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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페라 택시 - 프랑스 현대문학선 25 ㅣ 프랑스 현대문학선 25
레몽 장 지음, 이인철 옮김 / 세계사 / 1998년 1월
평점 :
품절
단편 소설의 힘은 역시 반전에 있다. 간결하고 빠른 전개로 한가지 주제만을 심도있게 파고들다가 예상 밖의 결말로 찍는 켱쾌한 포인트. 레몽장의 몇몇 단편또한 그런 기대를 충족시켜 준다. 한동안 소설 읽기를 시도하지 않아서 장편소설은 엄두가 나지 않아 낯설지 않은 작가인 '레몽장'의 단편 소설을 꺼내들었는데, 알고보니 영화화 되기도 했던 '책 읽어주는 여자'의 작가였다.
첫 단편은 어쩐지 결말이 짐작한대로 흐른다 했더니 다 읽고 보니 예전에 '새들은 페루에 가서 죽다'에서 이미 읽은 적이 있었다. 어쩌면 단편 영화화해도 좋을 법한 소재가 아닌가 싶다. 상식적으로 이루어질 수 없는 이야기이지만 사실 평범한 일상의 사람들이 마음 속에서 꿈꿔봤을 법한 욕망과 가능성을 마음껏 전개시키는 스토리와 그다지 거북스럽지 않은 가벼운 환상으로 기분좋게 취하게 만드는 것이 이 8개의 단편들이 주는 매력이다.
'벨라B의 환상' 뿐만 아니라 택시 타기 장난을 해오던 부부가 오페라 티켓으로 일어난 사건을 다룬 '오페라 택시', 마농의 샘을 연상시키는 '물 이야기', 스스로 포르노 배우가 되고자 했다던 애너벨 청 스토리를 문득 연상시켰던 페미니즘을 주창하는 포르노배우 이야기인 '린다 리', 목숨이 위태로운 순간에도 여성의 성적인 매력에 혼미해 하고 있는 한 남자의 이야기인 'P.K 35km', 게이인지 아니면 진짜 여성인지 혼란을 느끼면서도 매력에 빠지는 남자의 이야기 '엘라' 등 대중적인 소재를 약간 비튼 단편들로 가득하다.
몇몇 작품은 마지막 힘이 약해서 조금 아쉽긴 했지만 적어도 각 작품마다 세계의 여러 지역을 배경으로 따분하고 평범한 이야기를 들려주지 않으려는 레몽장의 노력이 보이는 듯 해서 즐겁게 읽어줄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