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렇게 여운이 남은 작품은 오랜만이다. 색다를 게 없는 설정(인외 존재와의 사랑)인데도 달리 읽히는 것은 '그래서 두 사람은 서로 사랑하며 행복하게 살았다'로 끝나는 것이 아니라 후일담이 있다는 것, 작품 전체를 관통하는 정서가 애정(성애)보다는 외로움이고 이를 서로가 존재함으로써 보듬어 줄 수 있다는 점. 휴먼 드라마를 본 느낌이다.
꽤 오래 전에 버킷 리스트를 작성해 본 적 있다. 이것저것 떠오르는 것은 많았지만 막상 적어 넣은 것은 10가지도 되지 않는다. 그래서 주인공이 리스트를 작성하고 이를 성취하는 것을 보면서 아 나는 너무 거창하게만 생각했구나, 소소해 보이지만 자신을 즐겁게 하는 것은 무엇일까 고민해 보게 되었다. 스즈메와 케이시의 시작이 케이시의 억지(또는 강압)에서 시작한 감이 없지 않지만 두 사람이 리스트를 하나씩 해 나가면서 두 사람의 감정도 발전하는 것이 현실감이 느껴진다.
오메가버스에서 흔히 등장하는 '오메가에 대한 경멸과 무시'가 이 작품에도 등장하는데, 두 사람의 믿음과 사랑으로 거뜬히 해치울 거라고 예상했는데 전혀 그런 방향이 아니었다. 두 사람이 반려로서 함께 살아가고 있는데, 오메가로서 겪는 하나의 고통을 렌자쿠(공)는 전혀 배려하지 않는 느낌이다. 자신을 경멸하고 무시하는 어머니의 등장으로 불안해 하는 하나에게 '너는 나의 전부다'라면서 각인은 왜 안 하는지 공을 이해할 수 없다. 하나만 모든 것을 감수하는 느낌. 즉 공에게서 매력을 못 느끼겠다. 3권에서 렌자쿠의 달라진 모습을 볼 수 있기를
무용학교에 다니는 이들이 주인공이라 춤 장면도 그렇고 몸(전신)도 그렇고 정말 아름답게 그리신다. 그림체에 반했다. 슬럼프를 겪고 있는 미노베와 이치노미야가 각자 상대방에게 동경과 애정을 느끼면서 서서히 슬럼프도 극복하고 댄서로서 한단계 성장해 가는 과정을 춤 장면과 어울러져 보여준다. 그래서 로맨스물이자 성장물.
빚 때문에 호스트 클럽에서 일하기로 한 아사히, 면접을 보러 온 아사히에게 첫눈에 반한 클럽의 오너 렌. 교육을 빙자한 사심 채우기. 전형적인 이야기 전개라 흥미롭지는 않지만 주인공 아사히가 현실적이지 않아 눈이 간다. 그림체에서 퓨어함이 넘쳐 흐른다(ㅎ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