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치의 마지막 연인
요시모토 바나나 지음, 김난주 옮김 / 민음사 / 1999년 9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바나나의 감수성은 새벽빛이다.
섬세하되 우울하지 않고 상큼하고 또렷한 기분.. 

이 책을 읽으면서 주인공이 부럽기도 했다...어린 나이에 많은 것을 생각해 보고 많은 것을 깨닫게 되다니...내가 저 나이땐 어땠더라? 하면서.
일상의 작은 사건이나 장소 물건들, 그리고 함께 있는 사람들...이렇게 행복한 것들이 많다는 것을 몸소 체득하게 되는 주인공.  

많은 표현들이 신선하게 와 닿았지만 그래도 어찌보면 지나치기 쉬운 미세한 감성의 가닥을 놓치지 않고 늘어놓았다는 것 외에는 별 거 없단 생각도 든다...그저 감수성 예민한 이의 일기를 훔쳐보는 기분이랄까...아...바나나를 탓하려던건 아닌데.
어쨌건 그만큼 가벼우면서도(나쁜 뜻의 가벼움 아님) 감성이 생생한 글이라는 거겠지.

 일본 작가들은 왠지 선입견을 갖게 됨에도 불구하고 바나나는 그다지 나쁘지 않았다. 하지만 편식방지를 위해 당분간은 그녀의 소설을 탐하지 않으련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연애소설 읽는 노인
루이스 세풀베다 지음, 정창 옮김 / 열린책들 / 2001년 3월
평점 :
절판


루이스 세풀베다라는 칠레 출신 작가의 책이다. 낯선 제목 낯선 작가의 책이지만 일단 예쁜 책 표지가 마음을 무장해제 시킨다. 

개척이라는 이름으로 밀림안까지 인간들이 들어가 만든 작은 마을에서 벌어진, "인간에 대한 분노로 불타오르는 살쾡이"와 "연애소설을 읽는 노인"에 대한 이야기다.
왠지 자연에 대한 경외심이나 환경보호에 대한 엄숙한 메시지가 대부분일 것만 같지만 의외로 책은 잔소리꾼같은 인상은 남기지 않았다. 

노인의 이름은 안토니오 호세 볼리바르 프로아뇨. 역시 낯선 이름이다. 하지만 더욱 놀라운 그의 부인의 이름 "돌로레스 엔카르나시온 델 산티시모 사크라멘토 에스투피냔 오타발로"(정말 이렇게 긴 이름을 가진 사람이 있을까나). 

부인과 함께 젊은 시절 밀림으로 들어온 노인은 아내의 죽음과 좌절, 죽음 직전까지 가는 위기를 맞게 된다. 밀림 속 원주민들의 도움으로 목숨을 건지고 차근차근 밀림에서 살아가는 방법을 배워 나가는 노인. 이러한 과정들은 다이나믹하되 헐리우드식 액션 없이 경쾌한 터치로 펼쳐진다. 아무래도 그걸 이미 다 겪은 노인의 입장에서 옛 일 떠올리듯 하는 것이라설까. 

그렇게 늙어온 노인은 자신이 글을 읽을 줄 안다는 것을 발견한 후 책을 읽는 기쁨으로 고독과 대적하기 시작한다. 그의 글 읽는 방식은 참 독특하다. 글을 마치 꼭꼭 씹어 삼키는 듯하다. 그만큼 글읽는 것을 참으로 즐기는 것 같다고나 할까...부럽다.
어쨌거나 그렇게 연애소설을 읽다가 노인은 인간에 대해 분노하여 마구 살생을 해대는 살쾡이와의 일전을 위해 잠시 책을 떠난다. 살쾡이와 노인의 결투는 마치 베테랑들의 마지막 결투와도 같이 고독한 것이어서 자연과 인간이 대적한다기 보다는 함께 이야기를 나눈 것같은 느낌이 들었다.

그 결투후에 노인은 다시 좋아하는 연애소설을 읽으러 오두막으로 돌아갔을 것이다.
또다시 책을 야금야금 삼키듯 음미하고 있겠지...노인을 보면서 책을 읽는 나도 함께 행복해진다.(자연파괴에 대한 경고보다 책읽기에 대해 더 많이 느낀 듯한 독후감이군!!)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홀로 사는 즐거움
법정(法頂) 지음 / 샘터사 / 2004년 6월
평점 :
절판


이 책을 추석 연휴에 고향에 들고 간 건 참 잘한 일이었다.  

명절이란게 가족들과 만나 오랜만에 회포도 풀고 고달픈 자취생 생활에서 벗어나 부모님 그늘에서 편히 있다가 오는 것이라지만 귀경하는 길에는 역시 마음 한 켠이 쓸쓸한 법이다. 나를 붙들고 있던 고정관념들로부터 멀리 떨어져 하루하루 마음을 가다듬으며 살아오다가, 고향에 돌아가면 얼마간은 다시 세속적인 것들에 발을 담그게 되기 때문이겠지. 친척이나 이웃들을 오랜만에 만나면 으레 꺼내어지는 현재와 미래에 대한 잣대들이 내가 매일매일 멀리 하고자 하던 것들이었음에도, 왠지 그것에서 아직 자유롭지 못함을 느끼는 아쉬움. 

여차저차해서 이렇게 약간은 무거운 마음을 가지고 서울로 올라오던 길에 이 책을 읽은 것은 참으로 다행이었다.
짤막짤막하게 어딘가 기고했을 법한 글들을 묶어 놓은 이 책은 법정스님이 산속 오두막과 바닷가집을 오가며 살아온 이야기들을 모아 놓은 책이다. 생활하면서 느끼는 여러 이야기들도 있지만 스님의 많은 독서량과 인간관계 덕분에 이것저것 주워들을 것도 많아 좋다. 좋은 싯귀며 그림이야기, 고서 이야기. 마음을 정화하는 좋은 말씀들이야 말할 것도 없고.
또한 이런 책들을 읽다보면 자연속으로 돌아가 고즈넉하게 생활하는 것에 대한 맹목적인 동경심이 생기기 쉬운데, 이를 경계하게끔 하는 스님의 말씀도 내 눈을 퍼뜩 뜨이게 한다...그래...역시 "살아간다는 것"은 어디서나 비슷한거야..
다만 마지막에 가선 테마로 묶기에도 어색하고 잔소리도 많이 섞인 글들이 나와서 아쉽긴 했지만.

 여지껏 읽어온 불교관련 책들과 큰 가지를 벗어나지 않는 책이기에 자칫 식상할 수도 있으리라 생각했지만 책장을 넘길 수록 어딘가 은은한 향기가 있다. 아마도 마음이 어지러운 상경길이었기에 더 잘 읽힌 것이 아니었을까 싶다.
어쨌건 이 책을 읽고 "무소의 뿔처럼 혼자서 가라" 라는 귀절이 나오는 "숫타니파타"에 대해 관심을 갖게 되었고, 주문해 둔 그 책이 오늘 도착했다. 요즘들어 소설쪽으로 편식한 내게 좋은 양식이 되주길 바란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다 빈치 코드 - 전2권 세트
댄 브라운 지음, 양선아 옮김 / 북스캔(대교북스캔) / 2004년 6월
평점 :
절판


★★★주의!! 스포일러 다량 함유~!!★★★

그림 "읽기"를 좋아하는 편인 나에게 아주 반가운 책이 아닐 수 없다.
다빈치의 그림안에 그렇게나 많은 상징들이 장난스럽게 숨겨져 있다니...최후의 만찬 큰 그림 어디서 볼 수 있을꼬...루브르 박물관의 비밀도 재미있고..

요즘 젤 잘 나가는 베스트 셀러인 이 책을 조금 늦게 읽게되는 바람에 신문기사에서 스포일러 아닌 스포일러를 읽고 말았다...마리아 막달레나가 예수의 아내였다는 이야기에 기반을 두었다는 것.
이게 이 책의 비밀의 다는 아니겠지...그 외에 다른 엄청난 비밀이 있겠지...있을꺼야...하면서 책을 끝까지 읽었건만 루브르의 비밀 빼고는 아무것도 더 나오지 않았다. 그나마도 루브르 박물관 아래의 성배를 세상으로 내놓을 것인지 결정도 없이...어라? 이게 끝이야? 뭐 어쩌라고?

하긴..
내가 무엇을 더 바란단 말인가...성배의 실체를 세상에 내놓았을 때 일어날 파장까지도 작가의 상상력으로 써주길 바랬나? 우리가 읽을 수 있는 건 여기까지임을 나도 잘 알고 있다.
어차피 성배에 대한 이야기는 그 자체로도 큰 논란거리가 되고 있고, 기독교 공부를 충실히 한 사람들은 마리아에 대한 전설도 어느 정도 아는 바가 있을거라 하니, 기독교계가 뒤집힐지 어떨지는 우리 몫으로 남겨 두는 거겠지.

대신 독자가 즐길 만한 것은 책 곳곳에 널려있다...그림속에 감쳐진 상징들, 기독교의 역사, 암호풀이, 서스펜스.
똑똑한 인간들이 많이 나오는 책은 재미가 없을 거 같지만 다행히 이 책은 아주 재미가 있다.
다만 헐리우드 영화를 보고 있는 듯한 서술구조는 2권을 읽기엔 식상했고, 계속해서 암호풀이가 장애물로 나오는 구조도 "미스터 초밥왕"처럼 막판엔 시들한 느낌을 주기도 했다. 두번째 크립텍스의 암호와 스승의 정체는 둔한 나에게까지 들키지 않았나 말이다.

그래도 추천한다...고향가는 길 12시간 정체도 두렵지 않을 책으로.
(추천을 하면 뭣하나...스포일러를 이렇게나 써놓고...쩝)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적의 화장법
아멜리 노통브 지음, 성귀수 옮김 / 문학세계사 / 2001년 11월
평점 :
구판절판


회사 친구가 자기 취향은 아니지만 도전해 보라며 빌려준 책.
아멜리 노통의 명성은 많이 들어왔고 여기저기 북리뷰를 읽어보고 열광적인 팬들이 많음을 알았지만 책을 읽어보는 것은 처음이다.

흠...두 사람의 대화로만 이루어지는 이야기라..
이야기는 지루한 말다툼으로 시작했다가 이상한 궤변으로 흐르는 듯 하더니 강간과 살인에 관한 어처구니없는 고백으로 이어진다. 두 사람의 끝도 없는 말싸움을 읽는 중에는 내가 도리어 너무 답답해서 둘 다 좀 조용하라고 말해주고 싶을 정도였다...독자를 짜증나게 할 줄 아는구만..

하지만 짜증이 극에 달할 무렵, 그 유명하다는 반전이 온다.
하도 반전반전 하고 말들이 많아서 대충 눈치채고 읽어서 아쉽긴 했지만 그래도 감정의 전환으로선 좋은 반환점인 것 같다. 스토리상의 큰 반전이라기 보다 읽고 있는 이의 감정변환에 큰 도움이 된다고나 할까?

뭐...어쨌거나 섬뜩한 이야기를 숨 쉴틈없이 내뱉는 것도 그렇고, 다소 난해하달수 있는 내 안의 '적'의 존재에 대한 생각들...아멜리 노통은 어떤여자일까 하고 생각하게 되었다...다 읽고 나서 뒷표지의 작가 사진을 보니 읽기 전과는 느낌이 사뭇 다르다. 속을 모르겠다고 해야 하나.

아멜리 노통과 친해질 수 있을지...다음엔 두려움과 떨림을 읽어보고 싶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