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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양골동양과자점 4 - 완결
요시나가 후미 지음, 장수연 옮김 / 서울미디어코믹스(서울문화사) / 2003년 1월
평점 :
절판
시련을 당한 사람에게는 달콤한 초컬릿이 좋다는 이야기를 들은 적이 있다. 우울하거나 스트레스를 많이 받은 사람들도 달콤한 맛을 느끼는 순간만큼은 풍요롭고 긍정적으로 삶의 여유를 가질 수 있기 때문이 아닐까. 그 결핍을 느끼기 때문인지 이 서양골동 양과자점에 등장하는 이들은 제각기 상처를 가지고 있고 이 곳으로 모여들었고 그리고 이 양과자점을 운영하는 이들은 단 케이크을 팔며 어느 정도 치유된 것도 같다.
어차피 현실이라는 것은 다른 만화에서처럼 하루 아침에 확 달라지는 것도 아니거니와 이 유약한 캐릭터들에게는 사람들과의 관계에서 발생한 충격이나 상처는 더 씻어가기 어렵겠지만 달콤한 케이크를 만들어 그것을 어쩔 줄 모르는 행복한 표정으로 맛보는 이들을 통해 그들도 점점 더 넓은 열린 세계로 나가는 꿈을 실현시키는 듯 하다.
야오이라는 파트가 있는 줄은 알았지만 실제로 그런 만화를 읽은 적이 없는 내게는 이 정도도 솔직히 좀 충격이었다. 동성애에 편견은 없다고 생각하기도 하고 만화가 꼭 교훈적인 내용을 담아야 한다고 생각하지는 않지만 셰프 파티셰 오노 유우스케('마성의 게이'라고 동의하기엔 만화가 좀 딸린다)가 성에 대해 너무 개방적이고 배설의 욕구를 해결하는 수단으로 생각하는 일상이 좀 아쉬웠다. 그리고 그가 어떤 생각을 하는 줄은 모르고 야리야리한 외모에 푹푹 쓰러지는 여성들도 그렇고 뭐, 만화로서의 재미를 가미하자는 것이겠지만.
실연의 경험을 안고 의연하게 사랑을 할 줄 알게 된 오노 유우스케, 유괴 경험을 가졌지만 평상 생활에서는 명랑단순하며 영업맨으로서의 자질을 발휘하는 타치바나 케이이치로, 타치바나의 충복이며 단순하지만 시력으로 선글라스를 끼는 남자 치카베, 놀만큼 놀아보아 이제 열심히 살 일만 남은 견습 에이지, 그리고 이 네 명의 남자가 운영하는 케이크샵 '앤티크'로 찾아든 수많은 사연의 사람들.
아이를 잃고 유괴를 시도한 남자, 일하는 엄마와 오해가 있던 여자아이, 무미건조하며 야근을 밥먹듯이 하는 형사 생활의 돌파구를 위해 케이크광이 된 형사 남편과 그런 그를 아는 그의 아내, 도무지 어떤 케이크를 사야할지 고를 수 없을 정도로 행복한 선택을 즐기는 많은 손님들.
이 책을 읽다가 타치바나가 설명하는 케이크들이 전문적인 용어가 궁금해서 나는 케이크 자료를 찾아볼 정도였다. 이 정도면 되지 않을까. 새로운 소재로 내 일상을 잠깐 다른 쪽에 호기심을 돌려놓았으니. 나는 좀더 오래 베이커리에서 다양한 케이크를 구경하고 싶어질테고 늘 먹던 케이크가 아닌 색다른 맛도 먹어 보고 싶어졌으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