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이 희망입니다
고도원 지음, 황중환 그림 / 오픈하우스 / 2008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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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고도원’님을 아시나요? <고도원의 아침편지>에 글쓴이시랍니다. 200만이 넘은 아침편지 가족들에게 편지를 쓰면서 한 가지 꿈이 생겨나셨다는군요.

   “ 글로 쓰여지는 아침편지를 누군가 그림이나 만화로 그려 내, 그 그림 한 컷만으로도 어느 한 사람의 하루가 온통 행복으로 바뀌는 꿈! (머리말) ”

   ‘고도원’님과 동아일보 <386C>의 ‘황중환’님이 만나 작업을 시작한 지 거의 1년여 만에 선보이게 된 책이 바로 「당신이 희망입니다」라는 책입니다.

   크게 용기, 희망, 사랑, 응원 네 가지 주제로 나누어지는 이 책은, 여러 가지 책이나 시, 영화 등에 쓰여 진 좋은 글들이 소개되죠. 더불어 글에 대한 글쓴이의 마음과 그린이의 시선이 그림으로 합쳐지는데, 우리에게 주변을 새롭게 느껴볼 수 있는 기회를 준답니다.

          당신을 믿습니다 - 용기의 편지 20편
          당신이 희망입니다 - 희망의 노래 20편
          당신을 사랑합니다 - 사랑의 속삭임 23편
          당신을 응원합니다 - 응원의 마음 24편

   길지 않은 글과 화려하지 않은 그림이지만, 하나하나 담긴 뜻은 지나쳐 버릴 수도 있는 세상의 표지로써 바쁜 우리들에게 잠시 걸음을 멈추고 둘러보도록 살며시 이야기합니다.

   여러분도 누군가 지나가듯 한 말이 있었는지 생각해 보시기 바랍니다. 뜻이 있는 말을 지나가듯 던진 사람은 그 말을 들은 사람보다 더 오래 기억합니다. 세월이 지나도 마음 속에 오래 담고 있는 것입니다.

   그리고 그 지나가듯 던진 말을 들은 ‘그 사람’이 언젠가 회답해 주기를, 행동해 주기를 기다립니다. “그때 그런 말씀 하셨죠? 이제야 답을 드립니다”라는 진심 어린 대답 말입니다.

   내 주변의 소중한 사람들의 말 한마디, 그 ‘지나가는 말’을 잘 들어서 그 말이 말 그대로 그냥 지나가 버려 ‘지시’가 되고, ‘명령’으로 바뀌고, 마침내 서로 불편함과 상처가 되지 않도록 잘 붙들기를 바랍니다.

   이원규 시인의 말처럼, 사람을 바르르 떨게 하는 힘, 그 깊고 그윽한 힘은 큰 목소리에 있지 않습니다. 작고 낮지만 진심이 담긴 사랑의 목소리에 있습니다. 낮은 목소리를 회복하는 것이 사랑을 회복하는 길입니다. 진정한 마음이 담기면 아무리 작은 귓속말도 사람을 떨게 하고 세상을 떨게 합니다.

   ‘지나가는 말’을 놓치지 않고 잘 붙들어서 배려하고 관심을 보여 주고, 마음을 담아 바로 행동하는 센스 넘치는 사람들이 넘쳐나기를 바랍니다. (17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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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리와 함께한 화요일
미치 앨봄 지음, 공경희 옮김 / 세종(세종서적) / 2008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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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다로 간 고래바위 - 어른이 읽는 동화
이순원 지음, 홍원표 그림 / 굿북(GoodBook) / 2008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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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푸른 산맥 꼭대기, 햇볕과 비, 바람과 눈 속에 커다란 고래바위는 언젠가 바다에 가리라 마음먹었습니다. 왜냐하면 시간의 그림자를 가진, 작은 새 한 마리가 대왕고래 살고 있는 파란 바다를 이야기해 주었기 때문입니다.

     어느 날, 고래바위는 번개와 천둥에 두 동강나 굴러 떨어져 너르고 평평한 산중턱 너럭바위가 됩니다. 이번엔 지진이네요. 고래바위는 깨지고 부서져 계곡까지 떠밀려가 뾰족 바위가 되었습니다. 바다를 향하는 고래바위가 꿈을 잃은 건 아닐까요?

‘고래바위는 이제 자신이 바로 그 바위였다고 말할 수 없게 되었다. 몸뚱이의 반이 아직 산 위에 남아 있다 하더라도, 지난날 고래바위의 영광은 사라지고 말았다. (65쪽)’

   ‘처음의 꿈은 고래바위의 온전한 모습으로 바다에 가는 것이었다. 그래야 진짜 고래와 몸도 대보고 키도 맞추어볼 수 있었다. 그 꿈은 자신의 몸처럼 산산조각 깨어져 부서졌다. (98쪽)’

     계곡을 따라 큰 물살, 작은 물살에 쓸려가며 징검돌로, 빨랫돌로, 그리고 주먹돌로… 고래바위는 아직도 작아지기만 합니다. 하지만, 송어와 연어를 만나고, 동그란 친구 돌의 이야기를 들으며 꿈과 바다를 다시금 생각하게 됩니다.

‘나는 어떤 희생을 치러야 저들이 올라온 바다에 닿을 수 있을까. 바다에 대한 꿈은 점점 커지고 있는데, 몸은 점점 닳아 작아지고 있었다. (137쪽)’

   ‘그때서야 주먹돌은 애초 고래바위에서 강 중간까지 내려오는 동안 처음으로 자기 몸이 작아진 것을 다행으로 여겼다. “그래, 조금만 더 컸다면 나는 바다로 갈 수 없었을 거야.” (151쪽)’

     넓은 강에 다다른 고래바위는 조약돌이 되었답니다. 공깃돌, 모래가 되어 이젠 반짝이는 명개흙이 된 고래바위. 비록 몸은 산산조각 깨어져 부서졌지만, 드디어 그토록 꿈꾸던 바다에 도착합니다.

‘너를 처음 만난 뾰족 바위 시절엔 내 몸이 자꾸자꾸 줄어드는 게 안타까웠어. 그러다 한 알의 모래가 된 다음에야 알았어. 작아지지 않고는 올 수 없는 길이라는 것을. (170쪽)’

   ‘분말처럼 흔적조차 없이 녹아버리는 것이 아니라 그 작은 몸으로 바다 전체를 끌어안자, 바다가 명개의 마음 안으로 깊숙이 들어오는 듯한 느낌이었다. “오래 그리워했어. 너를.” “그래, 나도 네가 오기를 기다렸어.” 흰 명개가 말하고 바다가 말했다. (182~183쪽)’

     누구나 꿈을 품고 살아야 한다고들 말합니다. 젊은 날, 저 역시 세상을 다 가질 거라 꿈꾸곤 했습니다. 그래서 고래바위마냥 번개와 천둥, 물살에 휩쓸려 작아지는 제 자신을 미워하기도 했죠. 하지만 다행입니다. 깨지고 부숴 진 건 제 꿈이 아니라 제가 가진 욕심이었으니까요.

     바다를 향해 가면서 행여 작아지는 것에 슬퍼할 우리에게, 글쓴이는 이렇게 토닥여주고 싶었는지 모릅니다.

“어쩌면 우리가 한 세상을 사는 일도 이렇지 않나 싶습니다. 처음 가졌던 마음 안의 욕심들을 살아오는 길섶에 하나하나 버리고 비워가며 마침내 더 큰 세상을 만나고, 더 큰 자기를 완성해 가는 것이 아닐까요? (5쪽)”

     세상을 다 가진다는 것. 붉게 물든 노을 녘, 꼭 커다랗고 단단한 몸뚱이로 바다를 맞이하는 게 아닌지도 모르겠군요. 세상 속으로 내가 녹아 들어가는 것. 어쩌면 그것이 바다와 만나는 올바른 방법일지 모르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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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학 갤러리 한 장으로 보는 지식 계보도 2
김영범 지음 / 풀로엮은집(숨비소리) / 2009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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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철학이란 ?

 

지혜에 대한 사랑. 근본적인 믿음의 근거에 관한 비판적 검토. 전제나 명제들 사이의 관계정리... 모두 철학을 설명하는 말들입니다. 그러나, 아무리 읽어봐도 학문이긴 한데 무엇을 연구한다는 건지 조차 알기 어렵습니다. 그냥 세상을 바라보는 사람들 시선에 깔려 있는 생각을 연구하는 것 정도로 보면 어떤가요? ‘세상이 왜 이런 거야?’라는 한숨 섞인 말엔 ‘세상이 도대체 뭘로, 무얼 위해 만들어졌길래, 이렇게 되는거야?’ 라는 생각이 숨어 있잖아요. 이 물음에 답을 찾는 학문, 사람들이 느끼는 세상을 설명하려는 학문을 철학이라고 봅시다.

철학이 필요한 이유 ?  

 

‘세상이 왜 이럴까요?’, ‘이런 세상에 어떻게 살아야 할까요?’, ‘ 어떻게 하는 것이 잘 사는 걸까요?’ 라는 질문에 답이 궁금하시지 않나요? 지금이야 종교학과 자연과학, 인문․사회과학에서 그 실마리를 찾을 수도 있습니다. 그러나, 옛날엔 이 모두가 철학으로 합쳐져 있었죠. 세월이 흘러 신과 자연, 인간을 바라보는 시각이 나뉘면서 각 분야는 다른 길을 걷게 되었지만, 아직 밑바탕을 이루고 있는 철학이 없어진 건 아닙니다. 지혜에 대한 사랑에서 비롯되었다는 철학, 세상을 바라보고 느끼는 생각을 정리해서 희망찬 내일을 그려보는데 도움이 되는 학문이라면 당연히 없어선 안되겠습니다.

철학이 걸어온 자취 ?  

 

그러면, 인류와 역사를 같이 한 철학은 어떻게 발전되어 왔을까요? 한 장으로 보는 지식계보도라는 부제를 가진 「철학 갤러리」의 책장을 펼칩니다. 서양철학의 역사를 한 권으로 훑어 볼 수 있도록 뛰어난 철학자들의 생각들을 따라 갑니다. 어느 분야나 그러하듯 철학에도 흐름에 커다란 영향을 미친 천재들이 있죠.  

 

철학사에는 때마다 거인이 나타나 다른 거인을 소리쳐 부르면서, 그들 발치에서 기어다니고 있는 경망스럽고 요란한 난쟁이들에 개의치 않고 드높은 정신의 대화를 계속해왔다. 이 거인들은 격렬한 형이상학적 싸움의 역사에 등장해 저마다 부여받은 투쟁을 벌이며 사유의 하늘을 다채롭게 수놓았다. (5쪽, 서문)  

 

자, 이제 ‘세상은 무엇으로, 왜 만들어져, 어떻게 바뀌는가?’라는 답을 찾아 쉼없는 발걸음을 옮겨 온 55명의 거인 서양철학자들의 이야기를 들어 볼까요?  

 

제일 먼저 그리스, 로마시대로 대표되는 소크라테스, 플라톤, 아리스토텔레스를 포함한 20명의 「고대시절」 철학자들입니다. 세상이 무엇으로 구성되어 있는지에 집중한 거 같은데요.  

 

그리스 철학을 공부할 때, 가장 먼저 주목해야 할 개념이 바로 ‘아르케’다 아르케는 ‘근원’이나 ‘원리’라는 의미를 가지며, 아르케를 탐구한다는 것은 사물의 근원이나 시원을 찾아 캐묻는다는 뜻이 된다. (18쪽)  

 

아낙시만드로스가 아르케로 생각했던 아페이론은 논리적으로 추론될 수 있을지언정 딱히 손에 잡히는 개념이 아니었다. 이 지점에서 아낙시메네스는 탈레스가 주장한 물보다는 추상적이지만, 아낙시만드로스가 주장한 아페이론보다는 한층 경험적이고 구체적인 원리를 제시하기에 이른 것이다. 결국 아낙시메네스에 이르러 만물의 아르케는 공기가 된다. (27쪽)  

 

엠페도클레스는 네 가지 종류의 리조마타가 다양한 비율로 결합하면서 만물을 만들어낸다고 생각했고, 아낙사고라스는 물질의 수만큼이나 많은 스페르마타가 섞이고 분리되면서 만물을 만들어낸다고 생각했다. (50쪽)  

 

아리스토텔레스는 논리학이라는 학문을 처음으로 체계화했다. 특히 범주론에서 세계를 총체적으로 분류하기 위해 열 가지 범주를 제시한다. 아리스토텔레스는 범주를 통해 결국 ‘존재’의 문제를 해명하려고 한 것이다. 존재는 ‘그 자체로서 존재하는 것’과 어떤 존재에 ‘부대해서 존재하는 것’으로 구분된다. ‘자체로서’ 존재하는 것과 ‘우연히’ 존재하는 것을 나눔으로써 자체로서 존재하는 것이야말로 진정으로 존재하는 것(실재)이고 우연히 존재하는 것은 이차적인 의미에서 존재하는 것임을 밝히고 있다. (101쪽)  

 

고대 철학자들의 세계관은 이천 년이 지난 지금도 숨을 쉬고 있습니다. 데모크리토스의 원자론이 자연과학에 깊은 영감을 주었고, 플라톤의 이데아론이 현재의 형이상학에 뿌리가 되었다는 걸 들 수 있겠죠.  

 

어둠의 시대라 불리는 「중세시절」 11명의 철학자들은 세상이 어떻게 또는 왜 만들어 졌을까를 고민한 사람들이지 않을까요? 물론 조물주는 하느님으로 제한되었습니다. 
 

중세 철학은 고대 그리스 철학과는 다른 문제의식에서 출발한다. 중세 철학은 예수 그리스도와 관련된 여러 종교적 사건, 더 나아가 그 모태가 되는 유대교의 종교적 세계관에도 뿌리를 두고 있다. 중세 철학의 세계관에 따르면 신은 유일한 절대자로서 세상 만물을 ‘무에서 창조’하고 인간에게는 ‘신의 모상’이라는 특권을 주었다. 교부철학에서 스콜라 철학에 이르는 중세 철학은, 이런 독특한 신앙적 세계관을 이 지상의 지혜인 그리스 철학의 방법을 수용해 논리적으로 체계화하는 과정에서 발달된 철학이다. (142쪽)  

 

토마스 아퀴나스가 이성을 중심으로 하는 주지주의主知主義였다면, 둔스 스코투스는 신의 뜻을 이성보다는 의지로 파악해야 한다는 주의주의主意主義적 입장이다. 신이 만물을 창조할 때 이성적으로 미리 계획을 다 짜놓고 그에 맞춰 실행한 것이 아니라, 자유롭게 욕망하고 실행했다는 것이다. 사람들은 미리 목적을 세워 계획을 실행에 옮기지만, 신은 그렇지 않다는 이야기다. (184쪽) 
 

책에 등장하는 24명의 「근ㆍ현대시절」 철학자들은 세상이 어떻게 운동하고 변할까에 깊은 관심을 가지고 연구합니다. 세상을 이해하는 방법이 철학에서 과학을 통하는 것으로 넘어가 버린 듯한 상황에서 그들은 생각으로 세상을 설명합니다. 

 

자연철학은 고대 이후 자연학이라 불렸고 19세기에 과학이라는 말이 정착되기 전까지는 근대 과학의 이름이었다. 근대 자연철학은 거의 2000년 동안 서양을 지배해 온 아리스토텔레스 자연학을 무너뜨리고 기계론이라 불릴 만한 새로운 자연사상을 낳는다. 이제 자연을 탐구하되 이성으로 납득할 수 없는 내용들은 하나씩 제거되었다. 자연의 모든 사물 안에 목적이나 의미 등과 같은 정신적인 요소들이 내재되어 있다는 아리스토텔레스의 자연 이해에 균열이 생기기 시작한 것이다. (202쪽)  

 

데카르트는 신이 세계를 창조했고 거기에 법칙을 부여했지만, 이 세계에 직접 개입하지 않는다고 보았다. 신을 부정하지 않으면서도 세계와 분리해서 생각했다는 점에서, 중세 철학의 사고방식과는 커다란 차이를 보인다고 할 수 있다. 또한 세계가 신이 미리 설정해 놓은 목적에 따라 일사불란하게 움직인다는 목적론적 세계관과는 달리, 신으로부터 분리된 이 세계에는 신의 목적이 개입할 여지가 없어진다. 이제 세계는 마치 거대한 기계처럼 물리적인 법칙에 따라 움직일 뿐이다. 중세의 목적론적 세계관에서 근대의 기계론적 자연관으로 변화한 것이다. (206쪽)

철학이 나가야 할 방향 ?  

 

지금까지 고대, 중세, 근ㆍ현대 철학을 훑어보며 ‘세상은 무엇으로, 왜 만들어져, 어떻게 바뀌는가?’에 집중해서 거인 철학자들의 이야기를 들어 보았습니다.  

 

 

물론 천재 철학자들은 단순히 질문에 답을 찾는데 만족하지 않았습니다. 그러함으로 어떻게 하면 더 바람직한 세상이 될 수 있을까를 고민하고, 그 시대를 사는 사람들이 생각치 못한  앞선 의견을 내놓기도 했죠. 소크라테스와 플라톤, 아리스토텔레스가 꿈꿨던 세상은 어떤 모습일까요? 데카르트나 쇼펜하우어, 마르크스, 니체가 그려본 세상은 어떨까요?  

 

 

철학이 현실을 무시한 탁상공론이나, 현재를 부정하고 과거나 미래에 치우친 학문일 수는 없습니다. 사람들이 느끼는 세상에 대한 설명을 토대로 과거와 미래를 이야기하기 때문이죠. 위대한 철학자들이 꿈꾼 세상. 역시 그 당시 사람들이 바라보는 세상을 보다 명확하게 정리하고, 한 발자국 더 나아간 세상이었습니다. 오늘날 과학에게 그 자리를 빼앗겨버린 철학. 그러나, 과학이 밝고 희망찬 세상을 향해 힘차게 전진하도록 표지판이 되어 줄 수 있는 역할은 아직 철학에게 주어져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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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화드라마 한 장으로 보는 지식 계보도 1
최복현 지음 / 풀로엮은집(숨비소리) / 2009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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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양 문화의 정신적 기초라 일컬어지는 그리스신화. 세상의 반에 이르는 그토록 많은 사람들에게 수 천년에 걸쳐 글과 그림, 철학과 종교에 이르기까지 상상력이 미치는 모든 것의 기둥이 되어 왔던 그리스신화를 이해한다는 것은 멀기만 했습니다.

 

   “ 우리가 대하기에는 생소한 신들의 이름도 우리를 어렵게 한다. 또한 신들은 인간들처럼 유한한 존재가 아니라 영원불멸하는 존재라서 더 복잡해질 수 밖에 없다. 요컨대 인간은 어느 정도 살다가 죽음을 맞이하므로 그 관계구조가 단순하다. 하지만 신들은 계속 존재하므로 관계가 한없이 꼬이고 복잡하게 얽힐 수 있다. 그래서 신들은 혈연관계임에도 성관계를 맺어 자손을 잉태하는가 하면, 한참 뒤의 후손과 관계를 맺고 심지어 형제 간에는 물론 부모 자식 간에도 관계를 맺어 자손을 낳으므로, 관계가 꼬이고 꼬여서 그 계통을 이해가기가 어렵다. (4쪽, 서문) ”

 

이렇게 방대한 그리스신화를 마주하며, 「신화 드라마」는 ‘한 장으로 보는 그리스 신화 계보도’를 선물로 우리를 신들의 세상, 신화 속으로 초대합니다. 글쓴이는 그 까다롭고 복잡한 그리스 신화의 세계를 보다 단순화하고 신화에 쉽게 접근할 수 있었으면 하는 바램인가봅니다.


책은 크게 3장으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1장. 신화의 발견’에선 그리스신화의 전반적인 이해를 돕기 위해 전체 틀이나 신들의 이름, 성격, 의미를 친절하게 설명해 주네요.

‘2장. 그리스 신들의 탄생과 계보’에서는 4세대에 이르는 그리스신화의 계보를 일목요연하게 풀어나갑니다. 신들의 탄생은 어떠했는지, 4번에 걸친 그들의 정권 쟁탈전은 어떠했는지, 우리가  들어왔던 올림포스 12신은 어떻게 태어났으며 어떤 관계를 가지고 있는지를 빠른 호흡으로 훑어 그 간 들어왔던 그리스신화의 단편적인 이야기들이 큰 흐름에 녹아들 수 있도록 도와주고 있습니다.

‘3장, 신의 후예가 세운 인간의 나라’는 이제 세상의 중심이 되어가는 인간과 신 사이의 얽힌 계보를 이야기합니다. 인간을 먼저 생각하는 신, 프로메테우스를 시작으로 페르세우스와 헤라클레스가 태어나고 결국 신들이 정략적으로 개입한 인간들의 전쟁이였던 트로이 전쟁이 5차 정권 쟁탈전으로 등장합니다.


그럼, 다른 책들에선 쉽게 지나쳐버리기 쉬었던 올림푸스 12신의 탄생까지의 계보를 글쓴이의 설명으로 들어볼까요?

 

1세대 신들 - 카오스로부터

: 온 우주를 포괄하는 신은 카오스이며, 그 아래 우라노스, 가이아가 있다. 가이아 안에는 바다신, 하계신, 강신, 타르타로스신 등 많은 신들이 존재하고, 그 하위의 신들로 이어지고 이어지는 식으로 아주 작은 부분에 이르기까지 신의 존재는 나누어지는 것이다. (41쪽)

 

카오스

가이아

1세대 : 산의 신들, 폰토스, 우라노스, 닉스, 에레보스

 

2세대 신들 - 가이아로부터

: 가이아는 처음으로 남자에 대한 애정을 느꼈고, 그 애정은 당연히 유일한 남신인 우라노스였다. 크기로 보아도 비슷하여, 이들이 교접을 할 때는 대지와 하늘이 맞닿는 셈이었으므로 거센 회오리가 일어나고 암흑의 세계로 변하곤 했다. (46쪽) 이렇게 하여 가이아와 우라노스 사이에서는 12명의 자녀, 즉 티탄신족이 태어났다. 그 중 6명은 아들로서 오케아노스, 코이오스, 히페리온, 클레이오스, 이아페토스, 크로노스이고, 딸들로는 테이아, 레아, 테미스, 므네모시네, 포이베, 테티스이다. 이들 남자들은 티탄신족이라는 의미로 티타네스라 하고, 여자들은 티타니네스라고 불렀다. (47쪽)  

 

카오스


가이아

1세대 : 우라노스 + 가이아

2세대 : 티타네스 6명, 티타니네스 6명, 키클로프스 3형제, 헤카톤케이레스 3형제

 

이제까지 태어난 자식들은 어머니의 자궁 타르타로스에서 잠을 잤다. 아버지 우라노스가 자식들이 나오자마자 다시 자궁 속으로 밀어넣었는데, 자식들 중 누군가 자기 자리를 차지할 것임을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 (47쪽) 이를 참다못한 아내 가이아는 용감하고 음흉한 막내 크로노스와 짜고 아버지 우라노스에게서 정권을 빼앗으려는 계략을 짠다. 그렇게 하여 우라노스의 남성을 낫으로 잘라버림으로써 힘을 못 쓰게 만들었으니, 이것이 1차 정권 쟁탈전이다. 이 쟁탈전으로 아버지를 배신했다는 의미를 가진 티탄 족이 정권을 쟁취한다. 이 정권 쟁탈전의 주역인 가이아와 우라노스 사이에서 나온 신들을 여섯 부류로 나누어 보았다. (52쪽)

우선 이들 오케아노스를 비롯한 남신 6명, 테이야를 비롯한 여신 6명을 합쳐 도합 12신을 티탄신족이라고 한다. 그 다음으로는 키클로프스 3형제가 있으며, 헤카톤케이레스 3형제가 있다. 티탄신족과 이들은 정상적으로 태어난 신들이다. (52쪽)  

 

우라노스 잘린 성기의 피 + 가이아

에리니에스, 기간테스, 멜리아데스 

 

반면 가이아와 절정에 이른 순간 크로노스의 낫에 의해 잘린 우라노스의 남근은 욕구불만의 정액을 그대로 발사하면서 피와 섞여 떨어졌는데, 그 피는 가이아의 자궁으로 흘러들어갔고, 세 부류의 존재들이 생겨났다. 우선 에리니에스가 우라노스의 욕구불만과 저주를 안고 태어났다. 이 여신은 인륜을 저버린 크로노스를 비롯한 티탄과 같은 존재들을 벌하는 복수의 여신이 되었다. 그리고 그 다음으로는 기간테스라는 거인족이 태어났으니, 이들에게도 우라노스의 원한이 유전되어, 전쟁을 좋아하여 언제나 번쩍거리는 갑옷을 입고 손에는 긴 창을 들고 전쟁거리를 찾아다니는 존재가 되었다. 그 세 번째 부류로 멜리아데스라는 요정들이 태어났다. 이들 역시 전투를 잘하는 물푸레나무의 요정들이었다. (53쪽)

 

잘린 성기

아프로디테

 

한편 크로노스에게 잘린 우라노스의 남근도 그대로 사라지지 않았다. 그 남근은 바다로 떨어져서, 파도를 따라 떠돌다가 어느 바위 근처에 잠시 머물렀다. 그러자 바위 주변에서 점차 하얀 거품이 일기 시작했다. 미처 배설하지 못한 정액이 솟구치는 것이었다. 그 거품에서 아름다운 소녀가 태어났다. 그렇게 생겨난 소녀는 파도 위를 떠돌며 키프로스 섬까지 흘러갔. 그렇게 흘러가는 동안 소녀는 어느덧 아름다운 여신으로 성장했다. 그녀는 하얀 거품에서 태어났다는 의미로 아프로디테라는 이름을 가지게 되었고, 사랑의 여신이 되었다. (53쪽)

 

3세대 신들 - 크로노스와 레아로부터

: 3세대 신들은 우라노스와 가이아 사이에서 태어난 신들의 자식들과 가이아가 우라노스 이후에 관계를 맺은 폰토스 사이에서 낳은 자식들의 후손들로 이어진다. 이를테면 가이아에게는 손자들의 가계이다. 여기서 정통적으로 신족의 직계는 가이아와 우라노스 사이에서 태어난 신들인 12남매이다. (60쪽)  

 

카오스

가이아

1세대 : 우라노스 + 가이아

2세대 : 크로노스 + 레아

3세대 : 헤스티아, 데메테르, 헤라, 하데스, 포세이돈, 제우스 

 

2차 정권 쟁탈전(티타노마키아)은 1차 쟁탈전과 비슷한 양상으로 벌여졌다. 일단 아버지로부터 정권을 찬탈한 크로노스는 자신도 자식으로부터 모욕을 당할지도 모른다는 불안감 때문에 자식들이 태어나는 것을 좋아하지 않았다. 오히려 자식들이 태어나는 것을 두려워했다. 그는 아버지가 자식들을 어머니의 자궁 속 깊은 곳 타르타로스로 던져버렸다가 실패한 것을 교훈으로 삼았다. 타르타로스는 쇠붙이를 던져 넣으면 무려 꼬박 9일 밤낮을 떨어져 내려가야만 바닥에 닿을 정도로 아주 깊은 곳이었다. 하지만 자신의 아내 레아의 자궁은 가이아의 자궁 타르타로스처럼 그렇게 깊지 못했다. 그래서 생각한 것이 자기 속으로 자식을 삼켜 버리는 일이었다. (72쪽)

그렇게 하여 자식들은 세상을 볼 수 없었으니, 그가 정권을 유지하는 방법이란 시간을 멈추게 하는 일뿐이었다. 하지만 그의 이러한 음흉한 생각도 레아가 막내를 몰래 낳아 키움으로써 수포로 돌아가고 만다. 그 주인공은 제우스이다. 레아는 그러한 폭군 크로노스에게 실망하여 그를 제거할 목적으로 몰래 제우스를 낳았다. 다행히도 우라노스와 가이아의 도움을 받아 제우스를 크로노스 몰래 낳을 수 있었고, 제우스는 잘 자라서 아버지 크로노스를 제압하고 정권을 차지했다. (72쪽)


「신화 드라마」는 이제껏 흥미로운 이야깃거리에 머물렀던 그리스신화에 좀더 체계적으로 다가갈수 있는 계기를 마련해 주는 책입니다. 인간의 성품이 드러나는 신들을 통해 인간이 꿈꾸고 그려왔던 것을 표현해 내고, 결국 신이 아닌 인간을 다시 되돌아보게 한다는 그리스 신화. 인간의 상상력이 기나긴 세월동안 만들어 낸 환상의 세계로 우리를 초대했던 「신화 드라마」에서 사랑과 증오, 전쟁과 평화, 아름다움과 추함을 그려내는 신들의 얼굴 속에 비쳐진 우리의 모습을 봅니다.

 

   “ 방대한 그리스 신화를 개략적으로 살펴보는 것으로 일단 신화 여행을 마친다. 물론 이 여행은 이것으로 끝나는 것이 아니라 새로운 시작에 다름 아니다. 이 책에서 미처 다루지 못한 수많은 신화의 이야기들은 숙제로 남아 있다. 아직도 필자의 기억에서 신들의 이름이 가물거린다. 필자는 단지 신화에 대한 관심의 발로에서 이 책을 읽을 분들보다 반 발 앞에서 신화를 읽어주는 역할을 했을 뿐이다. (250쪽, 맺음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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