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EO의 다이어리엔 뭔가 비밀이 있다 CEO의 비밀
니시무라 아키라 지음, 권성훈 옮김 / 디자인하우스 / 2001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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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 자신은 CEO도 아니면서 왜 'CEO의 다이어리'라고 사기치느냐고 하신 분도 있던데(^^;) 사실 그런 의미는 아닌 듯 하다. 이런 철저한 시간관리를 통해서만이 아마 샐러리맨들이 최종적인 꿈이라고 생각하는 CEO의 자리에도 오를 수 있다고 얘기하는 것일 테고 이런 제목이라야 평범한 샐러리맨들이 책을 집어들 것이 뻔하니 책 제목은 뭐, 썩 잘 지은 게 아닌가 싶다.

회사에서 9시간 이상을 보내고 피곤한 몸을 이끌고 집으로 돌아와 TV채널을 돌리거나 자기만의 시간을 가지는 것도 잠시 내일을 위해 또 잠을 자줘야하고, 또 아침이면 허둥지둥 직장으로 떠나는 안스러운 직장인들은 어느 순간 문득 자신만을 위한 투자를 하지 못하고 사는 자신에게 두려움을 느낄 것이다. 근무 외 시간을 자신이 제대로 활용하고 있지 못할지도 모른다는 사실에 반성하며 자신이 남들보다 뒤쳐질지도 모른다는 위기감을 느낄 것이다. 그래서 이런 류의 시간관리 책은 사실 뻔하고 흔하지만 계속 나오고, 직장인들은 다시 또 사 읽으면서 자신의 생활을 정비하며 의식적인 노력을 기울인다.

책을 보면 아침형인간에 대한 권고도 모자라 따라가기에는 좀 버거울 정도로 새벽 3시에 기상하는 자신의 생활을 소개하고, 빡빡하게 짜투리 3분 마저도 잘 활용하라던가 10년씩 중단기 계획을 세우라던가 평소 포스트잇을 활용하여 아이디어를 놓치지 말고 관리하라던가 하는 내용을 소개한다. 자신의 집중력의 시간을 파악하여 15분씩 다른 일을 해 보라던가 작심삼일인 인간들은 삼일마다 계획을 세우라던가 하는 방법들은 나도 살면서 알게모르게 터득한 방법이기도 하다. 바쁘기 때문에 책을 쓸 수 없는 것이 아니라 바쁘기 때문에 쓰고 싶은 재료나 경험이 많아지고 바쁠 때야말로 책을 써야 할 때라고 생각했다던 그는 자신의 상품가치가 가장 높을 때 자신의 책도 가장 팔릴 거라는 사실을 알고 있는 영리한 상업적 저자이다.

어쨌거나 간만의 휴일 몇 시간만에 이 책을 읽고 나서 나는 또 나태해진 그동안의 자신을 반성하며 유한한 시간을 좀더 계획적으로 쓰겠다고 마음 먹는다. 일분 일초 연연해하며 1년에 200일을 출장으로 살고 가족과 함께 밥도 못 먹고 새벽 3시에 먼저 일어나 아내와 함께 아침에 함께 눈뜨지도 못할 그가 전적으로 부러울 리는 없지만 내가 무의미하게 흘려버리고 있을지도 모르는 시간들을 잡아보려고 애쓸 것이다. 고작 또 작심삼일에 불과하더라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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폰더 씨의 위대한 하루 폰더씨 시리즈 4
앤디 앤드루스 지음, 이종인 옮김 / 세종(세종서적) / 2003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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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리와 함께 한 화요일'의 감동을 연상시킨다는 추천사에 기대를 가지고 읽기 시작했는데 솔직히 그 정도에는 못 미쳤다. 기대감이 커서였는지 전반적으로 아쉬웠다. 교훈을 주는 7편의 짧은 동화를 그럴 듯한 구성으로 연결시켜 삶의 궁지에 몰렸다고 믿는 이들이나 자기계발을 꾀하려고 하는 이들에게 의지를 다지게 하기 위한 선동서는 될 수 있겠지만 자연스럽게 우러나오는 감동이라고 표현하기에는 좀 무리가 있을 듯 싶었다. 동화와 같은 장면 묘사나 꿈인 줄만 알았던 상황들이 현실일지도 모른다는 여지를 남기는 설정 또한 진부하기도하여 오히려 귀엽고 익숙한 동화 같았다.

미래의 주인공이 자신의 연설에서 반복하듯이 '당신이 세상을 바꾸라'거나 앞으로 '돌격하라, 돌격하라'는 외침은 주로 남북 전쟁이나 기타 전쟁에 처해있던 이야기의 인물들이 자신감을 가지고 긍정적인 태도로 그 상황을 극복해냈던 것처럼 현 미국의 무모한 상황을 오히려 합리화시키는 것처럼 느껴져 기분이 좋지 않았다. 대의를 위해서는 한 목숨쯤 잃어도 좋다고 믿으며 최근 이라크 전쟁처럼 전쟁에 환호하는 미국의 분위기를 오히려 합리화시키고자하는 극우주의의 단면을 보는 것도 같다. 9.11 테러로 인한 미국민들의 절망감을 다독여주고 현 상황을 이겨내기 위한 그들 나름대로의 자구책이 그대로 표현된 것처럼 여겨지기도 한다.

물론 이런 부분을 제외하고 삶을 살아가는 7가지의 자세만 취한다면 자기 계발서에 자주 등장하는 내용이라고 해도 나쁘지는 않은 책이다. 등장하는 인물들의 입을 빌려 교훈을 설파시키는 것도 이해하는 데 도움이 될 듯 하고.

'인생이라는 게임에서 하프타임의 스코어는 정말 아무것도 아닙니다. 인생의 비극은 인간이 그 게임에서 진다는 것이 아니라 거의 이길 뻔한 게임을 놓친다는 것입니다. 믿음이 없기 때문에 그 게임을 놓쳐버리는 겁니다' 가브리엘 천사의 말은 좋아서 나도 다시금 되뇌였다. 결국 다 좋은 거 알지만 실제로 하기 어려운 뭐 그런 얘기들이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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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페라 택시 - 프랑스 현대문학선 25 프랑스 현대문학선 25
레몽 장 지음, 이인철 옮김 / 세계사 / 1998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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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편 소설의 힘은 역시 반전에 있다. 간결하고 빠른 전개로 한가지 주제만을 심도있게 파고들다가 예상 밖의 결말로 찍는 켱쾌한 포인트. 레몽장의 몇몇 단편또한 그런 기대를 충족시켜 준다. 한동안 소설 읽기를 시도하지 않아서 장편소설은 엄두가 나지 않아 낯설지 않은 작가인 '레몽장'의 단편 소설을 꺼내들었는데, 알고보니 영화화 되기도 했던 '책 읽어주는 여자'의 작가였다.

첫 단편은 어쩐지 결말이 짐작한대로 흐른다 했더니 다 읽고 보니 예전에 '새들은 페루에 가서 죽다'에서 이미 읽은 적이 있었다. 어쩌면 단편 영화화해도 좋을 법한 소재가 아닌가 싶다. 상식적으로 이루어질 수 없는 이야기이지만 사실 평범한 일상의 사람들이 마음 속에서 꿈꿔봤을 법한 욕망과 가능성을 마음껏 전개시키는 스토리와 그다지 거북스럽지 않은 가벼운 환상으로 기분좋게 취하게 만드는 것이 이 8개의 단편들이 주는 매력이다.

'벨라B의 환상' 뿐만 아니라 택시 타기 장난을 해오던 부부가 오페라 티켓으로 일어난 사건을 다룬 '오페라 택시', 마농의 샘을 연상시키는 '물 이야기', 스스로 포르노 배우가 되고자 했다던 애너벨 청 스토리를 문득 연상시켰던 페미니즘을 주창하는 포르노배우 이야기인 '린다 리', 목숨이 위태로운 순간에도 여성의 성적인 매력에 혼미해 하고 있는 한 남자의 이야기인 'P.K 35km', 게이인지 아니면 진짜 여성인지 혼란을 느끼면서도 매력에 빠지는 남자의 이야기 '엘라' 등 대중적인 소재를 약간 비튼 단편들로 가득하다.

몇몇 작품은 마지막 힘이 약해서 조금 아쉽긴 했지만 적어도 각 작품마다 세계의 여러 지역을 배경으로 따분하고 평범한 이야기를 들려주지 않으려는 레몽장의 노력이 보이는 듯 해서 즐겁게 읽어줄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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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양민의 30부터 준비하는 당당한 내인생
송양민 지음 / 21세기북스 / 2002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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돈을 열심히 벌기만 하면 된다고 인식해왔을 뿐 어떻게 해야 돈을 잘 쓰는 것이고 어떻게 돈을 잘 굴려야 하는지에 대해서는 무지했던 것이 사실이다. 돈 관리를 해주시는 엄마께 월급 봉투만 잘 갖다 드리면서 엄마가 재테크를 어찌 하시는지 관심을 가지지도 않았지만 30대가 되고 내 인생의 주체가 되기 위해서는 솔직히 경제적인 독립이 가장 중요한 게 사실이다. 그러고보면 나는 정말 돈에 관심도 없이 미련하게 벌기만 하면서 무모하게 산 것도 같다.

금리는 바닥을 치고 주식을 해보자니 크게 벌었다는 사람들보다는 크게 잃었다는 사람들 얘기 뿐이라 소심한 사람들은 리스크를 안고 투자하기에 망설여진다. 경기는 어렵고 막연한 미래는 불안감을 증폭시킨다. 하지만 뭐라도 알아야 뭔가 변화를 모색해 볼 수 있지 않은가.

같은 저자의 '경제기사는 돈이다, 지식이다'시리즈 보다 이 책은 좀더 쉽게 생활 경제 개념을 익힐 수 있게 해주는데 저축, 개인연금, 보험, 주식, 부동산, 창업 등에 대해 심도있는 설명보다는 컨설턴트가 대중들을 상대로 세미나를 하듯이 기본적으로 알아야 할 부분을 골고루 짚어준다.

기본적으로 어떻게 돈을 모으고 불려 돈을 벌어 둔 후에는 어떻게 늙어 가고 노후를 보낼 것이가에 대해서도 소개하고 있어 30대가 읽으면 자신의 인생을 한 번 전체적으로 예상해 보게 될 기회는 되겠지만 재테크나 투자 등에 대한 방법을 소개하다가 마지막에는 몸 건강하기 위해 산에 오르라는 둥 조언을 들려주는 챕터가 들어간 것은 조금 흐름에 맞지 않는 기분도 든다.

책을 다 읽고 보니 어찌보면 결국 안락하게 죽어갈 준비를 하기 위해서 이렇게 저렇게 머리 굴려 그 돈을 벌려고 애쓰는 것인가 싶어 조금은 씁쓸한 기분도 들었다. 어쨌거나 현재를 어떻게 살아야 후회없는지 현명한 판단을 내릴 수 있도록 도와주는 책이되지 않을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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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양골동양과자점 4 - 완결
요시나가 후미 지음, 장수연 옮김 / 서울미디어코믹스(서울문화사) / 2003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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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련을 당한 사람에게는 달콤한 초컬릿이 좋다는 이야기를 들은 적이 있다. 우울하거나 스트레스를 많이 받은 사람들도 달콤한 맛을 느끼는 순간만큼은 풍요롭고 긍정적으로 삶의 여유를 가질 수 있기 때문이 아닐까. 그 결핍을 느끼기 때문인지 이 서양골동 양과자점에 등장하는 이들은 제각기 상처를 가지고 있고 이 곳으로 모여들었고 그리고 이 양과자점을 운영하는 이들은 단 케이크을 팔며 어느 정도 치유된 것도 같다.

어차피 현실이라는 것은 다른 만화에서처럼 하루 아침에 확 달라지는 것도 아니거니와 이 유약한 캐릭터들에게는 사람들과의 관계에서 발생한 충격이나 상처는 더 씻어가기 어렵겠지만 달콤한 케이크를 만들어 그것을 어쩔 줄 모르는 행복한 표정으로 맛보는 이들을 통해 그들도 점점 더 넓은 열린 세계로 나가는 꿈을 실현시키는 듯 하다.

야오이라는 파트가 있는 줄은 알았지만 실제로 그런 만화를 읽은 적이 없는 내게는 이 정도도 솔직히 좀 충격이었다. 동성애에 편견은 없다고 생각하기도 하고 만화가 꼭 교훈적인 내용을 담아야 한다고 생각하지는 않지만 셰프 파티셰 오노 유우스케('마성의 게이'라고 동의하기엔 만화가 좀 딸린다)가 성에 대해 너무 개방적이고 배설의 욕구를 해결하는 수단으로 생각하는 일상이 좀 아쉬웠다. 그리고 그가 어떤 생각을 하는 줄은 모르고 야리야리한 외모에 푹푹 쓰러지는 여성들도 그렇고 뭐, 만화로서의 재미를 가미하자는 것이겠지만.

실연의 경험을 안고 의연하게 사랑을 할 줄 알게 된 오노 유우스케, 유괴 경험을 가졌지만 평상 생활에서는 명랑단순하며 영업맨으로서의 자질을 발휘하는 타치바나 케이이치로, 타치바나의 충복이며 단순하지만 시력으로 선글라스를 끼는 남자 치카베, 놀만큼 놀아보아 이제 열심히 살 일만 남은 견습 에이지, 그리고 이 네 명의 남자가 운영하는 케이크샵 '앤티크'로 찾아든 수많은 사연의 사람들.

아이를 잃고 유괴를 시도한 남자, 일하는 엄마와 오해가 있던 여자아이, 무미건조하며 야근을 밥먹듯이 하는 형사 생활의 돌파구를 위해 케이크광이 된 형사 남편과 그런 그를 아는 그의 아내, 도무지 어떤 케이크를 사야할지 고를 수 없을 정도로 행복한 선택을 즐기는 많은 손님들.

이 책을 읽다가 타치바나가 설명하는 케이크들이 전문적인 용어가 궁금해서 나는 케이크 자료를 찾아볼 정도였다. 이 정도면 되지 않을까. 새로운 소재로 내 일상을 잠깐 다른 쪽에 호기심을 돌려놓았으니. 나는 좀더 오래 베이커리에서 다양한 케이크를 구경하고 싶어질테고 늘 먹던 케이크가 아닌 색다른 맛도 먹어 보고 싶어졌으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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