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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애소설 읽는 노인
루이스 세풀베다 지음, 정창 옮김 / 열린책들 / 2001년 3월
평점 :
절판
루이스 세풀베다라는 칠레 출신 작가의 책이다. 낯선 제목 낯선 작가의 책이지만 일단 예쁜 책 표지가 마음을 무장해제 시킨다.
개척이라는 이름으로 밀림안까지 인간들이 들어가 만든 작은 마을에서 벌어진, "인간에 대한 분노로 불타오르는 살쾡이"와 "연애소설을 읽는 노인"에 대한 이야기다.
왠지 자연에 대한 경외심이나 환경보호에 대한 엄숙한 메시지가 대부분일 것만 같지만 의외로 책은 잔소리꾼같은 인상은 남기지 않았다.
노인의 이름은 안토니오 호세 볼리바르 프로아뇨. 역시 낯선 이름이다. 하지만 더욱 놀라운 그의 부인의 이름 "돌로레스 엔카르나시온 델 산티시모 사크라멘토 에스투피냔 오타발로"(정말 이렇게 긴 이름을 가진 사람이 있을까나).
부인과 함께 젊은 시절 밀림으로 들어온 노인은 아내의 죽음과 좌절, 죽음 직전까지 가는 위기를 맞게 된다. 밀림 속 원주민들의 도움으로 목숨을 건지고 차근차근 밀림에서 살아가는 방법을 배워 나가는 노인. 이러한 과정들은 다이나믹하되 헐리우드식 액션 없이 경쾌한 터치로 펼쳐진다. 아무래도 그걸 이미 다 겪은 노인의 입장에서 옛 일 떠올리듯 하는 것이라설까.
그렇게 늙어온 노인은 자신이 글을 읽을 줄 안다는 것을 발견한 후 책을 읽는 기쁨으로 고독과 대적하기 시작한다. 그의 글 읽는 방식은 참 독특하다. 글을 마치 꼭꼭 씹어 삼키는 듯하다. 그만큼 글읽는 것을 참으로 즐기는 것 같다고나 할까...부럽다.
어쨌거나 그렇게 연애소설을 읽다가 노인은 인간에 대해 분노하여 마구 살생을 해대는 살쾡이와의 일전을 위해 잠시 책을 떠난다. 살쾡이와 노인의 결투는 마치 베테랑들의 마지막 결투와도 같이 고독한 것이어서 자연과 인간이 대적한다기 보다는 함께 이야기를 나눈 것같은 느낌이 들었다.
그 결투후에 노인은 다시 좋아하는 연애소설을 읽으러 오두막으로 돌아갔을 것이다.
또다시 책을 야금야금 삼키듯 음미하고 있겠지...노인을 보면서 책을 읽는 나도 함께 행복해진다.(자연파괴에 대한 경고보다 책읽기에 대해 더 많이 느낀 듯한 독후감이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