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애사진
이치카와 다쿠지 지음, 양윤옥 옮김 / 랜덤하우스코리아 / 2009년 4월
절판


그녀는 선뜻 말을 꺼내지 못했다. 양쪽 손가락을 끼었다 풀었다 하는 작업만 반복하고 있었다. 그것은 펌프로 물을 길어 올리는 행위와 닮은 몸짓이었다. 그렇게 그녀는 가슴 속에 있는 언어를 입가로 조금씩 길어 올리고 있었다. 꽤 긴 시간이 지나고, 이윽고 그녀의 손은 멈췄다. 언어가 스르르 그녀의 입술 틈새를 뚫고 흘러나왔다.
"키스해줘."
작은 틈새를 지나온 작디작은 목소리였다.
"키스해줬으면 좋겠어."
그녀는 변함없이 자신의 손가락만 바라보고 있었다.
"응."
나는 곧바로 고개를 끄덕였다.
"하자."-201~20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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