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서받지 못한 밤
미치오 슈스케 지음, 김은모 옮김 / 놀 / 2022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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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랜만에 미치오 슈스케의 소설을 읽었다. 해바라기가 피지 않는 여름, 섀도우, 술래의 발소리, 용의 눈은 붉게 물들고, 솔로몬의 개, 달과 게- 등의 작품을 특히 재미있게 읽은 기억이 난다. 날카로운 미스터리와 흡입력 넘치는 서사, 그리고 모든 것을 뒤집는 반전까지. 미치오 슈스케의 미스터리 소설은 믿고 보는 보증수표와도 같았다.


몇몇 작품은 조금 실망하기도 했다. 묘하게도 작가의 후기작품들이 내 마음에 썩 들진 않았다. 날카로운 미스터리가 사라지고 인간 관계에 관한 묘사가 많아졌다. 그래서 한동안 미치오 슈스케를 떠나 있었는데, 모처럼 '용서받지 못한 밤'으로 다시 이 작가와 만났다. 


어릴 적 딸아이의 실수로 아내를 잃은 아버지는 그 일을 혼자만의 비밀로 간직했다. 그런데 어느날 '딸이 저지른 일'을 알고 있다며 협박하는 사람이 나타난다. 소설은 이 일과 함께 30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가는 과거 사건을 함께 다룬다. 함께 다룬다기 보다 30년 전 사건이 실질적인 메인 스토리다. 30여년 전 신울림제가 있기 전후로 일어난 여러 사망 사건들. 그 속에 숨겨진 비밀. 그리고 마침내 드러나는 그 날의 진실. 미스터리 소설로만 놓고 본다면 퍼즐을 직조하는 능력이 뛰어났다. 엄청나게 흩어 놓은 복선들을 라스트에 깔끔하게 회수하는 솜씨는 전성기 때 미치오 슈스케를 보는 듯했다. 


하지만 묘하게 아쉬운 것은 드라마였다. 초중반까지 너무 많은 비밀을 쏟아놓고, 꼬아놓은 것치고는 사건의 진상이 너무 단출했다. 동기도 지극히 진부하고, 라스트 반전도 예측하기 쉬웠다. 무엇보다 그 인물들이 그런 일들을 벌인다는 것이 현실적으로 와닿지 않았다. 모든 캐릭터가 복잡하게 설치한 미스터리의 구조물에 맞게 장기 말처럼 움직였다는 느낌이 들었다. 그래서 마지막에 휴머니즘을 내세워도 얕은 공감만 들뿐이었다. 미치오 슈스케의 초기작들에 너무 심취한 나머지 이 작품에 건 기대가 컸던 탓일 수도 있겠다.


 때문에 일반적인 관점으로 본다면 틀림없이 잘 만들어진 미스터리 소설이라는 것은 인정한다. 가독성도 좋고, 복선 회수도 좋고, 가족애를 떠올려 볼 수도 있는 괜찮은 작품이다. 다만 이 작가의 골수팬으로 볼 때 아쉬움이 남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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