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덜란드 출신의 프란스 판 데어 호프 신부는 1973년부터 멕시코 인디오들과 함께 생활하면서 아주 고된 커피 농사일을 하고 있었다. 프란스 신부는 라틴아메리카 민중들의 가난이 왜 해결되지 않는가에 대한 고민 끝에 커피 재배 농가들과 연대하여 커피협동조합(UCIRI)을 설립하게 된다. 이것이 오늘 날 공정무역 커피 운동의 시발점이되었다. 당시 프란스 신부는 유럽의 여러 NGO 들과 교류하였는데 특히 종교간 개발기구 참여연대에서 일하는 니코로전과의 만남을 통해 공정무역커피 브랜드 '막스하벌라르(Max Havelaar)' 개발에 합의를 한다. 프란스 신부가 커피를 생산하면 니코 로전이 커피를 유럽 시장에 팔기로 한 셈인데 이들은 그 후 많은 우여곡절을 겪다가 드디어 1988년 네덜란드에서 세계 최초의 공정무역 커피 제품을 발매한다.

그런데 공정무역 커피가 어떤 커피인지 알기 위해선 먼저 공정무역(Fair Trade)의 개념을 살펴봐야한다. 공정무역은 이른바 제3세계 가난한 나라들을 도와주되, 돈이나 식량으로 원조를 하기 보다는 거래를 통해 이 들 스스로 경제적 자립이 가능하도록 하게 하자는 취지에서 시작된 것이다. 다시말해 공정무역의 핵심은 '원조가 아닌 거래(Trade nat aid)'에 있다. 그 이유는 원조라는 방식이 국가간 또 다른 종속 관계를 형성시켜 불평등한 구조를 지속시키고 있다는 자각이 있었기 때문이다. 또한 신자유주의를 내세운 세계화가 과연 인류를 행복하게 하는 유일한 가치인지에 대한 의심과 그동안 드러났던 자본주의 시장 구조의 모순을 바로잡아 보자는 의지에서 1960년대 영국의 옥스팜을 중심으로 공정무역 운동은 조직화되기 시작한다.

공정무역 커피, 그 탄생의 배경

그런데 왜 하필이면 이렇게 유럽에서 공정무역커피 운동이 시작되었을까? 커피를 너무 좋아해서? 아니면 부유해서? 또는 다들 착해서? 설마...커피는 유럽 사람만 좋아하는 것이 아니다. 오히려 커피는 이슬람 문명권을 통해 세상으로 퍼져나간 음식이다. 게다가 유럽만 잘 사는 것도 아니고 착해서 그런건 더더욱 아니다. 유럽 제국들의 식민지 경쟁을 잊었는가? 따라서 이런 질문은 공정무역 커피를 이해하는 중요한 열쇠일 수 있다.

커피의 기원에 대해선 수많은 설(썰?)들이 있지만 종교와 관련이 깊었다는 것은 부인할 수 없다. 특히 이디오피아에서 발견된 커피가 홍해를 건너 이슬람 문화를 통해 발전해 나갔는데 처음 유럽에서는 커피가 이교도의 음식 즉 악마의 음식이라 배척하고 금지 했었다. 하지만 인간은 누구나 똑같지 않은가? 금지하면 욕망이 생긴다. 게다가 커피는 매력적인 음식이 아닌던가. 결국 유럽의 크리스트교 문명권에서 금지되었던 커피가 해방되면서 커피는 급속도로 유럽 사회에 퍼져나간다. 그러나 커피가 자라지 않는 유럽의 고민. 그래서 항상 예멘의 모카항을 통해 커피를 조달했던 유럽인들. 이들은 당연히 커피 재배에 욕심을 낼 수 밖에 없었을 것이다. 유럽의 나라들이 식민지 개발에 열을 올린 수많은 이유 중엔 커피도 분명 한 몫을 차지하리라. 왜냐하면 오늘 날 커피 산지로 유명한 나라들치고 유럽 열강들의 식민지가 아니었던 나라가 없기 때문이다. 말하자면 공정무역 커피 운동은 이러한 자기네들의 식민지 수탈에 대한 죄의식을 깔고 있다. 게다가 미국을 중심으로한 신자유주의 시장 질서가 세계를 재편하면서 자존심 상한 유럽인들은 뭔가 대안적 시장주의에 대해서 고민을 하지 않을 수 없었을 것이다. 

즉, 공정무역 커피 운동은 미국 중심의 자유시장에서 거래되는 커피의 수급 구조가 고스란히 과거 식민지 수급 구조를 따라가고 있는 것에 대한 반성과 이 상태로는 커피 생산국들의 가난이 개선되지 못할 뿐만 아니라 이들의 인간적, 사회적, 생태적, 문화적 가치를 지킬 수 없다는 유럽 지식인들과 시민들의 각성으로 시작된 것이다. 

주목받고 있는 공정무역

최근 한국에서도 공정무역 커피 제품이 조용한 돌풍을 일으키고 있고 커피 뿐만 아니라 초코렛, 설탕을 비롯하여 의류까지 확대되고 있는데 이는 매우 고무적인 현상이다. 단 한가지 아쉬운 점이 있다면 이들 단체들의 마케팅이 하나같이 '착한 소비'에 초점이 맞춰져있는 점이다. 물론 이러한 제품의 구매는 분명 착한 소비임이 틀림없지만 세상은 착한 사람들을 중심으로 돌아가지 않는다. 게다가 착하다는 것을 강조하다보면 스스로의 시장을 그야말로 '착한 시장'으로 한정짓게 되어 오히려 나중엔 성장의 걸림돌로 되돌아 올 위험이 있다. 착하다는 제품의 속성 보다는 제품 자체의 품질과 철학에 대한 홍보가 더욱 필요하다고 하겠다.

이렇게 오늘날의 공정무역 커피 운동은 단순히 공정한 가격을 통한 거래를 넘어선 여러가지 가치가 담긴 운동으로 발전해나가고 있다. 특히 커피 생산자들의 생태적 환경 개선 및 사회 문화적 인프라 확충을 통한 인간적 삶 영위를 궁극적인 목적으로 하고 있다. 또한 그렇기 때문에 커피 식민지를 소유해본 적이 없는 한국도 공정무역 커피 운동을 해야만 하는 것이다.
 (다음회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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