따지고 보면 피시방만큼 남의 눈으로부터 자유로운 곳도 드물었다. 이곳에 오는 사람들은 모니터 밖의 세상에는, 칸막이 너머의 인간에게는 관심을 가질 여유도 이유도 없었다. 네트워크 세상에서 그들은 저마다 왕이고 전사며 공주이자 요정이었다. 악의 무리를 응징하고 제국을 건설하고 이웃나라 왕자들의 구혼도 받아주어야 했다. 할 일이 너무 많았으므로 남에게 신경 쓸 겨를이 없었다. 타인에 대한 무관심이 당연한 것으로 간주되는 이 피시방 특유의 생리는 나와 잘 맞았다. -<너클>-12쪽
이 동굴은 입구와 출구가 같다. 원형 굴인 것이다. 한정된 공간 내에 직선 굴을 만드는 것이 비효율적이므로 원형으로 설계했을 테지만, 관람객은 이에 더러 실망하기도 했다. 동굴을 통과하고 나면 들어왔던 곳과는 다른, 새로운 어딘가가 나오리라 기대하는 것일까. -<서울 동굴 가이드>-67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