벌써 수년 전의 일이다. 친구와 둘이서 영화를 해보겠다며 이 영화사 저 영화사에 다리품 팔며 기획물 꾸러미를 떨이로 팔러 다닐때가 있었다.(그 놈의 생활고...)하여간 우린 그 때 사무실이 없었다. 하지만 전혀 문제가 없었는데 그 이유는 바로 커피전문점이 있었기 때문이다. 노트북 하나 둘러메고 종로 구청 부근 석탄회관 뒷편에 자리한 스타벅스를 시작으로 화창한 날이면 광화문 스타벅스, 비가 오면 프레이저 스타벅스(난 여길 비밀의 화원 스타벅스점이라 개인적으로 부르고 있다. 지금은 사람들이 너무 많아졌지만...)벼르던 만화책을 질렀으면 영풍문고 스타벅스 등을 전전하며 업무를 충실히 소화해내고 있었다. 물론 이 당시만 해도 난 커피 맛에 대한 나만의 강력한 선택 기준은 없었다. 내가 스타벅스를 선택했던 것은 첫째 접근성, 둘째 무선 인터넷 여부, 셋째 환경(조망 및 화장실), 넷째 혼자있기에 편리한 점 등이 우선이었다. 하여간 이 당시에 난 종로 인근 지역 스타벅스 매장의 컨센트 위치를 다 파악하고 있었을 정도였다. 그러던 중, 영화 말아먹고 손가락 쭉쭉 빨고 있을때 선배의 호출, 너 놀고 있으면 나랑 같이 카페 사업이나 하자. 엥? 카페? 그 카페 사업이라는 것이 공정무역 커피 사업을 말한 것임을 안 것은 그 선배를 만나러 간 날이었고 그 날은 알고보니 나의 면접날이기도 했다. 무슨 말이냐고?(너무 길어 생략하기로 하자.) 하여간 난 며칠 후 부터 아름다운가게란 시민단체에서 공정무역 관련된 일을 하게 되었다. 첫번째 공정무역 프로젝트는 커피! 커피는 수없이 많이 마셔봤지만 그것을 사업으로 펼치려니 참 암담했다. 게다가 공정무역 커피라니. 우선 무엇을 먼저 시작해야 될지를 몰랐다. 당시만 해도 생두와 원두의 차이를 몰랐으니 말 다했지. 우여곡절을 겪고 난 후, 전광수선생님의 도움으로 네팔 공정무역 커피가 세상에 나왔다. 우리는 이 커피를 경험해보기도 하고 공정무역 커피 이야기도 나눌 수 있는 자그마한 카페를 창덕궁 부근에 오픈하여 운영했었다. 그 당시 어느 날, 이 카페에 홀연히 나타나 자신의 검기를 살며시 내비쳤던 커피 고수가 있었으니 이름하여 M. 두둥! 우리는 그렇게 첫만남을 가졌다. 나는 나의 커피(사실 내 커피라기 보다는 우리 커피)로 살짝 자존심이 상했었지만 워낙 내가 만나고 싶어했던 <유쾌한 일본만화 편력기>의 저자가 아니던가! 란 생각과 그의 말이 하나도 틀린게 없다는 사실을 받아들이며 일단 가슴에 돋는 칼로 슬픔을 자르며 다음을 기약했다. 지금은 그 카페도 없어지고 나도 그 단체를 나왔지만 그 날 M의 만남때문인지 난 아직도 영화계로 복귀 못하고 커피 강호를 어슬렁 거리고 있다. 내가 궁시렁 거리며 나의 과거사를 밝힌 이유는 모두 <모든 요일의 카페>란 책때문이다. 이 책은 커피와 카페가 내 인생에 어떻게 개입하게 되었는지를 곰곰히 돌아보게 한다. 그리고 읽다보면 아, 나도 카페정키잖아.라는 각성을 통해 나의 정체성이 자연스럽게 규정된다. 또한 나같은 사람만 컨센트 위치에 집착하고 있는 오덕후가 아니란 것을 확인하면서 영혼의 위로까지 받는다. 게다가 역시 저술가의 내공이 커서 일주일이 멀다고 쏟아지는 작금의 커피 관련 도서 중엔 군계일학으로 빛난다. 저 옛날 터키 술탄 제국의 커피하우스로부터 시작되어 지금 현재 이땅에 존재하는 무수한 카페들까지 이어지고 있는 커피의 여정이 언제까지 지속될지는 모르겠지만 우선은 이 책을 읽어보도록 하자. * 카페는 역시 고양이처럼 다뤄야 제맛이다. <참고> 현재 <모든 요일의 카페> 책 이벤트가 진행중입니다. 다음의 링크를 참고하세요. 이벤트 고고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