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9 작가정신 일본소설 시리즈 2
무라카미 류 지음, 양억관 옮김 / 작가정신 / 2004년 3월
평점 :
구판절판


나와 딱 15년 차다. 무라카미 류는 생각보다 나이가 많다. 하지만 그의 소설을 읽으면 읽을수록 무라카미 류는 적어도 한국에서는 나와 같은 세대와 공감될 수 있는 부분이 많은 사람이라는 생각이 강해진다. 한국에서 나보다 15년 나이가 많은 사람들, 그러니까 무라카미 류와 동시대에 태어난 한국사람들은 오히려 류와의 공감대가 없을 거란 얘기다. 즉, 류와 연도적 동시대가 아니라 정서적 동시대인은 오히려 한국에서는 나와같은 세대일지도 모른다.

왜냐하면 무라카미 류는 고등학교와 대학교 시절, 우리에게 80년대가 투쟁의 시절이었듯이 60년대말을 치열하게 보낸 사람이다. 이른바 전공투 세대인 것이다. 게다가 밀려오는 미국의 팝문화의 세례를 받으면서 자라왔으며 한편으로는 정체성의 혼란을 겪으면서 가난한 나라에서 경제 대국으로의 빠른 변화를 실감하면서 자라왔다는 점이 그와 딱 15년 차이가 나는 나와 같은 세대와 너무나도 유사하기 때문이다.

무라카미 류를 만나면 항상 해주고 싶은 얘기가 몇개 있는데, 그 중에서 가장 해주고 싶은 말은 뭐니뭐니 해도 류, 당신이 아무리 일본이 최악이라고 말해도 그보다 더 최악의 환경인 한국이란 나라도 있답니다. 라고 말해주고 싶다. 류는 지속적으로 관료화되고 박제된 일본의 바보 같고 비능률적인 사회 시스템에 대해서 비판을 해왔으며 일본을 이끌어 왔던 엘리트란 집단이 얼마나 허황되고 무능한 집단인지 지적을 해오면서 아울러 일본의 교육 시스템에 대해서도 많은 글을 던지고 있는데 사실 그의 글을 읽어보면 그가 비판하는 일본의 문제들은 한국에 비하면 조족지혈일 정도로 느껴질 때가 많기 때문이다.

소설 [69]도 나에게는 그렇게 느껴진 소설 중의 하나였다. 69라는 다소 선정적인(내가 이상한가? 자꾸 李箱의 69가 생각나고 섹시한 상상이...*^^*)제목의 소설인데 알고보면 1969년도에 벌어진 자전적인 소설이다. 그러니깐 1969년 무라카미 류가 고등학생일때의 일종의 성장소설을 빙자한 모험담이다.

오로지 여자를 꼬시기 위해서 뭔가 멋진 일을 꾸미고 싶어하는 켄은 당시의 전공투의 무기력한 학생 운동에 냉소를 퍼붓듯 옥상에 바리게이트를 치고 봉쇄하는 이벤트를 꾸민다. 이러한 과정에서 정학을 맞는 한편 16미리 단편 영화를 제작하여 페스티벌을 개최하는데 이러한 사건이 진행되는 일련의 과정을 통해서 당시 일본의 사회상이 얼마나 경직되있고 폐쇄적이었는지에 대해서 고발함은 물론이요. 일본의 학교와 선생들에게 일갈을 날린다. 하지만 하지만...아무리 곱씹어 보아도 일본의 69년도는 한국의 84년보다 분명 자유로웠던 같다.

하지만 중요한 점은 어느 나라가 더 자유로웠냐가 아니라 한국이나 일본이나 고등학교라는 합법화된 감옥(교육이란 명목으로 가두어 놓은 공간)인 학교가 얼마나 문제가 많은지를 제발 좀 알고 고쳐야 되지 않겠나라는 것인데, 어찌된게 21세기를 살고 있는 지금도 교육은 여전히 제자리를 못찾고 있는 듯 하다. 참으로 불행한 일이 아닐 수 없는데, 미래의 경쟁력은 학생들의 수학 실력이 아니라 학창 시절을 얼마나 아름답게 보냈는지에 대한 추억이 많을 수록 높아진다는 진리를 아직도 한국이나 일본 정부는 깨닫지 못하고 있는듯 하다.(어쩌면 그것이 너무 좋은 걸 알기에 일부러 못느끼게 하는 고단수 정책일지도...)

류의 [69]속의 선생을 죽이고 싶었다라는 한문장에서 영감을 얻어 영화로 만든 유하 감독의 <말죽거리 잔혹사>가 결국 하고자 하는 얘기는 권상우가 포효하듯 외치는 '대한민국 학교 *까라 그래!'란 말에 다 담겨져 있는게 아닌가란 생각이 드는데 [69]또한 상상력 부재의 일본 사회가 갖고 있는 희망 없음에 대해서 일침을 가하는 소설이 아닌가란 생각을 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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