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마니아를 위한 세계 미스터리 걸작선
아서 코난 도일 외 지음, 정영목, 정태원 옮겨엮음 / 도솔 / 2002년 7월
평점 :
품절
어떤 이들은 미스테리/추리물의 백미는 단편에 있다고 말한다. 간결하고도 빠른 전개와 숨돌릴 틈을 주지 않는 서스펜스, 그리고 마지막 결말(반전)을 제대로 맛볼 수 있기 때문이라고 한다. 한가지 덧붙이자면 아무리 나에게 맞지 않는 작품이라도 지루하게 오래 읽을 필요가 없다는 것이랄까? ^^ 그러나 단편은 매우 많은데다가 상대적으로 장편물에 비해 대중적으로 덜 알려져 있어서 찾아 읽기가 쉽지 않다. 그래서 작품을 잘못 고르더라도 위험이 덜한 '가격에 비해 많이 양 많은' 책이랍시고 무턱대고 주문했다.
책을 받아보기 전까지는 이렇게 두껍고 빵빵한 책인줄 몰랐다. 그런데 보기보다 페이지수도 많았고(900쪽쯤..) 무려 44편이나 되는 단편들이 실려 있었다. 그런데 그 많은 단편들이 모두 재미있다! 개중에 더 낫거나 못한 것들도 있지만, 그건 오직 나의 개인적인 취향에 따른 차이를 넘지 않는다고 본다. 한 편도 빼놓지 않고 상당히 만족스러운 수준 이상이다.
고전스타일의 탐정추리물도 물론 있고, 평범한 주인공이 사건을 해결하는 스타일, 또는 정신이상 범죄자의 수기 형식, 그리고 추리가 아닌 순수 미스터리물까지 다 골고루 망라되어 있어서 정말 다양한 맛을 느낄 수 있다. 작가들 중 상당수는 내가 잘 모르고 있었는데 작품이 너무 맘에 들었고, 찾아보니 이미 추리문학계에서는 잘 알려진 작가들인 경우도 많았다.(스탠리 엘린, 도널드 웨스트레이크, 도로시 세이어스 등) 암튼 처음 먹어보는 낯선 음식들까지도 직접 먹어보니 모두 맛있는 그런 뷔페 식당에 다녀온 느낌이다. ^^
이 책을 사기 잘했다는 생각이 드는 한가지 이유가 더 있다. 난 요즘 어릴 때 읽다가 손을 놓았던 추리물을 다시 열심히 보려고 생각중인데, 어릴 때 막연히 알았던 몇몇 거장들(크리스티, 퀸, 딕슨 카, 체스터튼 등) 말고도 훌륭한 작가들이 너무 많은 나머지 누구의 작품이 괜찮은지 알 길이 없다는 것이었다. 장편을 구해다 보긴 많고.. 그런데 이 책 한 권으로 수많은 다른 훌륭한 작가들이 있다는 것도 알게 되었고 어떤 작가가 나에게 맞을지도 가늠할 수 있게 되었다.(작품 뒤에 있는 옮긴이의 간단한 촌평에 작가의 대표작이 언급되어 있는 경우도 있음) 추리작가들의 카탈로그를 하나 덤으로 얻은 기분이다.
단점이라면 구판의 2권을 합치고 하드커버로 만들어서 책이 좀 무겁다는 것.. 그래서 누워서 볼때 팔이 아프다는 것. 그것 빼고는 대만족이다. 제목은 '마니아를 위한..' 이지만 누구나 재미있게 읽을 수 있을거라고 생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