책을 부여잡고 단칼에 끝내지는 못했습니다. 읽다가 잠시 덮길 반복하며 마지막 장을 덮었습니다.

ozzyz review blog를 운영하는 허지웅씨의 '대한민국 표류기'를 읽었습니다. 그의 글은 줄곧 봐오고 있기에 익숙합니다. 그러나 화면을 통해 보는 것과 그의 글을 한번에 책으로 첨부터 끝까지 읽는 것은 다릅니다. 새롭게 본 듯합니다. 새로운 저자를 만난 듯 신났습니다.
힘없는 사회적 약자라 치부하는 저자이지만, 그의 글에서 뿜어져 나오는 무게와 위트는 차고도 넘칩니다. 세상을 바라보는 젊은 글쟁이의 당돌한 글 모음 그 이상입니다. 착착 감기는 그의 글에 웃다 분에 못이기다 말려들었습니다.

세상을 살아가는 대는 나름의 논리가 있습니다. 정답이 없다에 무게를 두며, 개인마다 상대적인 기준을 댑니다. 그러나 나름의 논리대로 산다고 해서 제대로 살아가고 있다는 훈장을 주지는 않습니다. 여기 치기어린 20대가 있습니다. 그러나 그의 치기는 스스로의 못남에서 기인하는 것도 아니고, 불완전함에서 파생된 것도 아닙니다. 현실이란 거울에 비췄을 때 치기란 단어가 어울립니다. 그의 치기는 그의 문제가 아니라 사회적 시스템의 문제입니다. 그 문제 속에서 오롯이 살려는 정신은 자칫 치기어린 마음으로 치부되어 집니다. 억울하고 슬픈 일입니다.

대한민국이라는 시스템에서 대세가 되지 못하고 부유하고 있는 그의 현실이 '대한민국 표류기'라는 제목에 고스란히 묻어있습니다. 모든 부조리를 처연하게 받아들여 '세상은 원래 그렇지'라고 인정하는 게 진짜 어른이 되는 유일한 길이라 인식하는 것이 현실입니다. 그런 현실 속에서 부단히 사회적 매커니즘을 성찰하는 저자는 이 시대 20대의 아이콘이 되기에 충분 합니다. 솔직히 20대에 이런 생각을 또렷히 가지고 있는 저자에 부러움반 질투 반입니다.

간지나는 인생이 전부이며, 마초라 자신하는 저자에게서 20대의 오라클이나 모피어스를 기대하는 사람이 저뿐만은 아닐 것입니다. 현실에 묻힌 그저그런 삶의 고리를 끊고, 찌질대는(?) 저자, 객관화 된 시선을 가지며 그의 생각을 글로 감칠맛나게 풀어내는 허지웅씨는 삶에 치여 사는 오늘의 20대에게 간지가 뭔지 제대로 보여줍니다. 진중함과 유머가 서로를 드높여 무게감과 재미를 동시에 추구하는 그의 글 앞에서 떳떳하지 못했던 몇 일 이었습니다. 삶은 선택의 문제라고 하나 무엇이 정답인지 알고 있지만 오답을 선택하는 나약함과 무관심에서 비롯된 방임은 현재 명박호의 큰 식량고임은 분명합니다.

살아간다는 관성의 절박함 뒤에서 안도하는 이 시간이 부끄럽다 생각되어 질때 이 책은 가슴 벅차게 다가 올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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츠바이크의 발자크 평전
슈테판 츠바이크 지음, 안인희 옮김 / 푸른숲 / 1998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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멍하니 모니터를 보다, 정신을 차리길 한두번, 요즘의 일상입니다. 소위 멍때린다는 표현으로 지금의 상황을 대변할 수 있습니다. 조그만 열정들은 자취를 감춘지 몇 일이고, 읽던 책은 습관적으로 읽되 부담없는 책들만을 집어 들고 있습니다. 의지와 무기력 사이에서 후자에 무게를 더 많이 두는 요즘입니다. 

어디선가 열정의 고리를 이을 뭔가가 필요했습니다. 딱히 잘하는 것도 즐겨하는 것도 많지 않기에 어쩔 수 없이 책에서 돌파구를 찾으려 합니다.

슈테판 츠바이크의 발자크 평전을 읽었습니다.

발자크의 인생 만큼이나 열정적으로 한 호흡에 긴 글을 읽었습니다. 읽는 와중에 스스로 속도를 못이겨 짐짓 정신 차리기 몇번 했습니다. 발자크가 쓴 책 한권 읽지 않고서 발자크 평전을 읽는 다는 것이 우습기도 합니다. 그러나 마음이 허할 때 전기나 평전을 읽으며, 새로운 열정의 고리를 찾는 경우가 가끔있습니다.

세상과 단절된 공간, 스스로 만든 공간에서 무한한 사실성을 토해낸 그의 천재적 필력에 읽는 내내 경외감을 느꼈습니다. 지독히도 스스로를 몰아부쳐 극한의 시공간에서 창조력을 빛낸 작가는 지금의 내 모습과 비교되어 스스로 자괴감에 빠져들기 충분합니다.

<<인간희극>>이라는 전대 미문의 소설을 20여년간에 엮은 발자크는 아마 이전에도 이후로도 나오기 힘들지 않을까합니다. 40여일 만에 썼다는 '고리오 영감',  말미에 휘갈겨 쓴 '사촌베트', '사촌 퐁스', '농부들', '시골의사', 6주면 일반 소설가가 평생을 털어 만들 수 있는 역작을 토해냈습니다. 개별적으로 만들어진 인물들을 여러 작품에 되풀이하여 등장시키고, 인물 유형들이 이렇게 여러 작품에 돌아다니게 함으로써 모든 계층과 직업과 사상과 감정과 맥락들을 포괄하는 복잡한 문학적 시대사를 썼습니다. 그것이 인간희극이라는 걸작입니다. 한두개의 소설이 아닌 소설의 군집으로  또다른 큰 문학의 지평을 열었습니다.

사실주의의 극한을 달린 천재, 광기의 천재라고 밖에는 붙여질 형용사가 많지 않습니다. 그러나 이와 반대로 평생을 짊어진 부채, 낭비벽, 사업실패, 인생의 오판이 그 스스로가 자신을 희생시켜 하나의 소설을 완성 하는 듯합니다. 19세기 프랑스의 상을 사실적으로 묘사한 소설들에 그의 인생이 덧붙여져 시대상을 또렷하게 새깁니다.

발자크에 있어 힘겨운 가족의 굴레를 넘으려는 시도와 좌절 그리고 거듭된 실패 속에 남아 있는 것은 두려움과 인생의 쓴맛이 아니었습니다. 그에게 남은 것은 다시 해볼 수 있다는 성공할 수 있다는 의지의 샘솟음이었습니다. 여기에 그의 위대함이 있습니다. 그의 진정한 천재성은 의지력에 있었습니다. 따라 갈 수 없습니다만, 지향점을 찍을 수는 있습니다. 천재적인 의지력과 하루 16시간의 집필을 평생한 그의 꾸준함, 그리고 현상을 파고들어 본질을 파악하는 능력, 인간이 담을 수 없는 상상력을 가진 그의 모습에서 100분의 1, 아니 1000분의 1이라도 닮고 싶습니다.

발자크 평전입니다. 그렇기에 그에 대해 긴시간 생각하며, 경외감을 느낀 시간입니다. 그러나 발자크와 더불어 그의 생애를 이렇듯 폭발적인 언어로 기술한 슈테판 츠바이크 또한 대단하단 생각뿐입니다. 발자크의 인생을 글 속에서 오롯이 만끽할 수 있습니다. 그의 열정적 인생만큼이나 글의 전개에서 뿜어져 나오는 열정 또한 대단합니다. 개인적인 생각입니다만, 러시아의 대문호 도스코예프스키의 일화와 더불어 이 책을 보면 즐거움이 배가 될 듯합니다. 또한 글 중 폴발레리에 관한 한줄이 나와 상당히 반가웠습니다.
폭발적인 열정의 소유자, 발자크의 인간희곡을 언젠가 읽을 날이 오길 바라는 맘으로 서평을 마무리합니다. 곧 제 손에 고리오 영감이 들려져 있길 기대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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잔소리 기술 - 소리치지 않고 야단치지 않아도 아이가 달라지는
최영민.박미진.오경문 지음 / 고래북스 / 2009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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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이러스성 장염으로 요 몇일 비실비실 대는 와중에 한권을 책을 들었습니다. 육아관련 서적입니다. 일전에 비폭력 대화와 부모와 아이사이, 그리고 UGUF 매일이 반짝반짝, 마지막으로 엄마자격증이 필요해요 등을 읽었습니다. 유목적 독서를 하고 있으나, 바로 코앞에 닥친 육아의 두려움 덕에 단기간에 몇권의 육아 서적을 읽게 되었습니다. 그의 연장선 상에서 또다른 시각을 얻으려는, 보물 찾기하는 심정이었습니다.
2009/03/03 - [독서 흔적] - 비폭력 대화
2009/02/26 - [독서 흔적] - UGUF 매일이 반짝반짝
2009/01/29 - [독서 흔적] - [유아/어린이/학부모/가정/어린이 외서] 부모와 아이사이
2008/12/03 - [독서 흔적] - 엄마 자격증이 필요해요

이번에 읽은 책은 소리치지 않고 야단치지 않아도 아이가 달라지는 '잔소리 기술'입니다. 소제목이 상당히 깁니다. 결론 부터 이야기 하자면 꽤 괜찮은 책입니다. 겸양의 미덕이 있다고 할까요. 솔직히 가장 맘에 닿은 부분은 에필로그 였습니다. 육아 서적을 보는 방법에 대한 저자의 겸손하지만 정직한 제안이 있습니다. 육아서적은 기성복이니, 각자의 아이를 위해서는 부모 스스로 맞춤식 방법을 찾아야 한다는 것입니다. 읽고 동일한 잣대로 아이들을 대하는 것은 결국 부모가 섬기는 책의 굴레에 얽매인 폭력적 맞춤뿐입니다. 기성복을 입히되 적절히 아이에 맞는 양육방식이 필요함은 명백합니다.

제목에서도 익히 알 수 있듯이 잔소리에 관한 책입니다. 개인적으로 잔소리는 대화, 즉 소통하려는 부모 의지의 잘못된 표현 방법중 하나라고 생각합니다. 잘못된 표현 방식이니, 아이에 맞게 그리고 상호간의 소통을 원활하게 하기 위한 마음가짐 부터 실제 실행 단계에서의 코칭까지 잔소리에 대해서 전방위적으로 다루고 있습니다. 아마 제가 부모 자식간의 소통에 대해 이 책을 가장 먼저 읽었더라면 상당히 재미나게 그리고 몰입해서 읽었을 겁니다. 그러나 '부모와 아이사이', 그리고 '비폭력 대화'를 통해 아이와의 소통에 대한 나름의 기준을 세운 뒤인지라 그 범위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이 책은 소통의 색깔다른 기성복에 지나지 않았습니다.

그렇다고 책을 폄하할 생각은 없습니다. 잔소리라는 영역에 초점을 맞추고 구석구석 세심하게 아이와의 소통에 대해 고민한 흔적이 역력합니다. 쉽게 읽히며, 기준을 세우고 잔소리에 대해 일관적으로 풀어나갑니다. 솔직히 잔소리는 안하는게 좋습니다. 대부분의 잔소리가 폭력적 소통입니다. 그렇기에 평소 잔소리를 하지 않는 분위기를 만드는 것이 가장 좋습니다. 편작의 큰 형님처럼 병이 생기지 않는 환경을 만드는 것이 정답이겠지요. 하지만 살다보면, 스스로의 부족함 뿐만 아니라 상황에 따라 잔소리를 하게 됩니다. 그럴 경우 어떻게 자녀에게 부모의 감정 상태, 그리고 부탁을 잔소리라는 옷을 입혀 전달 할 수 있느냐에 대한 답을 던집니다.

첫째단계, 부모의 감정 상태를 알려준다.
둘째단계, 자녀의 구체적인 잘못된 행위를 알려준다.
세째단계, 대안을 제시한다.

아주 간단합니다. 이 과정은 비폭력 대화의 네단계, 관찰, 느낌, 욕구, 부탁의 부분집합입니다. 상황을 관찰한뒤, 공감 후, 스스로의 느낌이나, 아이의 느낌을 이야기하며, 기저에 깔린 욕구를 파악한 뒤, 부탁을 하는 행위와 그 맥을 같이합니다. 좀더 상세히 풀어 놓자면, 첫번째 단계에서 부모의 감정 상태을 알려 줌으로써 아이 스스로가 준비할 수 있는 시간을 줍니다. 그렇다고 화난 상태에서 나 화났으니 알아서 해라는 식의 접근 방식을 이야기 하는 것이 아닙니다. 잔소리가 아닌 대화라는 생각을 굳건히 가지고 스스로의 느낌을 자녀에게 전달합니다. 두번째 단계는 이렇게 느끼게 만든 아이의 구체적인 행동을 지적하는 것입니다. 여기에서 주의할 점은 자녀의 행동에 초점이 맞아야 하지, 아이 자체에 초점을 맞추면 안됩니다. 너의 행동이 나쁘다지 이런 행동을 하는 네가 나쁘다가 아닌 겁니다. 마지막 세째 단계는 대안이라고 하지만, 저는 부탁이란 단어로 바꾸고 싶습니다. 서로간의 대화를 통한 의견 합의이면 더더욱 좋겠지만, 그럴 수 없는 상황이라면, 부모의 부탁을 통해 소통의 방점을 찍습니다.

애기 키우는 거 어렵다는 말 많이 듣습니다. 그렇기에 두려움 또한 늘 지니고 있습니다. 그런 이유로 육아 서적을 볼 때면 예사롭지 않습니다. 같은 말을 되풀이 하는 책들이 많긴 합니다만, 되풀이 해도 부족한게 지금입니다. 쉽게 다가갈 수 있는, 자녀와의 소통에 물꼬를 틀만한 말랑말랑한 서적입니다. 또한번의 되풀이지만, 다시한번 모자람을 아로새긴 시간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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