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상적 킬러의 고백
루이스 세풀베다 지음, 정창 옮김 / 열린책들 / 2001년 3월
평점 :
품절


한치의 실수나 흔적을 남기지 않는 국제적 킬러. 아름다운 애인을 기다리다 또 다른 작업을 하나 의뢰받는다. 그는 표적을 쫓아 마드리드에서 터키, 멕시코까지 찾아간다. 표적과 뜻하지 않은 대면을 하면서 일은 잘못되기 시작하고 전문 킬러의 생활도 그 끝을 예감하게 된다. 마지막 작업을 깨끗하게 마무리하기 위해 표적의 집을 찾아간 그는 그곳에서 뜻밖의 상황과 조우한다.

영화 '레옹'을 연상케하는 완벽하고 깔끔한 스타일의 프로 킬러가 사소한 감상에 빠지며 치밀한 세계에서 서서히 붕괴되어 가는 과정을 그린 이 작품은 칠레가 낳은 세계적인 작가 루이스 세풀베다의 대표작이다. 그는 학생운동에 참여했다가 80년 독일로 이주해서 89년 '연애소설 읽는 노인'이라는 데뷔작을 발표한다. 이 작품은 여러 문학상을 휩쓸며 그를일약 세계적인 베스트셀러 작가의 반열에 올려놓는다. 그는 지극히 현실적인 이야기를 아마존의 정글이라는 대자연이 가져다 주는 압도적인 매력과 함께 멋지게 풀어낸다. 그후 그는 자연과 삶을 파괴하는 인간들에 대한 고발적인 이야기들을 계속해서 써 나간다.

'감상적 킬러의 고백'은 그 동안 그가 다루었던 주제들과는 약간 다른다. 한편의 헐리웃 범죄 영화를 보는 듯한 빠른 스토리 전개와 활극, 그리고 주인공의 내뱉는 듯한 심리 묘사가 압권이다. 중편 분량 밖에 되지 않지만 너무나 많은 에피소드들이 담겨있을 정도로 스피디한 진행과 서사 위주의 과감한 이야기 진행을 보인다. 때문에 무척 스케일 크고 속도감 넘치는 영화 한 편을 감상한 듯한 느낌이다.

하지만 세풀베다가 구사하는 문체 하나 하나는 그가 정말로 언어와 문학에 있어서 타고난 천재성을 지녔음을 알 수 있게 한다. 놀라울 정도로 정확한 단어의 구사와 멋진 표현력들은 문장과 언어들을 자유자재로 가지고 노는 듯한 작가의 대단한 역량을 엿볼수 있다. 장르와 순수 문학의 색채를 동시에 아우르며 놀라우리 만치 자유롭게 문학의 한계를 넘나드는 작가의 필력에 필자는 정말 혀를 내둘렀다. 한편의 스피디한 영화 같기도, 심금을 울리는 시 같기도, 인간과 사회의 내면을 날카롭게 파고드는 풍자 같기도 한 이 마술같은 작품은 누구도 감히 흉내낼 수 없는 세풀베다만의 신이 부여한 능력일 것이다.

함께 수록된 '악어'라는 작품은 추리 기법으로 쓰여진 자연과 인간의 이야기이다. 이 작품 역시 빼어난 문학성과 재미를 갖춘 작품이다.
세계적으로 엄청나게 많이 팔린 작품은 과연 뭐가 틀려도 틀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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