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이트아웃
심포 유이치 지음, 권일영 옮김 / 크로스로드 / 2021년 11월
평점 :
절판



 

테러리스트 7명이 일본 최대 규모의 댐을 무장 점거한다. 그들은 직원들을 인질 삼아, 50억 엔을 요구한다. 24시간 안에 돈이 준비되지 않으면 댐을 폭파시켜 하류 마을을 수장시겠다는 것! 통신이 단절됐고, 폭설로 접근도 불가. 유일한 통로인 터널은 테러리스트들이 파괴! 경찰 당국은 완전 속수무책, 어떤 대책도 내리지 못한다. 이 절박한 상황에 유일한 구원자는 댐 관리 직원 도가시. 비번인 그는 얼마 전에 조난 사고로 죽은 친구의 여자친구를 만나기 위해 퇴근하지 않고 남아 있었다. 그러던 중 테러리스트들의 살인 행각을 목격하고 눈 위에 홀로 고립된다. 가진 거라고는 댐과 산에 관한 지식뿐인 그는 무기 하나 없이 테러리스트들과 외로운 사투를 벌인다. 

 

오다유지, 마츠시마 나나코 주연으로 일본에서만 300만 명 이상의 흥행기록을 세운 영화 '화이트 아웃'의 원작 소설. 작가 심포 유이치는 이 작품으로 요시카와 에이지 문학 신인상과 '이 미스터리가 대단하다 1위'의 영광을 거머쥔다. 테러리스트가 점령한 댐과 발전소, 그리고 그에 맞서는 단 한 명의 남자. 이 구도는 영화 '다이하드'와 똑 닮았다. 작가도 아마 '다이하드'에서 많은 영감을 얻어왔으리라. 말 그대로 무대를 일본으로 옮긴 '눈 위의 다이하드'라고 보면 된다. 


잘은 모르지만- '화이트 아웃'이 일본에서 95년도에 출간했는데, 당시 일본 미스터리 소설계에 한 획을 그은 작품으로 평가되지 않았을까 싶다. 본격 혹은 사회파 소설에서 벗어나 '첩보, 액션, 활극'이라는 기존 일본 소설에선 볼 수 없었던 키워드를 대거 활용한 케이스이기 때문이다. 또한 설정이나 스토리가 공상에 머무르지 않고 치밀한 조사를 바탕으로 촘촘한 사실성과 리얼한 현장감을 제공하는 것이 마치 톰 클랜시나 마이클 크라이튼의 소설을 연상케 한다는 것도 큰 특징이다. 무엇보다 한 편의 헐리웃 블록버스터를 보는 듯한 압도적인 스케일과 짜릿한 긴장감이 가독성을 높인다. 

 

영화는 일본판 다이하드의 플롯을 그대로 따르지만, 소설은 좀 더 흥미로운 플롯으로 뻗어나간다. 숨막히는 심리 묘사와 박진감 넘치는 액션으로 일관하던 소설이 후반부에 이르면 전혀 예상치 못했던 반전을 던지며 미스터리 소설로서의 매력을 유감 없이 발휘한다. 일종의 서술트릭이 구사되는데, 사건의 내막이 드러나는 라스트에 이르면 초중반의 모든 복선이 깔끔히 회수된다. 한 마디로 액션 서스펜스 소설로도, 미스터리 스릴러 소설로도 제 몫을 다하는 고품격 오락 소설이다. 


소설을 읽으며- 외부와 연락을 취하기 위해 8킬로미터나 떨어진 다음 댐으로 이동한 도가시가 만신창이가 된 몸을 이끌고 다시 테러리스트가 있는 댐으로 돌아가는 부분이 가장 인상적이었다. 그는 죽은 친구와의 약속을 지키기 위해, 얼굴도 본 적 없는 여자를 구하러 지옥 속으로 다시 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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