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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 게임
마야 유타카 지음, 김은모 옮김 / 내친구의서재 / 2025년 12월
평점 :
고양이 연쇄 학살 사건이 벌어지는 흉흉한 마을. 초등 4학년 생인 요시오는 소년 탐정단 멤버다. 요시오와 탐정단 멤버들은 고양이 연쇄 학살 사건을 해결하고자 한다. 그러던 중 요시오 반에 스즈키라는 전학생이 온다. 스즈키는 요시오에게만 슬쩍 말한다. 사실 자신은 '신'이라고. 그래서 모든 걸 다 안다고. 요시오는 그렇다면 고양이 학살 사건 범인도 아냐고 묻자, 스즈키는 신이니까 당연히 안다고 말한다. 원하다면 범인에게 천벌을 내려줄 수도 있어!
2004년 발표한 마야 유타카의 '신 게임'이 20년이 지난 후 마침내 북펀드로 국내 출간했다. 소설은 초등학생들을 주인공으로 내세우지만, 내용을 들여다보면 무척 잔혹하다. 장르적 색채는 거의 공포소설을 방불케한다. 내용은 전혀 다르지만, 어딘지 아야츠지 유키토의 '어나더'의 초등학생 버전 같다는 느낌도 들었다.
소설은 경장편이라 무척 빨리 읽혔다. 속도감도 있었고, 뒤가 궁금해서 도저히 책장을 멈출 수 없었다. 하지만 마지막까지 읽고 나니 머릿속이 멍해졌다. 사실 이 소설은 후반부에 접어들며 무척 불편해진다. 고양이 연쇄 학살 사건으로 시작한 서사가 다른 쪽으로 변이하면서부터 급격히 이야미스 계열로 빠진다. 때문에 명탐정 코난 식으로 소년 탐정단이 활약하는 명쾌한 추리 서사를 기대한다면 곤혹스러울 수밖에 없다. 신이 말하는 대로 모든 게 정해진다는 측면에서 '특수 설정'물로 봐도 무방하다. 주인공들이 아무리 머리를 싸매고 추리를 해도, 신이 나타나 범인은 00야, 라고 하면 곧바로 해결된다. 남는 건 신의 그 한 마디가 몰고 오는 후폭풍뿐이다.
초등학생이 등장한다고 결코 만만하게 봐선 안 될 소설이다. 한 편의 공포소설이며, 뒤통수를 세게 맞는 이야미스라 후유증이 세게 찾아온다. 일본 독자들이 읽고 나서 혼란스럽고, 기분 나빠지는 소설이라고 평한 이유가 있다. 어쩌면 당연하다. 이것은 신의 게임이다. 인간이 신의 게임을 푼다는 건 무리다. 신이 결정한 대로 바라보는 것 말고 무엇을 할 수 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