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탐정의 제물 - 인민교회 살인사건 명탐정 시리즈
시라이 도모유키 지음, 구수영 옮김 / 내친구의서재 / 2023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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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이비 교주 짐 조든 목사는 자신이 이끄는 인민 교회 신자들에게 독약이 든 주스를 마시게 한다. 한 시간도 지나지 않아 아이들 276명이 먼저 죽는다. 그다음은 어른, 그다음은 노인. 조든의 명령에 따라 차례대로 죽음을 맞는다. 간혹 거부하거나 도망치다 잡힌 이들은 강제로 마시게 한다. 그렇게 신자 918여 명이 죽고 시체만 남자, 조든은 권총으로 자살한다. 그리고 소설은 이 희대의 사이비 종교 집단 자살 사건이 있기 며칠 전으로 돌아간다.

탐정 오토야는 자신보다 뛰어난 능력을 지닌 조수 리리코와 함께 탐정 사무소를 운영 중이다. 오토야가 빗나간 추리를 할 때마다 리리코가 바로잡아 주곤 한다. 그런 리리코가 어느 날 대학에서 주최하는 종교 학회 세미나에 참석하고자 뉴욕으로 떠난 후 소식이 뚝 끊어진다. 오토야는 리리코의 행적을 뒤쫓다가 그녀가 대학 세미나가 아닌, 어느 사이비 교주가 만든 인민 교회에 잠입 조사차 갔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 오토야는 곧바로 그 수상한 종교 마을, 조든 타운으로 향한다.

소설은 크게 세 단락으로 나누어진다. 오토야가 조든 타운으로 가기 전 겪는 108호 연쇄 살인마 사건 등을 담은 전일담, 그리고 조든 탸운에서 겪게 되는 불가능한 연쇄 살인 사건, 마지막으로 모든 수수께끼가 밝혀지는 해결편. 다만, 이 모든 불가해한 사건의 이면에는 역시 작가의 장기인 '특수 설정'이 숨겨져 있다. 기적을 믿는 신자들의 집단 최면적인 설정인데, 이 설정은 추리 파트에서 변칙적으로 활용된다.(변칙일 뿐 절대로 반칙은 아니다)

무엇보다 이 소설의 백미는 200페이지에 이르는 해결편이다. 이 책이 540페이지로 꽤 두꺼운 편인데 그중 해결편에 이르는 추리 파트가 3분의 1이 넘는다. 작가의 전작에서 늘 아쉬운 대목이 '드라마'였다. 하지만 전작에서도 완성도 여부와는 무관하게 '추리 파트'의 내공은 뛰어났다. 이번에도 작가는 포석처럼 깔아놓은 특수 설정 위에 본격 추리의 끝없는 향연을 선보인다. 거의 경장편 한 편 분량에 이르는 해결편은 몇 번이나 추리가 뒤집히며, 말 그대로 추리로 한 편의 서사를 만들어 낸다. 그리고 그 끝에는 '미친 진실'이 기다리고 있다.

작가의 지난 두 작품에 비해선 엽기성이나 잔인함이 조금 약한 편이다. 하지만 내내 아쉬웠던 드라마는 탄탄해진 느낌이다. 그렇다고 해도 900명이 넘는 사람이 집단으로 죽어나가고, 신체가 두 동강 나는 등, 이 작가만의 아스트랄한 스타일은 곳곳에서 섬뜩한 공포를 자아낸다. 무엇보다 수상쩍은 사이비 종교 마을이라는 폐쇄 장소에서 벌어지는 연속 살인과 대학살이라는 분위기가 소설에 몰입하지 않을 수 없게 만든다. 게다가 소설 중반을 조금 넘어가는 시점에서 폭풍처럼 휘몰아치는 압도적인 추리 서사는 충격과 공포, 그리고 강렬한 여운을 던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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