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히치콕과의 대화 ㅣ 한나래 시네마 3
프랑수아 트뤼포 지음, 곽한주 외 옮김 / 한나래 / 1994년 10월
평점 :
절판
히치콕의 영화만 30편 이상 찾아서 본 그의 팬이다. 그의 서스펜스/스릴러 중에는 기술적으로 훨씬 뛰어난 요즘의 영화들보다도 훌륭한 작품들이 많다. 새, 싸이코, 나는 고백한다, 레베카, 현기증, 이창, 로프 등등. 그런데 히치콕을 더욱 빛나게 하는건 이제는 구닥다리 같아 보이는 작품들인지도 모른다. 이제는 당연시되고 진부한 기법들 상당수가 당시에는 매우 혁신적인 그의 발명품이었다는 것을 감안하면 그는 서스펜스의 아버지가 아니라 신이라 해도 좋을 것이다.
히치콕 영화에서는 왜 그토록 특별한 재미와 맛이 느껴질까? 영화는 한 순간에 시각으로 인지하는 영상예술이기 때문에 보기에는 참 쉬워 보이지만 막상 만드는 입장은 전혀 그렇지 않을 것이다. '히치콕에겐 뭔가 특별한게 있을까' 하는 생각에 이 책을 찾았다.
실제로 그는 다양한 영화적 기법의 발전을 주도한 감독이다. 그러나 (이 책에서 알게 된 것이지만) 순전히 테크닉에만 치우친 감독으로 평가받기도 했고 상업영화만 만드는 흥행 감독이라는 폄하를 받기도 했다. 프랑수아 트뤼포 감독은 이러한 평가가 히치콕과 그의 영화를 깊게 이해하지 못한 결과라 생각하고 그와의 1대 1 인터뷰를 준비했다. 여러 날에 걸친 인터뷰 내용을 정리하고 4년의 준비를 거쳐 내놓은 것이 이 책이다. 이 책이 나온 뒤 히치콕에 대한 세간의 평가가 크게 달라졌다고 한다.
책 내용은 히치콕의 영화들을 연대기 순서대로 짚어 가면서 두 사람이 대화를 나누는 형식으로 되어 있다. 일방적인 서술이 아니라 생생한 인터뷰 내용이기 때문에 아주 흥미롭다. 그리고 순수하게 영화에 대한 토론만 있는 것은 아니고 히치콕의 성장 과정과 삶에 대한 이야기들도 있어 그의 인간적인 면도 느낄 수 있다.
히치콕의 영화 세계를 주제 단위로 큼직큼직하게 다루기보다는 영화 하나 하나의 디테일이 많이 나오기 때문에, 내가 본 영화 내용은 더할 나위 없이 흥미진진했지만 그렇지 않은 부분은 별로 와닿지도 않아서 그냥 건너 뛸 수 밖에 없었다. 나만 그럴지는 모르겠지만 최소한 그의 대표작(새, 사이코, 현기장, 이창, 로프, 39계단, 나는 비밀을 안다, 레베카 등등)이나 여타 작품들을 보지 않고 이 책을 읽으면 재미가 반감되지 않을까 하는 노파심이 있다. 솔직히 나는 그의 영화를 많이 보았다고 생각했는데도 그 시대(20세기 초-중반) 미국 및 유럽의 영화/영화인에 대한 언급이나 인용이 많아서 어려웠다.
이 책에 언급되는 그의 주요 영화들은 아래과 같다.
하숙인, 협박, 맨 섬의 사나이, 살인, 너무 많이 알고 있는 사나이, M, 39계단, 비밀 정보원, 사보타주, 숙녀 사라지다, 자메이카 인, 레베카, 해외 특파원, 스미스 부부, 의혹, 도주자, 의혹의 그림자, 명랑한 과부, 구명선, 망각의 여로, 오명, 로프, 염소좌 아래서, 무대 공포증, 의혹의 전망차, 나는 고백한다, 다이얼 M을 돌려라, 이창, 나는 결백하다, 해리의 곤경, 나는 비밀을 안다, 누명 쓴 사나이, 현기증, 북북서로 진로를 돌려라, 사이코, 새, 마니, 찢어진 커튼, 토파즈, 패밀리 플롯, 프렌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