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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고의 교수 - EBS 다큐멘터리
EBS 최고의 교수 제작팀 엮음 / 예담 / 2008년 6월
평점 :
절판
이 책은 EBS 다큐멘터리 <최고의 교수>를 다시 책으로 담은 것이다. 다큐멘터리를 직접 보지는 못했지만, 책으로 다큐멘터리 이상으로 세세하게 내용을 담았다고 생각한다. 흔히 '교수'라는 직업은 '학생을 가르치는 사람'과 '학문을 연구하는 사람' 두 가지를 병행해야 하는 사람이다. 그런데 주관적인 경험에 의하면 '학생을 가르치는 것'보다는 '자신이 무엇을 연구하느냐'에 방점을 찍은 분들이 더 많지 않을까 싶다. 그만큼 이 두 가지 모두 높은 수준에 이를 수 있도록 노력하는 일은 어려운 일이다. 그리고 이 책에는 이 어려운 일을 행하는 교수들이 나와있다.
이 책에 소개된 교수들의 공통점은 가르침에 대한 분명한 자신만의 철학을 확고히 세웠다는 점이다. 그리고 그들은 그것을 실천하는 사람들이다. '가르침이란 학생을 공부하게 하는 것이지 함정에 빠지게 하는 것이 아니다.'라며 열정과 책임감을 가지고 학생들을 대하는 골드스타인 교수, 학생들 스스로 배움에 대한 책임을 질 수 있게 가르친다는 조벽 교수, 학생들 스스로 말할 수 있게 도와준다는 캐넌 교수, 학생들을 딜레마에 빠뜨리며 학생들 스스로 도전의식을 지니게 한다는 샌들 교수처럼 그들은 자신있게 자신이 지닌 교육철학을 말하고 있다. 이전에 자신이 배운 방식대로, 단순한 지식의 전달자로서 교육이라는 것을 연구자인 교수의 잡무쯤으로 생각하는 분들과는 대조적이다. 이 꼭 그분들만의 문제라고 보기는 힘들 것이다. 교수가 되는 과정까지 학문의 실적은 중시되지만, '가르침'에 대한 것은 전혀 고려의 사항이 아니다. 어떤 공부를 했느냐가 중요한 것이지, 어떤 가르침을 펴느냐는 그리 중요한 것이 아니다. 과정 자체가 그렇게 되어 있으니, '가르침에 대한 자신만의 철학'을 세울 기회도 얻지 못하고, 방법도 모른 채 교수가 되는 분들도 꽤 있을 것이다. 초,중,고교사들처럼 전문적으로 '교육'에 대해 공부한 것도 아니면서 수업에 대해서는 더 자율적이고 간섭은 없다. 이는 바꿔말하면, 독창적이고 훌륭한 수준의 수업이 나올 여지도 있지만, 이에 대해 포기한다면 질은 좋을지라도 방식면에서는 나쁜 수업이 될 가능성도 있다는 것이다.
또한 이 책의 소개된 교수들은 확고한 자신만의 교육철학을 지닌 것 못지 않게 학생들을 존중하는 자세를 보여준다. 그렇기 때문에 철저히 학생들 입장에서 생각하고, 그들이 더 나은 학생이 되기를 바란다. 학생의 입장에서 생각하기 때문에 더 나은 수업을 위해 노력할 수 있는 것이다. 나중에 학생들이 자신의 환자들을 존중하기를 바라며 학생들을 존중한다는 노던 교수. 수술대에 학생들을 눕히며 환자의 마음을 이해해보라는 홉킨스 교수. 그들의 학생들은 자신이 교수에게 존중한 것만큼 환자를 존중할 줄 아는 좋은 의사가 될 것이다. 학생들이 생각하는 방식의 변화를 통해 자기 자신에 대한 이해를 갖춤으로써 장차 더 나은 학습 및 사고를 할 수 있도록 돕고 싶다는 허슈바흐 교수의 말은 그래서 의미있다. 단순히 지식을 전달하는 것이 교수의 입장에서는 가르치기도 평가하기도 더 편할 것이다. 그러나 그들은 자신들의 수업이 학생들에게 도움이 되기를 바란다. 그렇기때문에 그들은 평가에 대해서도 고민하며, 평가가 학생들을 측정하는 도구이기보다는 학생들에게 성취감을 맛볼 수 있는 기회로 만들기도 한다. 학점이 단순히 학생들의 지식을 측정한 값이기보다는 그들의 사고력을 기르게하는 위한 미끼이기도 하고, 시험을 망친 학생이라도 만회할 수 있는 기회를 줘서 그들에게 동기를 부여하기도 한다. 대학교육이 단순한 지식 전달이나, 기존의 것만 학습하는 교육이 되서는 성공할 수 없다는 것, 또한 대학교육이 다른 교육과는 어떤 점이 다른가에 대해서 분명히 시사하는 바다.
가르치는 입장이 아니라, 배우는 입장에서도 이 책은 도움이 된다. 학생의 입장에서 수업을 통해 학점보다 더 중요하게 여겨야할 점은 무엇인가에 대해서 생각해볼 수 있다. 물론 수업은 주로 교수의 주도로 이루어지고, 학생은 수동적인 입장에 놓여져 있기 마련이다. 그로 인해 수많은 침묵하는 수업들이 만들어지는 것이 현실이다. 하지만 모르는 것에 대해 실수를 두려워하지 않고, 능동적으로, 어려운 상황 속으로 자신을 밀어넣으며 수업에 참여해나간다면, 수업을 변화시킬 여지는 있을 것이다. 그로 인해 이득을 얻는 사람은 자신일 것이다. 최고의 교수들이 소개되었지만, 그들이 최고의 교수가 될 수 있었던 데에는 그들의 가르침에 적극적으로 반응하는 학생들이 있었다는 사실도 있지 말아야 할 일이다. 이 책은 읽는 사람들에게 교수는 수업을 통해 학생들에게 무엇을 가르쳐야하고, 어떻게 가르쳐야 하는지를 고민하게 해준다. 동시에 무엇을 배워야 하고, 어떻게 배워야 할 것인가도 고민하게 해준다.
이 책은 전부 미국 대학교들의 교수들을 소개했다.만약, 한국이라면 어떤 교수들이 최고의 교수로 소개될 수 있을 것인가. 혹시나 하는 마음으로 EBS의 후속편을 기대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