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홀로 사는 즐거움
법정(法頂) 지음 / 샘터사 / 2004년 6월
평점 :
절판
이 책을 추석 연휴에 고향에 들고 간 건 참 잘한 일이었다.
명절이란게 가족들과 만나 오랜만에 회포도 풀고 고달픈 자취생 생활에서 벗어나 부모님 그늘에서 편히 있다가 오는 것이라지만 귀경하는 길에는 역시 마음 한 켠이 쓸쓸한 법이다. 나를 붙들고 있던 고정관념들로부터 멀리 떨어져 하루하루 마음을 가다듬으며 살아오다가, 고향에 돌아가면 얼마간은 다시 세속적인 것들에 발을 담그게 되기 때문이겠지. 친척이나 이웃들을 오랜만에 만나면 으레 꺼내어지는 현재와 미래에 대한 잣대들이 내가 매일매일 멀리 하고자 하던 것들이었음에도, 왠지 그것에서 아직 자유롭지 못함을 느끼는 아쉬움.
여차저차해서 이렇게 약간은 무거운 마음을 가지고 서울로 올라오던 길에 이 책을 읽은 것은 참으로 다행이었다.
짤막짤막하게 어딘가 기고했을 법한 글들을 묶어 놓은 이 책은 법정스님이 산속 오두막과 바닷가집을 오가며 살아온 이야기들을 모아 놓은 책이다. 생활하면서 느끼는 여러 이야기들도 있지만 스님의 많은 독서량과 인간관계 덕분에 이것저것 주워들을 것도 많아 좋다. 좋은 싯귀며 그림이야기, 고서 이야기. 마음을 정화하는 좋은 말씀들이야 말할 것도 없고.
또한 이런 책들을 읽다보면 자연속으로 돌아가 고즈넉하게 생활하는 것에 대한 맹목적인 동경심이 생기기 쉬운데, 이를 경계하게끔 하는 스님의 말씀도 내 눈을 퍼뜩 뜨이게 한다...그래...역시 "살아간다는 것"은 어디서나 비슷한거야..
다만 마지막에 가선 테마로 묶기에도 어색하고 잔소리도 많이 섞인 글들이 나와서 아쉽긴 했지만.
여지껏 읽어온 불교관련 책들과 큰 가지를 벗어나지 않는 책이기에 자칫 식상할 수도 있으리라 생각했지만 책장을 넘길 수록 어딘가 은은한 향기가 있다. 아마도 마음이 어지러운 상경길이었기에 더 잘 읽힌 것이 아니었을까 싶다.
어쨌건 이 책을 읽고 "무소의 뿔처럼 혼자서 가라" 라는 귀절이 나오는 "숫타니파타"에 대해 관심을 갖게 되었고, 주문해 둔 그 책이 오늘 도착했다. 요즘들어 소설쪽으로 편식한 내게 좋은 양식이 되주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