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이 되면 사강처럼 되고 싶다. 마침 근처에 서점이 있어 손녀 등원 시키고 자주 들린다.
사강처럼은 순전히 추상적인 의미다. 그러나 누군가 이 의미를 아는 이도 있을 거다.
사강이 친구와 주고 받은 편지 글, 'Ecris-moi vite et longuement' 집었다. 원제는 '나에게 빨리 그리고 길게 편지해 줘' 라는 뜻이란다.
그녀의 손 글씨도 볼 수 있다.
편지 글은 어떤 이의 내면을 보기에 충분하다. 특히, 가을이 가까이 오면 편지 글이 더 끌린다.
사강이 일상에서 어떤 생각을 하고, 무엇을 느끼는 지, 그녀의 일상을 관찰하게 되면서, 상상이 깨진다.
산다는 건 비슷하고 대동소이하구나, 하지만 늘 반복되는 나날들을 어떻게 보듬어야 되는지 알게 된다.
남들이 불행하다 해도 사강은 자기 자신으로 존재한다. 그래서 지금까지 그녀의 이름이 회자되는지도 모른다. 어쩌면 사강처럼은 자기 자신으로 존재하는 것일지도 모른다. 그러고 싶지만 그러기가 어렵다.
"걱정하지마, 나는 사람들이 말하는 것처럼 불행하지 않으니까. 단지 그들은 몇 가지 측면에서 자기에게서 멀어지는 이에 대해 그런 식으로 말할 뿐이야, 자기 자신의 실망보다 타인의 불행을 원하면서 말이야(83쪽)."
우린 왜 타인의 삶에 관심을 두고, 그들의 삶을 평가하려 할까, 그러면서 적어도 나보다는 조금 불행하다는 마음까지 정하기도 한다.
편지 글에서 볼 수 있는 말에 정이 간다. "빨리 답장해줘서 고마워. 길게 편지 써 줘. 네 전화 받고 너무 기뻤어. 감동했어. 답장해 줘, 최대한 빨리. 빨리 편지해 줘." 같은 조바심, 애틋함, 삐침, 감사 등이 곳곳에 들어 있어, 추억에 잠기게 되고 가을을 느끼게 된다.
"아아, 인생은 너무도 느리고 희망은 너무도 난폭해.
지겨워, 지겨워. 넌? 감히 말하지만, 우리가 서 있는 채로 늙어간다는 느낌이 들지 않니?(115쪽)"
시간은 너무 빠른 데 인생은 너무 느리다, 내 생애 처음으로 누구를 온전히 사랑하면서 내 시간을 전부 바치고 있는 육십 몇 번째 가을을 서 있는 채로 보내고 있다.
영화 '가능한 사랑'을 보았다. 사랑도 노력하면 가능할까, 급이 다른 사람을 어떻게 사랑할 수 있을까, 조인성은 조여정의 애씀을 알아 본다. 설경구가 맞고 쓰러지는 자신을 놓아두고 떠나는 동료에게 가장 큰 충격을 받은 점은 구조적인 문제로 본 내 생각과는 좀 달랐다. 보름달은 누구에게 동일하다, 각각 보는 장소가 다르고 달리 느낄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