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왕성 파티
히라야마 미즈호 지음, 김동희 옮김 / 스튜디오본프리 / 2008년 6월
평점 :
절판


고등학생 때 알고 지낸 여학생이 십수 년이 흘러 외설 사이트의 주인공이 되어 나타났다. 당시 꽤 예쁘고, 행실도 단정하고, 공부도 잘 했던 그녀가 어째서 지금 이런 꼴이 되어버린 걸까? 대체 그동안 그녀에게 무슨 일이 있었던 걸까? 소설은 그녀- 쇼코의 시간을 좇는 에피소드로 이어진다. 


학창 시절 책과 음악 밖에 모르는 외톨이 소년과의 짧았지만 인상적이었던 만남, 대학생이 되어 락음악을 하는 화가 지망생과의 수상쩍은 만남, 그리고 여러 번 그녀를 스치고 간 남자들과의 만남- 쇼코의 이야기로 이어지던 소설은 마지막 챕터에 이르러 다시 그녀의 행방을 추적하는 남자들의 이야기로 이어지며 처음의 의문으로 돌아간다. 특별할 게 없었던 그녀가 어쩌다 외설 사이트의 주인공이 되었을까? 


라스만차스 통신, 잊지 않겠다고 맹세한 내가 있었다- 두 작품으로 팬이 된 히라야마 미즈호. 그래서 '명왕성 파티'에 거는 기대도 컸다. 절판된 책을 중고로 뒤져서 구입할 정도였는데, 읽고 나니 허무한 감정이 밀려왔다. 한마디로 내 기대에 영 못 미쳤다. 이 소설은 쇼코라는 여주인공을 내세워 그녀가 만나는 남자들의 이야기를 그리고 있다. 그것으로 작가는 인간의 소통과 허무에 관해 얘기하고 싶었던 건진 모르겠다. 


하지만 내내 쇼코라는 캐릭터를 잘 이해할 수 없었다.(이해할 수 없기는 다른 캐릭터들도 다 마찬가지다) 상당히 똑똑한 여성처럼 그리다가 느닷없이 남자에게 휘둘리며 농락당하는 캐릭터로 내버려진다. 그래서 쓸쓸하게 스스로를 명왕성이라 칭하며 외설 사이트를 통해 불특정 다수의 남자들과 커뮤니케이션을 하고 싶었다며 부르짓는다. 내가 남자라 이해 못하는 걸까? 여자라면 쇼코의 심리에 공감할까? 그건 잘 모르겠다. 다만 소설로서 가독성은 뛰어나지만 캐릭터에게 공감을 느끼지 못하고, 별 다른 매력도 찾지 못하게 되니 결국 읽고 나서 공허함만 남았다. 


누군가에겐 어떤 공감과 위로로 닿을 수도 있겠지만 내겐 뭐랄까. 그저 그런 지지부진한 연애 스토리에 지나지 않았다. 여자들과 밥 먹듯이 잠자리를 갈아 치우며 바람을 피던 남자가 마지막에 무슨 깨달음이라도 얻은 듯이 여자친구에게 벅찬 가슴으로 달려가는데- 그러면 그게 진실한 사랑이 되는 건가? 그게 아름다운 모습이라도 되나? 아무래도 나로선 이해하기 힘들 소설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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